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곶감)

2019.05.28 04:39

안유미 조회 수:429


 1.휴...월요일 밤이네요. 마감중이지만 나갈까 말까...미친듯이 고민하고 있어요. 



 2.물론 이 고민에도 마감기한이 있죠. 한 12시쯤 넘으면 나가봤자 놀 시간도 별로 없으니 더이상 고민할 필요도 없을거예요. 하지만 나가고 싶다...이거죠. 책상 앞에 앉아서 일만 하고 있으니 뭐랄까, 나 자신이 깎여나가는 그런 느낌이 든단 말이죠.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고승덕처럼 쇠사슬로 나를 묶어놔야 하나...싶기도 해요.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오늘하루는 놀아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나...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9시인데도 졸립단 말이죠. 평소라면 절대 9시에 졸릴 리가 없는데 말이죠...오늘은 그냥 나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3.지금은 일기를 쓰다 말고 나가서 놀다가 이어서 쓰고 있는 중이예요. 이상하게도 나가서 밤공기를 마시는 순간 무겁던 어깨가 펴지고 갑자기 중력이 절반이 된 것처럼 몸이 가벼워지더라고요. 잠은 1도 안오고요.



 4.휴.



 5.나는 밤공기를 꽤나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밤공기를 좋아한다기보단, 밤공기가 머금고 있는 냄새 자체를요. 축축한 물방울이 떠도는 듯하기도 하고...스모그가 조금 섞여있는 것 같기도 한 음울한 냄새 말이죠. 


 

 6.오늘은 여러 곳에서 호객 문자가 왔어요. 평소보다 더요. 물론 와달라는 말은 잘 안해요. 그들 나름대로 세련된 호객 문자죠.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서 주말에 변호사를 만났어. 재판을 해야 해서 변호사비를 왕창 썼어...그래서 오늘은 기분이 우울해...' 뭐 이따위 문자들 말이예요.


 하지만 오늘은 연락을 안해온 가게에 갔죠. 왜냐면 누군가를 놀래켜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요. 그리고 끝까지 재밌게 놀 수 있었어요. 왜냐면 불경기잖아요. 가게가 끝날 때까지 손님이 나 말곤 아무도 안오더라고요.


 전에 썼듯이 사람은 싫어요. 그래서 나는 불경기를 좋아하죠. 불경기에는 원래부터 사람이 잘 안 오는 술집에 더더욱 사람이 안오게 되니까요.



 7.휴 지겹네요. 궁금하기도 하고요. 나는 정말 마감을 끝낼 수 있을까...라는 점이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오늘은 오랜만에 정말 재밌었어요. 왜냐면 원래 놀면 안되는 날인데 논 거니까요. 다른 때는 놀면 안되는 날, 놀아도 되는 날이란 게 따로 없거든요. 그냥 할 짓이 없으니까 노는 날들이니까요. 


 그러나 오늘은 오랜만에...불안한 마음을 안고 놀아본 것 같아요. 아주 오래 전에 수능 공부를 땡치고 보라매 공원에 갔던 어린시절의 어느날이 떠오를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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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진짜로...이번주 남은 날들동안 하루에 어마어마한 양을 작업해야 해요. 오늘 하루(월요일)가 날아갔으니까 오늘 하루 해냈어야 할 분량이 남은 날들에 분산되어서 얹어진 셈이죠. 단순계산만으로도요. 울고 불고 뒹굴어도 마감날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어요. 


 하여간 오늘은 오래 전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어요. 수능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나는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곶감을 하나씩 빼먹듯이 하루씩 놀곤 했던 나날들이요. 이렇게 놀아도 되나 불안한 마음이 들다가도 '오늘 하루는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거 말이죠.


 아니...기억이라기보단 감정일 수도 있겠네요. 기억은 그냥 쉽게 출력되지만,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이라는 건 비슷한 상황에 다시 놓여봐야만 또다시 느낄 수 있는 건가봐요. 귀중한 곶감을 하나 빼먹던 그 기분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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