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일단 저로 말할 것 같으면, 터미네이터 1편은 비디오 테잎으로 봤습니다.

아마 국민(...)학생 때였을 거에요.

제가 볼 수 있는 등급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 시절에 뭐 그런 거 누가 따졌습니까. ㅋㅋㅋ


그리고 속편은 중학생 때 극장에서 봤습니다.


(지금 보니 참말로 90년대삘 가득하네요. ㅋㅋㅋㅋㅋ)


솔직히 열광했지요. 네 아주 그냥 막 신세계였습니다.

친구들끼리 '하스타 라 비스타 베이비'의 정확한 발음이 뭔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T-1000처럼 손바닥을 칼날 모양으로 세우고 팔을 직각으로 흔들며 뛰어다닌다거나. 뭐 이것저것 장면장면 다 따라하고 농담으로 삼고 그랬던 기억이 선명해요.


근데... 이로부터 대략 10여년이 흐른 뒤. 어쩌다가 1, 2편을 다시 몰아보고 나서는 느낌이 많이 달라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2편이 참 잘 만든 영화인 건 맞는데... 세월이 흐른 관계로 개봉 당시에 바로 접하며 느꼈던 비주얼 쇼크도 말끔히 사라지고, 액션의 스케일도 요즘 기준으로 레알 소박한 느낌이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다시 보니 뭔가 '참말로 매끈하게 잘 만든 사족'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터미네이터 1편은 뭐가 어쨌든 간에 분명히 깔끔하게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이야기였거든요.

거기에서 그렇게 후일담을 끄집어낸 건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꼭 필요한 이야기까진 아니었다... 싶구요.


또 사실 2편은 여러모로 1편의 희석 버전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T-1000이 아무리 뿅가게 멋져도 일단 상대가 주지사님이다 보니 1편만큼의 긴장감과 처절함은 살려내질 못 하구요.

주지사님과 코너 모자의 교류는 꽤 근사했지만 그래도 1편의 카일 리스와 사라 코너가 보여준 격렬한 감정들에 비하면 좀 무딘 느낌입니다.

뭣보다 유머가 많죠. 그게 장점이기도 하지만 전 1편의 바삭바삭 건조하고 공포스런 분위기가 더 취향에 맞았어요.


전 아직도 1편의 경찰서씬이 이 시리즈의 액션들중 가장 근사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에야 비슷한 연출이 흔하지만, 당시 영화에서 주인공이 경찰서에 들어가 있으면 안전해야한단 말입니다?

그런데 만남을 거부당한 주지사님이 '아윌비백' 한 마디 남기고 자동차로 정문을(!!!) 뭉개고 들어가 쑥대밭을 만들어버리는 그 압박감은 당시로선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몸을 숨긴 채 유리창 밖으로 지나가는 주지사님의 실루엣을 보며 덜덜 떠는 사라 코너의 모습에 얼마나 이입을 했던지. ㅋㅋㅋ 반면에 2편의 '아윌비백'은 뭐 그냥 '그걸 이렇게 변주하네? ㅋㅋ' 라는 정도 이상은 아니었어요.


아... 이 쯤에서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T1이 T2보다 우월한 영화다. 이런 얘기는 아닙니다.

그저 T1이 제겐 T2보다 훨씬 맘에 드는 영화였다는 얘기죠.

그리고 그래서 이 뻘글의 결론은 뭐냐면...


1편 다시 보고 싶네요.

iptv에 있긴 할텐데 한 번 검색이나 해 봐야겠습니다. ㅋㅋㅋ




사족: 3편은 뭐. 당시에 쏟아졌던 무시무시한 비난에 동참할 정도로 싫진 않았지만, 그냥 가볍게 한 번 보고 잊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속편들을 안 보게 되었죠. ㅋㅋ 올해 새 영화 개봉 전에 한 번씩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그렇게 보고 싶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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