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학부 졸업논문...

2019.08.20 15:38

가라 조회 수:803

논문 얘기 나오니 떠오른 바낭입니다.


요즘에는 학부 졸업논문 어떻게 쓰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졸업논문 쓸때는 요식행위 였습니다.


보통 4학년 여름방학때 지도교수 배정 받아서, 교수님이 주제 정해주면 그중 적당한거 골라서 해외 논문 번역해서 짜집기 하고, 국내 논문 짜집기 해서 문헌조사해서 적당한 논문 하나 내면 끝이었습니다.

교수님이 좀 신경 써주면 몇번 리뷰해서 지적 받으면 수정하고..

전혀 신경 안쓰면 제출하면 슥 보고 왠만큼 엉망 아니면 패스시켜줬죠.


학과 교수님들은 대충 성향을 알잖아요.. 그래서 지도교수 배정은 뽑기로 했어요.

그런데, 대학원 진학 예정인 친구들은 자기 전공에 맞춰 이미 랩으로 출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기 많은 교수님은 자리가 몇개 없어서 치열했죠.


하여튼, 저는 뽑기운도 없었는지라 제일 소문 안 좋은 교수님에게 배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졸업예정자 네명이서 교수님께 인사드리러 갔는데..

교수님이 그래, 내일부터 출근해야지? 하더라고요.

졸업논문 쓰러 자기 랩에 매일 출근하래요. 

다른 교수님들은 주제 던져주고 언제까지 초안 보내라.. 이러는데...


당연히 저희는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데 랩에 출근을 왜 하나요? 저희가 대학원 갈것도 아닌데? 라고 반문 했고..

결론은 교수님은 저희한테 졸업을 꽁으로 할셈이냐.. 논문 쓰는게 만만해 보이냐.. 라면서 혼을 냈어요.

하지만 저희도 곧 졸업을 앞둔 예비역들인데, 교수가 압박한다고 순순히 출근할 위인들이 아니었지요.

다른과에서도 그렇고 취업준비생들이 졸업논문 쓰려고 방학때 매일 랩 출근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교수님이 어디 추천서라도 써주실거냐? 우리도 토익 학원 다니고 면접 준비도 해야 하고 할거 많다..라면서 대들었고.. 결국 교수님은 나가! 니들 같은 애들은 졸업 시키면 안돼! 라며 쫒아냈습니다.


그길로 우리는 학과장을 찾아갔고... 학과장은 한숨을 쉬더니 자기가 얘기해볼테니 일단 돌아가라고 하더군요.

결국 저희는 뿔뿔히 흩어져 다른 교수님들한테 한명씩 배정 되었고...

다들 그러듯이 '문헌조사를 통한 논문'을 써서 패스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교수님이 가르치는 분야도 저물어가는 분야였고, 성격도 안 좋아서 우리 학교 출신들이 아무도 그 교수님 랩으로 대학원을 안갔습니다. 랩에 두명 있는데 모두 타교 출신이었고...  그러니 만만한 학부생들 여름방학때 부려 먹으면서 자기 랩으로 진학하라고 압박해볼 생각이었던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음해에도, 그 교수님으로 배정 받은 후배들이 똑같은 상황에서 반발하고 '선배들이 학과장님한테 가서 해결했대!' 라고 해서 학과장님 찾아가서 다른 교수님들에게 배정 받고... 해당 교수님은 그 다음해부터는 학부생들에게 방학때 랩에 출근하라는 얘기를 안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신에 논문을 계속 빠꾸 놔서 여전히 후배들에게 인기는 없었다고...)


지금은 정년퇴직한지 한참 되었다고 하던데..  

요즘 학부 졸업논문은 제대로 쓰게 바뀌었을까? 궁금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1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7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67
123241 외국남자를 만나는 여자. [27] 기역니은디귿 2011.09.17 6202
123240 실패했습니다. [24] 엠엠엠 2015.07.13 6201
123239 아기 욕조 사건 [10] 자본주의의돼지 2013.09.05 6201
123238 달빛요정 이진원씨.. [73] 형도. 2010.11.06 6200
123237 음악중심 사고쳤네요.ㅎㅎㅎ [9] 자본주의의돼지 2013.04.20 6198
123236 웃기게 생긴 에밀리 블런트 [9] magnolia 2012.08.03 6197
123235 로이킴 표절논란도 타블로 사태와 비슷하게 가네요. [20] 말줄임표 2013.07.20 6196
123234 근데 개고기 맛있나요? (이럴 때 저도 폭발 댓글 한번 경험해 보고 싶어요) [45] 루이스 2011.06.27 6195
123233 <방자전> 보고 왔어요(스포일러 가능성 있습니다). [10] 나미 2010.06.05 6195
123232 과외교사-제자 살인사건 진실은 정말 미미여사 소설보다 끔찍하네요. [10] poem II 2013.08.08 6194
123231 성폭행씬, 여배우 동의없이 찍은 베르톨루치 감독을 보니.... [51] 경대낭인 2016.12.04 6193
123230 “상담원 새끼가,대한민국 의대 교수가 우습냐?” [28] ML 2014.05.28 6193
123229 그럼 재미있는 프랑스 영화는? [45] DJUNA 2010.08.08 6193
123228 [넷플릭스] 제대로 된 작품하나 올라왔네요. [6] LadyBird 2019.12.01 6192
123227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는 방법 입니다. (여성편) [16] 다펑다펑 2013.01.16 6192
123226 35th Golden Raspberry Awards Winners [8] 조성용 2015.02.22 6191
123225 드라마 스카이 캐슬 실제 촬영지 [18] Bigcat 2018.12.23 6190
123224 이런 크기의 바퀴벌레가 존재할 수 있나요? [19] kct100 2013.08.11 6190
123223 이상은씨 좀... [42] 달빛처럼 2010.07.22 6190
123222 남자 운동할때 쓰는 유두가리개가 있습니까? 있다면 어디서 구입하나요? (조금 무서울 수 있는 사진 있습니다) [18] buendia 2013.02.05 618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