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연히 제 facebook에 뜬 그 분의 글을 읽었는데, 참 읽어볼만 하더군요. 이 정도로 생각을 표현할 능력이 없는 제가 감히 허락 없이 가져와 봅니다.


"‘지금 중요한 건 검찰개혁이다!’ 아마 가장 최근의 구호인 듯한데, 참 맹랑한 프레임이다. 구호는 ‘조국 반대’와 ‘검찰개혁 반대’를 등치시키며, 조국을 반대하는 시민들을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것처럼 몰아간다. 대체 누가 검찰개혁을 반대한단 말인가? 대부분의 시민은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그중 상당수는 아예 한국 검찰이 ‘인가 난 조폭’이라고까지 생각한다. 현재 논점은 ‘검찰개혁이 필요한가?’가 아니다. 검찰개혁이 필요한데 ‘적임자가 누구인가?’이다. 당연히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적절한, 개혁의 대상인 검찰조차 쉽게 부정하기 어려운 수준의 정당성과 신망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그 점에서 많은 시민은 ’조국은 부적절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검찰개혁을 망가트리는 건, 그런 여론을 무시한 채 임명을 강행하고, 매일같이 추가되는 ‘부적절의 근거들’을 가짜뉴스라 눈감음으로써, 개혁의 대의와 에토스를 갉아먹는 사람들이다. 애초부터 그들이 할 수 있는 검찰개혁이란 시민이 열망하는 그것이 아닌, 기껏해야 진영논리에 입각한 ‘검찰 길들이기’였을 것이다. 이제 그들은 그마저도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한 시절 저항 세력이 시간이 흘러 새로운 기득권 세력으로 변해가는 일은 역사에서 흔히 반복되는 풍경이다. 386의 특별함은 기존 기득권 세력을 넘어서는 기득권 세력이 된 후에도 저항 세력으로서 자의식을 고스란히 유지한다는 점에 있다. 그들의 그런 모순적 정체성이 현실 인식에서 파탄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조국이 왜 이렇게까지 비난받는지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삶의 철학과 교육 철학에서 조국과 일치하는 그들에게 조국은 저항의 선두에 서서 고통받는 동지일 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분노를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사회 모순의 실체를 모르는 철없고 이기적인 아이들일 뿐이며, 모든 건 가짜뉴스의 폐해다."


"합법적이지만 비윤리적일 수 있고 윤리적이지만 염치없는 일일 수 있다. 법은 윤리에 못 미치고 윤리는 염치에 못 미친다. 염치가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염치는 논리나 이성이 아니라 ‘미의식’에서 온다. 염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 추해지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사유재산권의 자유로운 처분에 기초한 경쟁 체제’(하이에크의 표현)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질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최대치를 좇는 삶은 법과 윤리에 위배되지 않는다. 우파의 염치는 그걸로 족하다. 그러나 좌파는 그런 삶을 ‘염치없어’ 한다. 좌파에게, 가질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최대치를 좇는 삶은, 가질 수 없고 누릴 수 없는 더 많은 사람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에 결코 아름답지 않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건 ‘진보적’ 중간계급 인텔리의 행태다. 의외라거나 특별해서가 아니라, 이른바 ‘중간 계급의 이중성’을 참으로 ‘교과서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그들의 욕망과 계급적 이해는 물론 ‘조국 지지’에 부합한다. 그러나 ‘빠’처럼 경박할 순 없다. ‘비판적 지지’(한계가 있지만, 현실적 최선이라는 그들의 애용 논리, 특히 대선에서 전면화한다)가 기본 태도가 된다. 그러나 조국이 ‘조로남불’의 조롱거리가 됨으로써, 그들은 조국 지지의 새로운 핑계를 찾아야만 하게 되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검찰의 지나친 행태에 조국 지지를 결정했다’는 논리다. 상대가 상사인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인데다, 사모펀드의 전모 파악에 필요한 수사 분량이나 시간만 고려해도 과연 검찰이 지나친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설령 지나치다 치더라도, 그게 조국의 ‘적임자 아님’을 부정할 이유는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적임자로 교체’가 훨씬 더 합리적이다. 즉 그들의 논리는 합리성과 거리가 먼 일종의 ‘논리적 야바위’다.

인텔리가 책을 읽고 공부하고 강의하는, 지적 생활을 지속하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지성적 삶을 위해서다. 인텔리에게 제 중간 계급으로서 욕망과 계급적 이해를 대상화하는 능력은 지성의 가장 중요한 기초다. 그러나 한국의 ‘진보적’ 인텔리의 경우, 지적 생활은 제 욕망과 계급적 이해와 거의 전적으로 일치한다. 평소엔 전혀 드러나지 않지만, 지금처럼 필요한 순간에는 노골적이고 이악스럽게 드러난다. 신좌파, 포스트 구조주의, 중국사상, 한국문학, 페미니즘, 신학 등 온갖 지식이 징발되고(혹은 폐기되고), ‘성찰적 비판’이 ‘교조적 순수주의 비판’으로 둔갑하는 풍경은, 교과서적일 뿐이지만 그래서 더 새삼스러운 구경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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