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몇번 썼듯이 나는 여행에 대해 부정적이예요. 아니 뭐 엄청 싫어하는 건 아니예요. 사실 나는 여행을 딱히 가본 적도 없는데 가보지도 않은 여행을 엄청나게 싫어한다는 건 말도 안되죠.


 그래도 가끔 메타포랄까? 여자친구나 결혼, 등산에 빗대 여행을 상상해 보곤 하거든요. 그러면 꽤 소름이 끼친단 말이죠.



 2.내가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가 이거거든요. 싫증이 나버렸는데, 싫증났단 이유로 당장 그만둘 수 없는 것들이요. 등산, 여자친구, 육아...뭐 이런 것들 말이죠. 


 등산이란 건 등산을 하다가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당장 그만둘 수가 없잖아요? 산에 올라온 만큼...5km를 올라왔다면 5km를 내려가는 걸로 반납해야 하고 7km를 올라왔다면 7km만큼을 내려가는 걸로 책임져야 해요. 도시의 즉각성과 편의성에 너무 중독된 내게는 매우 힘든 일이예요.


 여자친구도 그래요. 어떤 여자의 남자친구...공식적인 남자친구가 된다는 건 힘든 일이예요.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몇몇 단면만들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그녀가 가진 모든 면...총체를 상대해야만 하니까요. 그건 매우 힘든 일이거나 불가능한 일이죠. 육아가 힘든 일이라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요.



 3.마찬가지로 여행도 캘리포니아의 어느 식당에서 식사하거나 스페인의 어느 해변을 걷다가 '이젠 좀 짜증나네. 그만할래.'라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즉시 그만둘 수 없잖아요? 돌아가야 할 아지트로 돌아가기 위한 부침을 겪어야만 하죠.


 그래서 어머니가 종종 여행을 권해도 나는 절대 같이 가지 않아요. '어머니는 여행을 좋아하니까 여행을 가면 돼요. 나는 여행을 싫어하니까 여행은 안 가면 되고요.'라고 대답하죠.



 4.휴.



 5.그러나 책임이 곧 관계예요. 관계가 곧 책임이고요. 연인이나 부모자식간 등...강한 관계를 맺으려면 강한 책임이 동반되는 거잖아요? 전에 썼듯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살아가는 남자는 어느날 휙 사라져도 아무도 찾지 않게 되죠. 아무리 책임이 싫다...싫다...라고 해도 결국 그러면 할일이 없게 돼요. 이세상의 대부분의 일들은 손댄 만큼 책임의 무게가 있는 거니까요.


 

 6.그야 비용을 많이 치르면...돈을 많이 쓰면 몇몇 책임들에서 면제될 수는 있겠죠. 그러나 그것은 '관계'는 아니예요. '구매'일 뿐이죠. 


 때로는 호텔에서 놀고 나서 아침에 일어나면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기분이 들곤 해요. 그야 일반적인 사람들은 호텔을 심하게 어지르지 않죠. 기껏해야 먹다 남은 음식들을 두고 떠나는 정도예요.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저분하지만.


 하지만 양아치들과 놀고 나서 체크아웃 직전에 일어나면?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예요. '이걸 정말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다 치울 수 있을까? 이렇게 난장판을 쳐놓은 걸 정말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긴 한건가?'라는 생각이요. 왜냐면 정말 '이녀석들 정신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질러 놓거든요. 호텔 방값은 말 그대로 호텔 방을 '빌리기' 위해 지불하는 돈이지 방을 빌려서 이렇게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 것까지 사기 위한 건 아닌 것 같거든요. 물론 내가 어지른 건 그것 중 3%도 되지 않지만...그래도요.


 그렇게 심하게 호텔방을 어지르고 떠난 날은 한동안 그런 생각이 계속 들어요. 지금쯤 그 룸은 다 치워졌을까...룸이 지저분하다고 해서 아주머니가 룸 하나 치울 때 특별 수당을 더 받는 것도 아닐텐데 너무 힘들게 만든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요. 물론 쓸데없는 생각이겠지만요.


 이걸 쓰는 이유는 때로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예요. 구매도 일종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거요. 용인되는 선이 그어져 있더라도 그 선에 아슬아슬하게 닿을 만큼 하는 건 좋지 않다...선을 그을 때, 용인되는 선보다는 훨씬 안쪽에 긋지 않으면 한 쪽에서 다른 한 쪽에게 일방적인 폭력을 가하는 것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이요.



 7.요즘은 또 어머니가 물어 왔어요. 혹시 부산에 가본 적이 있냐고요. 딱히 없다고 대답하자 부산이나 한번 갔다오지 않겠냐고 물어오셨어요. 그래서 좀 망설이다가 가보겠다고 했어요. 부산 센텀시티에 있는 찜질방에 가보고 싶었다고 말이죠. 웨스틴조선에서 묵고요.


 이렇게 대답하고 나자 이거 참 사람이 너무나 얄팍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에 아는 게 얼마나 없으면 부산까지 가서 고작 가고 싶은 곳이 센텀시티 찜질방과 부산 조선이라니...라고 말이죠. 부산에는 그보다는 개성넘치는 곳이 많을 텐데 말이죠. 왜냐면 찜질방이든 웨스틴조선이든, 그 두개가 다 서울에도 있는 거잖아요? 거기에 가기 위해 부산까지 갈 이유가 없어요. 아니, 부산까지 가서 거기에 갈 이유가 없어요.


 그러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똑똑한 사람인 것처럼 매번 지껄이곤 하지만 글쎄요. 사실 똑똑하다고 해봐야, '똑똑함만 가지고 산다면' 그 똑똑함은 방어기제일 뿐이라고요. 


 늘 느끼는 거지만...살 거라면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죽기도 전에 죽어있고 싶지 않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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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너무 많이 썼으니 이젠 다들 알겠죠. 월요일은 내가 신도림피스트에 가는 날이란 걸요. 같이 먹을 분은 점심이나 저녁 둘중 하나 편한 시간에 오세요. 사실 이거 목요일쯤엔 썼어야 하는 건데...또 당일치기번개가 되어버렸네요; 


 원래 쓰던 채팅방은 이제 오픈챗방이 되었으니...번개를 위한 채팅방을 그때그때 따로 만들거예요. 오실분은 여기로! https://open.kakao.com/o/gWBYralb


 써놓고 보니 점심은 이미 무리군요. 1시간밖에 안남았으니; 저녁시간 신도림피스트만 가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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