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인생의 모습)

2019.03.29 13:17

안유미 조회 수:596


 1.서울쯤 되는 도시라면 각각 곳곳에 개발호재라는 게 늘 존재해요. 당연한 게 서울은 한국 그 자체와도 같은 도시잖아요? 언제나 어느 곳에나, 개발계획이 최소한 한건에서 동시에 여러 건수가 존재하죠. 그곳에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들뜰 만한 건수가 말이죠.


 특히 어지간한 곳의 역세권...또 그중에서도 요지라고 불릴 만한 곳은 늘 떡밥거리가 동시에 10개 가까이씩도 있어요. 정말 말도 안되는 것까지 다 엮으면 그보다도 많아지고요.



 2.전에 썼듯이 인간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기 자신이 위대해지는 꿈은 버리게 돼요. 그리고 희망의 형태랄까...희망의 모델 자체가 달라지는 거죠. '나 자신이 무언가가 꼭 되고 싶어.'에서 '나는 무언가를 꼭 손에 넣고 싶어.'로 말이죠.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인간이란 건 별거 아니거든요. 나이가 어렸을 때는 실체는 하나도 없이 잠재력만을 가지고 있고, 시간이 지나버리면 잠재력을 현실화시키지 못한 채 나이만 먹게 되는 게 인간이니까요. 대개의 인간이 그래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잠재력을 잃고 나이만 먹어가는 게 대부분의 인간이니까요.


 그리고 나 또한 30살이 넘게 되니 '어떤 사람이 되겠다'에서 '어떤 걸 손에 넣고 말겠다'라는 말을 주구장창 하게 됐죠. 



 3.어쨌든...위에 쓴 부동산 호재 건들은 가끔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곤 해요.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을 말이죠. 


 부동산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개발호재를 봐도 애초에 희망을 가질 것도 없으니까 미치지 않겠지만...부동산을 그나마 가지기라도 한 사람들은, 자신의 부동산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바꿔줄거라는 희망을 품게 되곤 하거든요. 


 요즘 만난 부동산 관련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절대로 2~3년 안에 이루어질 리 없는 것들...거대한 랜드마크라던가 gtx급 노선, 엄청난 규모의 광역철도 같은 떡밥에 목매는 사람들은 가끔 그래요. 기본 10년...심하면 20년도 넘게 그 건에 홀려 있는 거죠. 



 4.휴.



 5.그야 그런 건수들은 언젠가는 현실화되는 법이긴 해요. 문제는, 그런 거대한 건수들은 한번에 되는 법이 거의 없거든요. 예타심사도 통과해야 하고,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엎어지기도 하고, 될듯 말듯 하다가 5년간 잠잠해지기도 해요. 


 그렇게 될 듯 말듯...정말 뜸을 들이다가 어느날 높은 사람들이 갑자기 도장 한번 찍었다는 이유로 허무할 정도로 쉽게 진행되기도 하고요. 그런 걸 지켜보고 있으면 거대한 것들 앞에서 인간은 한낱 미물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죠.


 상상해 보세요. 20년간 어떤 개발계획을 기다려온 사람을 말이죠. 그런 개발계획에 관심을 가질 나이라면 보통은 빨라야 30대겠죠. 자신이 그 개발계획의 수혜자가 되는 희망을 품을 나이라면 이미 어린 나이는 아닐 테니까요. 


 문제는, 거대한 개발계획이 수락되고 진행되고 그 지역이 업그레이드 되는 걸로 모든 마무리가 끝나면...그 사람은 거의 환갑쯤일 거란 말이죠. 기다리고 기다려서 환갑의 나이쯤에야 그렇게 되고 싶던 돈깨나 있는 사람이 된다...? 정말 끔찍한 일이예요. 그는 이미 노인이 되어버렸는데 돈이 다 무슨 소용이예요.


 무서운 건, 그 정도면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인 사람이라는 거죠. 거대한 계획의 수혜자가 되는 희망이 현실화되기라도 했으니까요.



 6.요즘 그런 사람들을 보고 나니 그런 긴 흐름에 몸을 맡기는 건 너무 싫어졌어요. 많은 걸 잃을 위험이 있더라도 몇 주...몇 달 단위로 반드시 결과가 나오는 것에 투자하는 게 좋겠다고 마음을 굳혔어요.


 왜냐면 그렇게 긴 투자에 명운을 맡겨버린 남자는 오늘을 살 수가 없게 되어버리거든요. '언젠가 이게 된다면 그 때부터 내 인생이 진짜로 시작되는거야. 오늘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라고 주억거리며 그 날만을 기다리며 살게 되는 거죠. 그러다가 노인이 되어버린다면, 그건 너무나 끔찍한 일일거예요.  


 

 7.그야 나쁘게 말하면, 단기 승부를 반복하는 삶은 도박사의 삶일 뿐이겠죠. 그렇게 야유당해도 할 말이 없어요. 


 그러나 어느 것도 도저히 견디기 힘든 거예요. 안전하게 긴 투자의 결과를 기다리며 사는 삶...아니면 안정적인 삶을 꾸리고는 있지만 하루하루 같은 일을 반복하는 삶...어떤것도 말이죠. 어떤 삶을 살아도 인생의 무게를 견디기가 힘든 거죠.


 10년 단위의 장기투자에 손을 댄다면 나는 언젠가 올 날만을 기다리며 '아직은 내 인생이 진짜로 시작되지 않았으니까 오늘은 그냥 흘려보내도 돼.'라고 여기며 멍하니 살겠죠. 확실한 투자인 대신 언제 성공할지 시기를 장담할 수 없다면, 몽유병 환자처럼 젊은 시기를 보내다가 시간을 다 날려버리고 노인이 되어버릴지도 몰라요.


 그리고 어떤 가게를 차려서 하루하루 꾸려간다면? 가게가 잘 안되면 우울해하고 가게가 잘 되어도 우울해할 거예요. 만약 하루 매상이 제일 잘 나오는 날이 100만원 정도라고 치면 나는 매일 계산만 할거거든요. 20년 후에 그 가게를 접는 날 내 손에 얼마가 떨어지는지, 내 인생의 사이즈가 얼마나 되는지 미리 다 계산해보고 늘 한탄만 할거예요.


 '하루 최고 매상 100만원...직원들 돈 주고 월세 내고 재료비 떼고 세금 내면 내가 가져가는 건 쥐꼬리...이 일을 20년동안 한다고 치면 여기에 곱하기 6600...젠장...내 인생은 그걸 벌기 위해 소모되는 인생이야? 앞으로 20년 동안 그 숫자를 달성하기 위해서 쉬지도 못하고 매일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냐고.' 라는 한탄이나 매일 하면서 죽상인 표정을 짓고 마지못해 일을 하겠죠. 사람들은 내 뒤에서 '저 사람이 웃는 걸 한번도 못봤어.'라며 수군거릴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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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사람들을 최근에 보고...그들의 인생을 보며 '나라면 어떨까'라고 상상해 보곤 했어요. 만약 저런 종류의 인생이 나의 미래의 모습이라면 나는 저런 인생을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상상이요.


 그러나 어떤 인생도...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아요. 사실 그들 자신부터가 그들의 인생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거든요. 술에 취하면 내게 와서 '막내야, 너는 결혼하지 마라.'라거나 '은성아 너는 ~~하지 마라.'라는 말을 늘어놓곤 하니까요.


 하지만 이건 알 수 없는거예요. 그들 자신은 그들이 가지게 된 인생을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들이 가진 인생이 그들이 살 수 있었던 인생 중에서 꽤 괜찮은 인생일 수도 있고 가장 좋은 인생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마음이 아프곤 해요. 그들이 살 수 있었던 인생들 중에서 제법 좋은 인생을 얻었어도...술에 취하면 자신보다 어린 사람을 붙잡고 '내가 옛날에 했었던 선택을 넌 해선 안돼.'라고 말하는 게 인간의 삶인가...싶어서요.


 어쨌든 이런저런 사람들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니 결국 나에게 맞는 삶은 그건 거 같아요. 짧은 기간, 짧은 텀으로 계속해서 승리 또는 패배가 분명하게 나뉘는 삶 말이죠. 그리고 승리를 맛보더라도 1~2달간 그것에 취해있다가 다음 번 승리를 준비해야 하는 삶 말이죠. 거기서 또 이길 수 있을지 마음 졸이며 지켜보다가 이기면 맥이 탁 풀려서 1~2달간 또다시 방황하다가 다시 승부처로 돌아가야 하는 걸 반복하는 삶이요. 


 이기면 방황하고 지면 혼자서 조용히 상처를 핥으며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삶...막상 써놓고 보면 팍팍한 삶 같긴 해요. 하지만 살아있다는 기분은 느낄 수 있는 삶이겠죠. 


 어제는 어떤 곳에 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내게 잘해줘서 마음이 우울했어요. 오늘은 날씨가 좋대요. 어차피 피트니스를 가긴 갈거지만 그 전에 이리저리 산책(방황?)하다가 가야겠어요. 오늘은 여름옷이 들어와 있길 바라며 고속터미널에 가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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