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요전에는 차이나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차이나는 접대에 꽤나 목숨건 회사를 다니는 모양인지, 접대의 비용이나 규모가 매우 컸어요. 


 차이나는 '이봐 형. 회사에서 법인카드를 내게 맡겼어. 오늘은 내가 쏠테니 지난번 형이 쏜 곳으로 오라고.'라고 했어요. 남의 돈으로 먹는 거니 부담없이 얻어먹어도 되겠다 싶어서 갔어요.



 2.한데 그곳에 가보니 의외인 점이 있었어요. 차이나가 회사에서 받은 법카로 '접대해야할' 사람이 보이지 않고 차이나 혼자만 있는 거예요. 나는 차이나가 접대해야할 사람이 당연히 거기 있고, 거기에 내가 낑겨가는 걸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왜 아무도 없냐고 묻자 '오늘 접대해야할 절대갑은 이미 가버렸어. 여길 예약해둔 김에 그냥 온거야. 취소하기도 미안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알리바이로 삼을 '절대갑'이 없어서 약간 불안했지만...뭐 적당히 마시면 괜찮겠지 싶어서 놀기 시작했어요.



 3.차이나에게 있어 이 술자리는 무려 5차라고 했어요. 듣고 보니 그 절대갑이란 사람이 접대를 받다 말고 나가떨어질 만도 했어요. 어쨌든 접대를 하면 5차쯤은 기본으로 나가는 회사고 차이나에게 법카를 일임했다고 하니...걸릴 일은 없겠다 싶어서 재밌게 놀았어요. 이쯤에서 그러나가 나와야겠죠.


 그러나...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시키고 또 시킨 술들의 가격을 계산해 보니 이건 그냥 넘어가주지 않을 것 같아서요.



 4.휴.



 5.아 그야 물론, 그냥 넘어가 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냥은 절대 넘어가주지 않을 것 같았어요. 회사에서 조사를 한번 해보거나, 아니면 그 '절대갑'이라는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정말 그 술집에서 그렇게 쓴 건지'넌지시 캐물어볼 것 같았어요. 그랬다간 차이나는 큰일나는 거고요. 


 이 상황을 어째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직원이 와서 차이나는 술이 취해서 그냥 가버렸다고 했어요. 계산은 물론 이미 했고요. 



 6.그래서 일주일 내내 궁금했어요. 차이나는 그렇게 카드를 긁어놓고 회사에서 걸린 걸까? 아니면 걸리지 않은 걸까? 하는 점이요.


 그야 차이나는 회사에서 그걸 들켰다고 해도 내게 연락해서 하소연할 사람은 아니긴 해요. 그래서 다음번 만날 때까지 일주일 가량 기다렸어요. 그리고 일주일 후에 만나 물어봤어요. 대체 어떻게 됐냐고요. 그러자 '아아, 그거말이지...형이 궁금해하고 있을 줄 알았어.'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7.'내가 간이 좀 작아서 말이야. 그 술값은 그냥 내 카드로 냈어.'라고 말하는 차이나에게 경악했어요. 그건 내가 미안해질 정도의 가격이었으니까요.


 '아니...그래도 어지간하면 걸리지 않지 않았을까? 아니면 일단 법인카드로 계산했다가 걸리면 그때 네 돈으로 채워넣으면 되잖아.'라고 묻자 '하하, 아직 회사에 막 들어간 참이라서 조심해야 돼. 위험을 감수하고 법카를 긁는 것보다는 내가 계산하는 게 안전할 것 같았어.'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런 점을 보면 차이나의 자기관리는 대단한 것 같았어요. 법카도 절대 함부로 안 긁고, 그렇게 미친듯이 마신 다음날도 똑바로 출근을 하다니 말이죠. 차이나가 '게다가, 법카로 쏜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형은 내게 얻어먹지 않을 거란 말이지.'라고 말하는 걸 보니 그는 애초에 법카를 긁을 마음도 없었던것 같았어요. 그가 보여준 영수증에 아예 처음 계산 분부터 그의 카드로 되어있던 걸 보면요. 처음의 계산 분까지는 나름 안전권의 가격이었거든요. 회사에서 의심받을 것 같지 않은 가격 말이죠.





 --------------------------------------------------





 어쨌든 요즘은 솔플만 하는 것보다는 사람이랑 만나서도 술집을 가곤 해요. 그러면 의외로...재미도 있고요. 


 한데 사람들이랑 가면 아무래도 나도 다음날을 신경쓰게 돼요. 다음날 출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놀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사실상 다른사람과 미친듯이 마실 수 있는 날은 금요일뿐이죠.


 하지만 이번 주는 딱 중간에 휴일이 있어줘서 좋네요. 수요일날도 미친듯이 달릴 수 있을 거니까요. 수요일날을 위해 오늘은 쉬면서 파워를 모아야겠는데...이따 잇텐바리나 같이 가볼 분 없나요? 홍대에 있는 곳인데 토리나베를 팔고 있어요. 관심있으신 분은 쪽지보내거나 여기로. 엔빵하져. https://open.kakao.com/o/gJzfvBbb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1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5
123206 이번 주에 읽을까 하는 책. [4] thoma 2023.05.15 302
123205 피식대학에게 토크쇼의 미래를 묻다 [11] Sonny 2023.05.15 817
123204 '중이층' 이란 무엇입니까 [8] 2023.05.15 642
123203 [웨이브바낭] 슝슝 하늘을 나는 어린이의 친구 로보-캅! '로보캅3' 잡담입니다 [17] 로이배티 2023.05.14 366
123202 이번 이강인 역제의 오역 해프닝 보다 든 생각 [5] daviddain 2023.05.14 290
123201 Dreams that money can buy를 5분 보고 daviddain 2023.05.14 147
123200 넷플릭스 ‘택배기사’ : 유치함이라는 허들 (스포) [3] skelington 2023.05.14 661
123199 '천사는 침묵했다' 읽고 잡담. [7] thoma 2023.05.14 274
123198 프레임드 #429 [4] Lunagazer 2023.05.14 103
123197 [웨이브바낭] '로보캅2'를 봤어요 [16] 로이배티 2023.05.14 381
123196 연극 오셀로를 보고 Sonny 2023.05.14 187
123195 페미니스트 남자에 대해 [11] catgotmy 2023.05.14 704
123194 귀찮아서 이런 생각이 [2] 가끔영화 2023.05.14 146
123193 남한테 기억 되기 [1] 가끔영화 2023.05.14 142
123192 모르고 지나쳤던 명작, 이번엔 애니 [6] LadyBird 2023.05.14 511
123191 [넷플릭스] 택배기사, 2회까지 본 소감은.... [6] S.S.S. 2023.05.13 629
123190 러브 미 이프 유 데어 (2003) catgotmy 2023.05.13 180
123189 프레임드 #428 [4] Lunagazer 2023.05.13 98
123188 나겔스만이 토트넘 감독 후보에서 아웃/감독 찾기 47일 [3] daviddain 2023.05.13 153
123187 [웨이브바낭] 저렴한 장르물 셋, '마더 앤 머더', '프레이: 인간사냥', '극장판 카케구루이3' 잡담 [2] 로이배티 2023.05.13 29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