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뭐 딱히 스포일러는 없구요.



 - 첫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은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격투 게임 제목이네요.

 예쁜 아내와 사랑스런 아들을 두고 자식 2호기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사는 게 왠지 다 좀 피곤하고 시들해진 듯한 팔콘 아재(...)가 오랜 친구에게 VR 격투 게임을 선물 받고 온라인 멀티 플레이에 접속하면서... 뭐 이런저런 일을 겪게 되고 친구와의 우정도, 아내와의 관계도 위기를 맞고 그러는 이야깁니다.


 전 게임은 좋아하지만 게임을 소재로 삼은(게임 원작 말구요)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신기하게도 그런 영화들 중에 정말 게임이란 걸 이해하고 이야기를 짠 경우가 지극히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걍 '뭐든지 벌어질 수 있는 사이버 세계' 정도로만 써먹으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그럴 거면 굳이 게임을 소재로 할 필요 없이 '가상 현실 세계'를 소재로 하는 편이 낫죠. '뭐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이미 컴퓨터 게임의 개념과 어긋나는 데다가 쓸 데 없이 비주얼적으로 게임 티를 내려다가 화면빨이 유치해집니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도 그런 함정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어요. 그게 많이 아쉬웠습니다.


 뭐 게임 덕후의 불평은 여기까지만 하구요.


 이 에피소드가 가장 희한하게 느껴졌던 건... 이야기의 기본 설정을 보나 이후 전개를 보나 장르를 코미디로 가져가는 편이 (좀 진부하더라도) 무난하게 어울렸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았다는 겁니다. 지금도 이 에피소드의 줄거리를 그냥 머리 속으로 정리해보면 시작부터 끝까지 영락 없이 코미디 영화거든요. 그런데 실물은 궁서체로 진지해요.

 각본가든 연출가든 바보는 커녕 아주 똑똑한 사람들이니 당연히 의도적으로 그랬을 텐데. 흠... 그런 선택으로 뭘 얻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뭐 '특별히 신선한 소재는 아니지만 그 소재의 디테일을 열심히 판다'는 측면에서 모범적인 블랙미러 스타일 에피소드라고 할 수도 있긴 하겠는데, 전 그냥 전체적으로 좀 어중간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 두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은 '스미더린'이고 이건 에피소드 속 세상에만 존재하는 그 세계 버전 페이스북 서비스의 이름입니다.

 왠지 인생이 쓸쓸해 보이는 모리어티랑 많이 닮은(...) 아저씨가 바로 그 '스미더린' 회사의 창립자와 직접 통화를 하고 싶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이번 시즌 세 에피소드 중에 가장 몰입하며 본 에피소드이긴 한데 동시에 가장 많이 난감했던 에피소드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길 하고 싶은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그래요. 괴상한 주장을 해서 그런 게 아니라, 반대로 메시지가 너무 단순 투박 직설적이면서 격하게 상식적이어서 오히려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SNS 중독의 위험성? 운전 중에 폰 보지 말자? 네네 당연하죠.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구요. ㅋㅋㅋ

 주인공의 행동도 좀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뭐라도 붙잡고 싶고 무슨 짓이라도 해 보고픈 상황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게 얼핏 봐도 철저하게 쓸데가 없는 데다가 결말까지 보고 나도 여전히 쓸데가 없단 말이죠. 게다가 굳이 그런 짓 하지 않아도 원하는 걸 얻을 방법이 충분히 있었을 것 같고. 


 암튼 뭐... 사실 이야기 속 주인공 본인도 자신의 이런 행동이 사실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고 있는 티를 내는 걸 보면 애초에 작가의 의도가 '어쩔 방법이 없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쳐도 그게 아... 음...;;;


 부분부분들은 꽤 좋은 장면도 있었고 또 위에서도 말했듯이 주인공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하기는 편해서 결말 거의 직전까지 재밌게 보긴 했는데.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역시... 이게 참 애매하네요. ㅋ



 -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목은 '레이철, 잭, 애슐리 투' 입니다. 앞의 두 이름은 주인공 자매의 이름이고 마지막은 극중에 등장하는 인기 가수 '애슐리'의 음성과 성격을 반영한 인공지능 스피커(가동되는 팔, 다리도 붙어있지만 별 의미가 없어서 ㅋㅋ)의 상품명입니다. 지금 사람들에게서 '시리즈 역대 최악의 에피소드'라는 평을 받고 있지요.


 그게 그럴만도 해요. 이건 그냥 어린이(or청소년) 모험물이거든요. 80~90년대에 많이 쏟아져 나왔던 티비용 어린이 모험극들 있잖아요. 특히 주인공들이 '신기한 장난감'을 줍는 걸로 시작하는 류의 이야기들. 어두컴컴한 음모와 악당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블랙미러스러운 부분은 딱 거기까지이고 그 외엔 그냥 거의 모든 부분이 어린이 모험 환타지에 가깝습니다. 애초에 블랙미러 에피소드들 중에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들이 꽤 많긴 했지만 이 에피소드만큼 대놓고 막 나가는 경우는 드물었고. 왜 그런 어린이 영화를 보면 꼭 나오는 장면 있잖아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애들이 어렵고 난해한 기계를 붙들고 앉아서 천진난만하게 아무 버튼이나 막 눌러대면 진지한 악당들이 우루루 몰려오다가 다 나가 떨어지는 액션. 이 에피소드는 시작부터 끝까지 그런 식의 액션으로 전개가 됩니다. 뭐 그런 장면 보며 깔깔대고 웃는 것도 재미가 있을 순 있겠지만 '블랙미러'가 그동안 만들어온 스스로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팬들이 빡치는 것도 이해가 가죠. 가뜩이나 시즌 에피소드가 셋 밖에 안 되는데 그 중 하나이자 마지막 에피소드가 이런 식이니. ㅋㅋ


 마일리 사이러스라는 가수에 대해선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바가 없어서 이야기 속 캐릭터와 얼마나 싱크로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뭐 특별히 그 분이 이 에피소드에 나쁜 영향을 준 건 없어 보이구요. 극중에서 나오는 노래들이 다 별로이긴 한데 그게 이 분 탓은 아니겠죠. 주인공 자매는... 그나마 이 에피소드의 좋은 점입니다. 두 캐릭터 다 공감할 수 있고 귀엽고 예쁘고 그래요. 


 그 외엔 할 말이 없네요.


 나름 좋아하는 시리즈라 기다리고 기대했는데 결과물이 영 맘에 안 들고. 이래서 다음 시즌 나올 수는 있겠어? 싶어서 좀 슬프긴 한데 뭐 어떻게든 되겠죠.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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