늦은 여름휴가로 이탈리아를 다녀왔습니다.


휴가지를 이탈리아로 떠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프렌차이즈 카페들에서 14그램의 원두로 45ml가량의 에스프레소(원두 : 커피 = 1:3)를 추출하는 이유를 알고싶어서죠. 상식적으로 프렌차이즈 카페의 원두같이 강배전을 하거나 고품질의 원두가 아닐경우 최대한 짧게 추출을 합니다. 가령 14g의 원두를 사용한다면 28ml 혹은 그 이하의 비율로 추출해 쓴맛과 잔미를 최대한 줄이는게 정답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왜 아직도 그 수많은 카페들은 1:3의 레시피를 따를까. 저는 세 가지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1. 빵과 도너츠, 케이크류의 디저트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강렬한 맛의 커피를 추출해야 하기 때문

2. 원가 절감(최소한의 원두로 최대한의 추출)

3.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의 레시피 답습(7g의 원두로 21ml를 추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대략 저 세 가지 이유로 말미암아 수 백 개 혹은 수 천 개의 카페에 동일한 레시피를 제공해야하는 프렌차이즈는 정통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의 레시피를 아직도 따르고 있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렇다면 이탈리안 에스프레소는 어떤 맛일까요?


아무리 찾아보았지만, 국내에서는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의 진수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마치 오리지날 김치를 먹고싶은데 한국에 가지 못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여름 휴가지로 이탈리아를 선택, 10일간 로마-피렌체-밀라노에서 14곳의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이탈리아 커피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서죠.


총 5편의 연재를 계획했는데, 그 첫번째는 바로 로마의 터줏대감 같은 카페 두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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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를 가로지는 강의 서쪽, 바티칸 근처에 있는 샤샤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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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온 신전 앞에 자리잡은 로마를 대표하는 카페 타짜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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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었던 샤샤1919. 정말로 여행 첫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에스프레소를 사시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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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런 풍경이 보입니다.  마치 오래된 상점같은 분위기죠. 이탈리아의 카페들은 생활 밀착형 카페들이 많습니다. 칵테일등 술을 파는것은 물론이요 초콜렛과 각종 식품을 파는곳도 있습니다. 


분주하게 아침을 시작하는 로마인들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니, 그들에게 카페가 생활의 연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카운터에서 주문을 해서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받습니다. 바에서 마시는 경우 약간의 금액이 추가되는것 같습니다. (세 번을 방문했는데 세 번 다 설명이 달라서 확실하진 않습니다)


메뉴를 결정하지 못했다면, 바에서 주문하고 나중에 계산을 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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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바깥쪽 좌석과 카페 밖의 테이블 모두 이용 가능한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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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앞에도 자리가 있고요. 7시에 문을 열자마자 찾았는데 벌써 관광객들이 몰려옵니다.


바티칸을 향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 샤샤에 들러 커피를 마시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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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양장을 차려입으신 바리스타. 머신은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머신입니다 웨가WEGA라고 하죠. 이탈리아에서는 자주 봤는데, 한국에서는 별로 못 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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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렇게 빵들이 준비되어있고요. 이탈리아에서의 아침식사는 대부분 빵으로 시작합니다. 카푸치노에 크로아상정도입니다. 또 특징이 있다면, 마멀레이드나 초콜렛을 곁들인 달콤한 빵종류가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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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의 움직임은 정말 멋있어요. 오래된 바에서 능숙하게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은 누가봐도 감탄하게 됩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카페에서는 이해할수 없는 동작들이 많이 보입니다. 커피도 잔뜩 갈아놓은채 사용하고, 도징도 대충합니다. 포터필터는 씻을 생각을 안하죠. 그나마 이 카페는 스팀봉을 닦긴하는데, 다른 카페들은 마감을 할때까지 닦는걸 본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걸 물을 

겨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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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탈리아어를 잘 못해서 못물어본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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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맛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1.5유로에 불과해요. 과정이야 어찌됐든, 맛있으면 할 말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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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대해선 논쟁이 있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동일한 원두를 추출했을때, 포터필터를 씻는지의 여부와 도징과 탬핑을 하는지를 따져보면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또, 로부스타를 많이 사용하는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블랜딩의 특성상, 굳이 그런걸 따지지 않아도 만족스런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꺼운 크레마와 거친질감, 쌉싸름한 맛과 초콜렛같은 달콤함의 조화.


이게 진짜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인가 싶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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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을 따지다면 깨끗하게 내려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바가 더러운건 아닙니다. 정도를 지킵니다. 또 생각해보면 쉼업이 커피를 추출하는데(정말 끊임없이 손님이 찾아옵니다) 일단은 내리고 보는거죠. 


머신을 정비하거나 바를 청소하는건 막간의 여유가 있을때 합니다. 아무래도 연속 추출을 하다보니 추출 프로세스를 최대한 간단하게 가져가려고 하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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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잔을 마시기 위해 그렇게 멀리 날아왔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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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분이 어떘냐고요? 정말 좋았습니다. 웃음이 끊이질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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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바티칸 대성당을 찾아 쿠폴라에 올랐습니다. 바티칸 박물관도 4시간 넘게 보고, 트레비 분수, 판테온신전을 두루 구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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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폭력적인 아름다움에 취해 도착한 타짜도로. 여긴 정말 손님들이 끊임없습니다.


샤샤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규모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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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보이는건 원두 자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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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도로는 이미 관광객의 성지가 되었어요. 원두는 거의 필수 기념품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곳에서 원두 사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 원두들은 이탈리아의 카페와 같은 환경에서 내리지 않는 이상, 같은 맛을 내지 못하기 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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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포트도 마찬가지에요. 사실 이탈리안 에스프레소가 유명해지게 된건, 이탈리아 카페들 특유의 분위기와 관광객들이 만들어낸 환상도 어느정도 있다고 봅니다.


어설픈 기념품을 사는것보다, 한 잔의 커피를 더 마셔보고 오시는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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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역시나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습니다.


이곳 타짜도로는 라심발리를 씁니다. 이탈리아의 카페들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이엔드급 머신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라마르조꼬, 슬레이어, 시네소같이 고가의 머신들은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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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는 역시나 정장을 차려입고 커피를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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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정말 30초도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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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하고 무심한듯 시크하게 내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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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합니다. 약간의 산미도 있고요. 설탕 없이도 한 잔 꿀꺽할 수 있는 기분 좋은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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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들은 생각보다 깨끗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깨끗할 틈이 없다고 봐야 맞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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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구름떼같이 몰려듭니다. 4-5명 되는 바리스타가 쉼없이 커피를 뽑아내죠.


이어지는 연재에서도 말씀드리겠지만,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인들 생활의 일부분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잔, 일하다가 지치면 또 한 잔. 밥먹고 한 잔, 또 오후에 티타임에 한 잔. 가격은 저렴하고 품질또한 고만고만 합니다. 하지만 그 꾸준한 소비량과 축적된 역사 덕분에 어느 카페에 가도 기본 이상의 에스프레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카페는 100년 가까이 이런 일들을 경험하다보니 다른 곳에서는 흉내낼 수 없는 문화가 형성이 된거죠.


저같은 관광객들은 하루아침에 이런 문화를 이해할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딜가든 즐비한 예술작품 속에서 마시는 것이라면, 커피가 아니더라도 인상깊을것 같단 생각도 들고요. 


문득 이 환상이 세계 곳곳에 퍼져 '이탈리아 커피'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단 생각이 듭니다.


하고싶은 얘기들이 많지만, 아직 소개해야 할 곳도 많기에 일단 여기까지.


카페에 대한 간단한 정보들은 아래를 참고해주세요.



Sciascia Caffe 1919

80/a, Via Fabio Massimo, 00192 Roma RM, 이탈리아

+39 06 321 1580

매일 0700 - 2100


La Casa del Caffe Tazza d'oro

Via degli Orfani, 84, 00186 Roma RM, 이탈리아

+39 06 678 9792

월-토 0700 - 2000 / 일 1030 -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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