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당 25분 정도 분량의 에피소드 12개로 구성된 드라마입니다. 이걸로 완결이구요.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주인공은 29세 일본인 남성. 만화가 지망생이지만 실력이 변변찮아서 피자 배달 알바를 하면서 혼자 삽니다. 그런데 사실 이 양반에겐 무시무시한 과거가 있으니 바로 어려서 훗카이도에 살던 시절 아동 연쇄 유괴 및 살해범에게 유괴되었던 적이 있다는 겁니다. 비슷한 시기에 잡혀갔던 다른 애들은 다 죽었지만 이 분은 뭔가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듯 한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 (쿨럭;)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시간을 돌리는 능력이 있습니다. 대략 5분 내외로만요. 그런데 그게 좀 웃겨요. 이게 본인 의지로 되는 게 아니라 일상 생활 중에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오는데, 그런 일이 발생하면 반드시 근방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겨요. 그래서 5분 전으로 돌려지면 '어디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텐데 어디지!! 어디냐구!!!' 라는 식으로 사방에 눈을 부라리며 돌아다니다가 뭔가 발견하면 막으면 되고 못 막아도 뭐 어쩔 수 없구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함께 장을 보고 오던 길에 또 이 능력이 발동이 되고, 그 덕에 엄마가 본의가 아니게 누군가의 어린이 유괴 시도를 막게 되는데, 그러자마자 그날 밤에 바로 (아마도 유괴범인 듯한 사람에게) 살해를 당하죠.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은 말도 못 하게 어리버리한 상황 대처 덕에 범인으로 누명을 쓰고 쫓기다가 경찰에 체포되려는 순간... 어린 시절, 자신이 유괴되기 며칠 전의 과거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영문은 모르겠지만 이렇게된 김에 내가 그 유괴범을 막아보이겠어!!'라고 의지를 불태우지만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보 수집도 어려운 80년대로 돌아가 초딩의 몸이 되었으니 그게 과연 잘 될까요...



 - 네 뭐 이런 걸 '루프물'이라고들 부르죠. 그 장르 맞습니다. '사랑의 블랙홀' 이후로 나온 이런 이야기의 작품들을 다 꼽아봐도 재밌... 겠지만 그런 게 불가능할 정도로 많이들 나왔고 특히 일본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죠. 

 워낙 흔하다 보니 대부분 이 '루프'에다가 이런저런 설정을 추가로 덧붙여서 이야기를 신선하게 보이게 만들려고 애를 쓰는데... 문제는 루프물이란 설정이 추가되고 복잡해질 수록 이야기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애초에 '쌩뚱맞게 그 많은 지구인들 중 딱 한 명을 콕 찝어서 갱생시키기 위해 특정 조건과 주기로 시간을 되돌리는 존재' 자체가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한데 거기에다가 쪼잔한 게임 같은 설정들을 덧붙이게 되면 더 괴상해지는 거죠.

 그래도 어쨌거나 설정 자체가 재밌으면 이런 게 어느 정도는 용납이 되고 이 작품의 루프 설정도 나름 재밌습니다. 본인 의지와 관계 없이 갑자기 튀어나온다는 거, 그리고 짧은 시간만 되돌려지는 가운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스스로 루프의 이유를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거. 정말 말도 안 되지만 나름 괜찮은 스릴러 도구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 작품은 그런 거 절대 안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예 관심도 없어요.


 총 12화 중에 이 '과제 제시형 짧은 루프'가 등장하는 건 첫 화에서 두 번. 이후로는 아예 안 나와요. 네. 정말로. 혼또니. 단 한 번도 안 나오죠.

 그리고 드라마 전체의 개연성이 이런 식입니다. 눈 감아주세요.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좀 앞뒤 안 맞아도 이렇게해야 좋은 장면 나오지 않을까요? 설마 눈치채셨나요? 에이 설마... 이런 식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힘차게 달립니다. 하하하. 정말 감탄했어요.

 만화가 원작인 작품이고 그걸 드라마로 만들려고 이리저리 압축을 하다가 그렇게 된 게 아닐까? 라고 좋게좋게 생각해줄 순 있는데, 어쨌거나 전 원작을 안 봤고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으니 그런 사정은 생각해줄 필요 없겠죠. 그냥 '개연성 개판인 드라마'라고 정의해도 전혀 무리가 아닙니다.



 - 그럼 도대체 뭐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냐... 고 하면.

 80년대 일본 시골 마을의 아름다운 설경을 병풍 삼아 순수하고 용감한 어린애들이 모험을 벌이는 내용이 핵심이에요.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주인공이 교훈을 얻고 인생의 진리(...)를 깨닫고 하면서 성장하는 거죠.


 일단 위에서 언급한 개연성의 문제는 치워 놓고 각각 개별적으로 평가하자면, 어린 시절 파트는 나쁘지 않습니다. 나름 80년대 고증도 열심히 한 느낌이고 영상미가 되게 좋아요.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예쁜 화면들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그게 꽤 고퀄이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 가정 폭력이나 왕따 문제 같은 걸 소재로 등장시키면서 그걸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든 해결하고 극복해보려고 바둥거리는 모습에서 애틋한 느낌도 들구요. 심지어 연쇄 유괴 살인범 관련 스토리도 과거 파트에서는 나쁘지 않아요. 범인은 뻔하지만 그래도 '범인이 누구냐'보다 '과연 막을 수 있을까?'를 중점에 두고 전개되는 구조라 싱겁지도 않구요.


 문제는 성인(=현재) 파트입니다. 주인공이 좀 사회성이 떨어지는 놈으로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첫화부터 너무 바보짓을 하기도 하고. 주인공 외의 다른 등장인물들도 모두(!) 다 당최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는 납득 불가의 사람들이라 긴장감보단 어처구니 없음을 훨씬 자주 접하게 되죠. 특히 클라이막스의 대결은 진짜... 치트키를 쓰는 바보 vs 운만 억세게 좋은 허세 바보의 대결이랄까요. ㅋㅋㅋ 뭐 등장 인물들 꼴이 다 이 모양이니 드라마 측면에서 기대할 것도 없구요. 영상미는 여전히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것도 훗카이도의 설경을 병풍으로 깔고 전개되는 어린 시절 파트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 더 길게 쓰기도 뭐해서 일단 종합하겠습니다.

 영상미가 빼어나서 보기 좋고 듣기 좋은 드라마입니다. 장면 연출들도 대체로 무난해서 허우대는 멀쩡해요.

 하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가 개연성 제로라 선량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봐줄만한 가치를 찾기 힘들고, 누가 만화책 원작 일본 드라마 아니랄까봐 종종 중2병 오타쿠 갬성까지 작렬해서 시청을 힘들게 합니다. 결과적으로 다 견디고 이겨내서 다 보고 난 후에도 뭐 건질 건 없어요.

 그냥 시간 낭비 작품이니 다들 피해가시라... 고 무시해버리자니 어린 시절 파트의 나름 괜찮음이 눈에 밟히긴 하는데. 그래도 보지 마세요. 늘 하는 얘기지만 넷플릭스엔 볼 거 많습니다. ㅋㅋㅋ




 +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원작 만화책과 이 전에 먼저 나온 애니메이션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드라마만 놓고 하는 이야기라는 거.

 원작을 찾아볼 생각은 여전히 없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궁금하네요. 원작도 이렇게 구멍 투성이에 심지어 앞뒤가 안 맞는 모순되는 이야기였는지. 일본 내에서 평가가 꽤 좋았던 걸로 알고 있지만 그동안 일본 만화&게임 컨텐츠들을 이것저것 즐겨본 입장에서 그 동네의 호평은 제겐 아무 쓸 데가 없더라구요(...)



 + 넷플릭스로 본 일본 드라마는 이게 두 번째였습니다. 첫 번째는 '우주를 누비는 쏙독새'라는 괴이한 제목의 드라마였는데... 영상미나 연출은 이 작품이 훨씬 낫지만 다 보고 난 종합 소감은 차라리 쏙독새 쪽이 낫네요. 그것도 개연성 개판에 오골오골 정서... 이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덜 엉망이었던 것 같아요.



 + 막판에 범인이 참으로 길게 자신의 사정 이야기를 하는데... 식상하고 진부한 '연쇄살인범의 사정 128번' 쯤 되는 느낌이라 그냥 지루했는데. 검색을 하다 보니 이걸 꽤 의미심장하고 멋지다고 받아들이는 분들이 꽤 많군요. 흠...;;



 + 어쨌든 짧아서 금방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린 시절 파트의 영상미와 함께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미덕이었네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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