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조나 힐도 공동 주인공이에요. 가브리엘 번도 나옵니다. 심지어 샐리 필드 여사님도 나오시지요. 하지만 어쨌든 요즘 가장 핫하신 게 엠마 스톤님이셔서 제목을 저런 식으로 붙였고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미국이긴 한데 시대 배경이 좀 괴상합니다. SF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시각적으로 미래 느낌은 거의 없고 오히려 복고 느낌 가득한 미국... 암튼 배경은 그렇구요. 

 1화의 주인공은 '오언'이라는 남자입니다. 갑부집 자식이지만 조현병이 있어서 가족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떨어져 살죠. 늘 세상엔 음모가 있고 자신만 그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중얼중얼... 당연히 이것저것 마음의 상처가 깊겠죠. 사랑 없는 식구들. 망해버린 첫사랑 등등. 뭐 그러다가 이유를 알 수 없게 엠마 스톤의 외모를 가진 여자에게 이끌려서 이리 헤매고 저리 헤매다가 결국 수상쩍은 제약회사의 신약 실험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됩니다. 신기한 알약과 인공 지능 컴퓨터가 펼쳐주는 가상 현실 체험을 통해 망가진 마음과 정신을 말끔히 고쳐준다네요.

 그리고 2화로 가면 '애니'라는 여성으로 주인공이 바뀝니다. 엠마 스톤의 얼굴을 한 그 여자겠죠. 역시 인생이 피폐합니다. 사회 부적응에 친구도 (거의) 없고 가족들과 아주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직은 구체적으로 모르겠는 가운데 아빠는 이유를 알 수 없게 괴상한 기계 속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아요. 헛헛한 맘을 달래보고자 이것저것 마약류에 손을 대다가 어떤 제약 회사 아들에게서 얻은 정체불명의 약에 꽂혀서 그 약을 더 구할 방법을 찾다가 결국 그 수상쩍은 제약회사의 신약 임상 실험 프로젝트에 자원하게 됩니다. 그래서 2화의 마지막은 1화의 마지막과 연결이 되고 3화부터는 둘의 이야기가 함께 이어지겠죠.


 근데... 사실은 주인공이 좀 더 있습니다. 그 수상쩍은 제약회사의 연구원들인데요. 한 명은 지나치게 목소리가 좋지만 멘탈이 바삭바삭한 위태로운 남자로 이 프로젝트의 리더이구요. 다른 한 명은 인공 지능을 개발해낸 일본인 여성... 뭐 이 사람들 얘기는 그만할래요. 그래서 도입부 요약은 여기까지.



 - 시대 배경이 좀 특이합니다. 엄연히 현실의 미국이 배경인데 현재에도 없는 테크놀로지가 당연한 듯이 막 등장하니 근미래 정도라고 생각해야할 것 같은데, 사람들은 모두 아직도 볼록 티비와 VHS 비디오 테이프로 영상을 봐요. 확실하진 않지만 스마트폰은 커녕 그냥 핸드폰도 등장하지 않았던 것 같고, 크리스마스 트리 전등처럼 점멸하는 등이 잔뜩 붙어 있는 거대 컴퓨터가 등장해서 끼릭끼릭 소리를 내며 두루마리 종이로 자료를 뱉어내고 뭐 그럽니다. 길거리엔 월E 양산형처럼 생긴 청소 로봇이 돌아다니는데 덜덜거리는 80년대 스타일 물건이고 성능도 구려서 길 틈새에 끼면 빠져나가지도 못 하고 그래요. ㅋㅋ 대략 60~70년대 영화 속에서 상상하던 21세기의 모습 같은 느낌이고, 그래서 마치 현재를 그린 오래 묵은 SF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그게 나름 큰 매력 포인트였네요.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나니 그게 뭔가 좀 핑계 같은 게 아니었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어차피 본 게임에 들어가면 이 드라마는 과학 같은 건 저 멀리멀리 내던지고 질주하는 환타지라서요. 뭐 그래도 요즘 세상에 보기 힘든 30~40년전 스타일의 SF 설정들이 튀어나오는 걸 21세기 때깔로 구경하는 기분은 괜찮았어요.



 - 드라마의 전체적인 인상을 얘기하자면... 40분 내외로된 에피소드 열 편이 이어지는 구성인데, 대략 앞쪽 절반 정도는 아주 좋았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독특한 세계관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두 주인공의 마음 속 상처에 관한 이야기도 - 좀 극단적이라 공감까진 힘들어도 - 충분한 연민을 자아내구요. 다들 좀 과장되게 비틀려있는 조연 캐릭터들도 재밌고 또 전체적으로 연기의 질도 높아요. 두 주연 배우는 물론 두 노땅 배우들도, 그 외의 비중있는 조연들도 다들 적당히 과장되면서도 상당히 보기 좋게 연기를 잘 해 줍니다. 그러니까 스타트는 아주 훌륭했지요.


 그런데 이제 중반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하면 그게 엄... 좀 난감합니다. 주인공들이 치료를 위해 가상 현실 속에 들어가 이런저런 일을 겪게 되는데, 그게 주인공들의 트라우마와 멘탈과 연결되는 에피소드들이라는 건 알겠지만 매번 좀 쌩뚱맞고 결정적으로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현실에서 전개되는 두 박사들의 이야기는 아무리 봐도 별로 안 중요한 이야기를 수박 겉핥기로 해치우는 느낌이었구요. 그래서 중반부터 막판까지 점점 흥미가 떨어지는 걸 참아내며 '결말을 보여다오!!'라는 마음으로 완주했죠. 


 다행히도 결말은 괜찮았습니다. 사실 결말만 떼어 놓고 보면 정말로 맘에 들었습니다만, 그렇다고해서 그 전의 지루했던 분량이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닌지라.



 - 그래서 빠른 결론을 내리자면, 엠마 스톤이나 조나 힐의 팬이라면 보시고 아니면 안 보셔도 큰 아쉬움 없을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엠마 스톤을 좋아하신다면 지루한 부분까지 감내하면서 끝까지 달려보실만 해요. 캐릭터도 좋고 엠마 스톤의 연기도 좋고, 또 가상 현실 덕에 엠마 스톤이 계속해서 다른 캐릭터로 변신하는 걸 구경하는 재미도 있구요. 그 와중에 몇몇 역할에선 아주 예쁜 옷을 입고 폼나는 일들도 하고 다니고 그러거든요.

 하지만 우울증이나 조현병, 현대인의 고독 같은 무거운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듯 하다가 막판에 해결책이라고 던져주는 게 넘나 나이브하니 좀 맥빠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구요. 또 중반부터 9화까지의 전개는 아무리 호의적으로 봐주려고 해도 잘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이래요. 좋은 배우들이 나와서 진지하게 연기하지만 근본적으로 90년대 휴먼 코미디스럽게 나이브한 이야기입니다. 독특한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과시하지만 그게 이야기의 주제랑 깊이 연결되지는 않구요. 전체 이야기 분량 중 거의 절반을 길을 잃고 헤매죠. 그래서 추천해드리진 않습니다. 하지만 결말과 마지막 장면은 제 맘엔 아주 좋았다는 거. ㅋㅋ


 그럼 이제 사족으로.




 -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꽤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옛날 드라마 '앨리 맥빌'에 나오던 무적의 변호사 '존 케이지'라는 인물과 닮았어요. 그 양반의 젊은 버전 같은 느낌? 선량하긴 한데 정서적으로 몹시 불안정하고 세상과 못 어울리는 성격... 말고도 말투도 비슷하고 차림새도 비슷하고 그래서 정겹더군요. 그리고 이 남자는 또 약간은 영화 '브라질'의 주인공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일단 묘사되는 세계의 모습이 좀 닮기도 했고 거기에서 순박하고 세상 적응 못 하는 남자가 '환상의 여인'을 만나 더더욱 인생 꼬이는 식의 전개도 닮은 느낌이었구요.



 - 등장 인물들이 시종일관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워댑니다. 길에서도 피우고 사무실에서도 피우고 주방에서도 피우고 연구실에서도 피우고 심지어 관짝(...) 형태로 된 좁아 터진 수면 캡슐 안에 들어가서도 담배를 피웁니다. 사실 그 어떤 미술과 미장센보다도 이 부분에서 가장 '80년대스럽네'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특히 엠마 스톤 캐릭터는 나오는 시간의 1/3 정도는 담배를 물고 있는데 혹시 엠마 스톤이 비흡연자라면 엄청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 이 드라마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아니 엠마 스톤이 나오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그것도 2018년에 나왔는데 왜 아무도 얘기를 않지?'라는 호기심 때문이었는데. 끝까지 보고 나니 좀 이해가 가긴 합니다. 설정이나 표현 수위가 막 화제가 될 내용도 아니고 되게 막 나가서 뇌리에 박히는 이야기도 아니고 위에도 적었듯이 전체적인 이야기의 퀄도 좀 애매하구요. 하지만 엠마 스톤 팬이면서 훈훈한 휴먼 코미디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 보실만도 해요.

 드라마 소개에는 '블랙코미디'라고 적혀 있는데, 그런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아무리 봐도 이건 '블랙' 코미디는 아닌 걸로. ㅋㅋ



 - 엠마 스톤은 이 드라마 출연을 결정할 때 '연애질 없이 그냥 니 캐릭터가 주인공인 이야기'라는 설명만 듣고서는 각본도 나오기 전에 오케이 했다고 합니다. 그렇죠. 그런 캐릭터 만나기가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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