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캣츠 시사회평을 보고 의아했어요. 못 만든 영화라면 그냥 무시하거나 무난한 혹평을 가하면 될 텐데 왜 이렇게 창의력을 발산해 가며 비판하는지 말이죠. 기본적으로 서사는 별거 없을 거고 캐릭터는 다 만들어져 있고, 노래는 1급품인 원작인데 얼마나 괴이하게 만들었길래 이러나...싶었죠. 


 캣츠 뮤지컬을 안 보고 영화만 보고 쓰는 감상이예요.



 2.어쨌든 가서 보니 그냥저냥 열심히 만든 영화 같았어요. 비주얼에 대한 혹평은 글쎄요...그렇게 괴이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확실히 고양이도 사람도 아니고, 어떤 미친 과학자가 만든 사람과 고양이의 키메라 같긴 했지만요. 차라리 cg를 안 쓰고, 헤어스타일이랑 옷을 제대로 입혀서 분장만 시키면 어떨까 싶었어요. 아니면 아예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고양이로 데포르메 시키던가요. 사람 10-고양이 90으로 가던가 고양이 90-사람 10으로 갔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사람 50 고양이 50이니까 좀 이상했어요.


 그러나 영화를 보다보니 감독의 고충을 나름 이해할 법도 했어요. 노래만이 아니라 안무도 중요한 영화인데 이걸 아예 고양이로 데포르메시키면 그냥 고양이가 되어버리니까요. 군무나 이런저런 발재간을 부려야 하는 부분에서는 인체랑 비율이 사람의 몸이어야 춤이 제대로 표현되니까요. 음...사실 영화 만듦새에 대한 의문은 별로 없어요. 뭔가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고양이들이 노래부르다가 끝나는 거니까요.



 3.이야기에 대한 의문은, 이게 오디션인지 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무대만으로 판정한다면 우승자는 그 탭댄스 고양이여야 하잖아요. 춤도 노래도 다 되는 철도 고양이 말이죠. 한데 그리자벨라가 1등을 먹은 건 글쎄요? 냉혈한 한국 오디션이었다면 '그리자벨라씨, 지금 노래를 부르러 나온 거야 아니면 인생을 팔러 나온 거야? 인생팔이하러 온 거면 그만둬.'라는 소릴 들었을 걸요.


 그리고 두번째 생을 살러 간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가요. 올드 듀터러너미가 이 세계관의 대빵인 것 같은데 왜 맥케버티에게 털리는 거죠? 올드 듀터러너미는 제우스고 맥케버티는 하데스 같은 건가? 맥케버티가 전투력은 더 강하지만 신격은 올드 듀터러너미가 더 강한 걸까요? 대체 뭐지.



 4.휴.



 5.그래서 캣츠의 세계는 연옥이고, 연옥에서 충분히 속죄를 한 고양이가 천국에 간다는 개념일 거라고 결론내렸어요. 그러면 쌩쌩하고 춤 잘추는 다른 고양이들이 우승자가 아니라 그리자벨라가 우승자인 것도 납득이 가니까요. 거스는 그곳에서 꼰대짓을 하는 게 행복해 보이니 연옥에 남아서 계속 꼰대짓과 과거팔이를 해도 괜찮겠죠.



 6.개인적으론 빅토리아에게 뭔가 비밀이 있을 줄 알았어요. 이름부터가 승리자고, 영국 여왕이랑 같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남자들을 설레게만 하고 아무랑도 안 사귀고...딱히 천국가는 오디션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쯤에 '사실 나의 정체는...'이러면서 무언가를 밝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없더군요.


 물론 원작 스토리는 안 봐서, 영화 스토리만 보고 쓰는 거예요.



 7.마침 어제-금요일날에 차이나와 만나서 어떤 사장에 대해 얘기를 했어요. 한때는 최강이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권력을 많이 잃어버린 여사장에 대해 말이죠. 그리자벨라를 보니 차이나와 얘기한 그 사장이 떠올랐어요.


 그리자벨라는 그냥 천국으로 가면 되지만, 그 사장은 그럴 수 없다는 게 문제예요. 그녀는 아직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동안 남자들을 열심히 등쳐서 돈을 모아놓아야 하죠. 그리고 그건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해요. 우리들은 모두...죽을 때까지 이 연옥에서 살아야 하거든요. 심지어는 퇴물이 된 뒤에도 말이죠.


 인간은 퇴물이 되어서 약해지고, 한때 환영해주던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도 연옥에서 살아야 하는 거예요. 노후에 그리자벨라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는 열심히 살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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