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병이 깊어져서 한참을 드라마, 영화만 보다 보니 게임을 하는 게 어색(?)해질 지경이 되어서 고민(씩이나)하다가 최근에 이것저것 좀 시작해 봤지요. 제가 엑스박스 게임패스 얼티밋 2년 노예라서 (월 천원 이벤트에 혹해서 한도까지 질러 버렸습니다;;) 모두 다 게임패스에 있는 게임들이에요.

근데 간신히 인디 게임 하나 엔딩을 보고 나니 또 게임 하나를 오래 붙들고 있는 게 힘들어져서... 두어개를 조금씩 조금씩 돌아가며 플레이하는 식으로 돌파구를 찾았(왜 굳이!!)습니다. ㅋㅋ 이렇게 하니 금방 안 질려서 하루에 두 게임 한 시간씩은 할 수 있네요. ㅋㅋㅋ



1. Ruiner



사이버 펑크(도대체 언젯적!!!)풍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깔고 전개되는 쿼터뷰 액션 게임입니다.

괴상한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본인의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본인을 도와준다고 주장하는 미모의 여성 해커의 지시에 따라 가는 곳마다 몽땅 Ruin을 만들고 다니는 내용의 게임인데요... 뭐 인디 게임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스토리는 잔뜩 허세를 부리지만 결국엔 허접한 반전과 함께 허접하게 끝나구요.


장점을 찾아보자면 일단 액션이 괜찮습니다. 좌측 스틱으로 움직이며 우측 스틱으로 방향을 정해준 후 이런저런 버튼으로 때리고 베고 쏘면서 마구마구 대쉬하는 게임인데... 난이도가 조금 있습니다. 그래서 레벨업 하면서 하나씩 습득할 수 있는 스킬들을 최대한 활용하지 않으면 금방 막혀버려요. 저는 본래 아무 생각 없이 기본기만 난사하면서 게임을 하는 스타일이지만 이렇게 작전 짜기를 강요당해서 억지로 머리를 굴려 극복해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사실 나중엔 스킬 두어개만 잘 키워도 대부분 고민 해결이 됩니다. ㅋㅋ)


그리고 비주얼이 아주 훌륭해요. 너무 붉은빛이 많아서 오래 하다보면 눈이 아픈 기분이 들긴 하지만 어차피 시작부터 엔딩까지 여섯 시간이 안 걸리는 게임이라서 큰 문제는 아니구요. 20세기 말에 유행했던 '사이버펑크풍'의 비주얼과 분위기를 잘 구현해 놓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덤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딱 하나만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이 한국어를 씁니다(...) 첨에는 잘못들은 줄 알았고, 다음엔 몇몇 npc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한동안 둘러보니 정말로 다 한국어로 말하고 있더군요. 외국인이 흉내내는 어색한 한국어가 아니라 정말로 한국인들이 말하는 한국어에요. ㅋㅋㅋ 한글판에만 적용되는 건줄 알았더니 만국 공통이어서 좀 놀랐는데, 제작진 말로는 걍 20세기 사이버 펑크 분위기를 내기 위한 거였다고. '블레이드 런너'부터 시작해서 사이버 펑크... 라고 하면 동양색을 넣는 게 필수였고 그게 또 블레이드 런너의 영향으로 늘 일본색이었는데, 좀 튀고 싶었나 봅니다. ㅋㅋㅋ


암튼... 그냥 단순하고 분량 짧은 액션 게임입니다. 뭔가 되게 신선하거나 깊이 있는 게임을 원한다면 실망하겠지만 대여섯 시간 정도 옛날 옛적 사이버 펑크 분위기 즐기면서 쏘고 부수고 때리는 게임 정도로 기대치를 맞추신다면 괜찮을 거에요.


참고로 이 게임은 엔딩 봤습니다. ㅋㅋ 이 글에서 유일하게 엔딩을 본 게임이고 나머지는 이제 다 진행 중인 거.\



2. 미들어스 : 섀도 오브 워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 게임이죠. 이건 속편이고 1편 제목은 '미들어스 :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였구요.

근데 스토리가 오리지널이라 반지의 제왕 팬들에게는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중요한 설정 파괴가 많다는데 전 뭐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사람이라.


1편도 그러했듯이 기본적으로 '어쌔신 크리드'의 시스템에다가 '배트맨 아캄 시리즈'의 전투 시스템을 끼워 넣은 물건입니다.

그리고 둘 다 라이트한 버전이에요. 잠입 요소가 있지만 아주 쉽고(잘 들키지도 않지만 들켜도 탈출이 쉽습니다. 파쿠르 액션도 걍 A버튼만 타이밍 맞춰 눌러주면 다 해결), 아캄식 전투이지만 버튼 입력 타이밍이 엄청 널럴하죠. 1편의 성공 요소도 그거였거든요. 쉽고 전투가 재밌는 어쌔신 크리드인데 반지의 제왕 스킨이!!!


그리고 1편에서 호평 받았던 '네메시스 시스템'도 당연히 그대로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전투 중에 살해당하면 플레이어를 죽인 오크가 네임드 오크가 되어 레벨업을 해요. 그러면 플레이어는 그 오크를 다시 찾아내서 복수할 수 있고 그러면 보상이 주어집니다. 이때 플레이어 사망 후 그 오크가 폼 잡는 게 되게 얄미워서 결국 복수를 하고 싶어지고, 그래서 갸를 찾아 다니고... 뭐 간단 요약하면 이 정도 시스템인데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생각 외로 강하게 동기 부여가 되어서 실제 플레이타임 중 상당 시간을 복수하러 다니고 그랬죠.


그렇습니다. 이렇게 다 좋은데... 실상은 이 속편은 평가도 안 좋았고 실제로 플레이 해 본 소감도 여러모로 별로네요.

그게 웃기는 게, 제작진의 의욕이 과해서 문제입니다.

네메시스 시스템이 호평을 받고 신나서 새로운 시스템들을 추가하고 강화하고 그래놨는데. 예를 들어 지역별로 '점령'을 하라고 시킵니다. 이 '점령'이란 걸 하려면 네임드 오크들 여럿을 쥐어팬 후에 부하로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다른 네임드 오크들(보통 지역 하나마다 20마리 가까이 됩니다)의 정보를 알아내고 어쩌고 해서 오크 본진을 약화시켜야 하고, 그런 다음에 공성전을 하고... 이런 절차들이 필요한데 이게 한 번 할 때는 나름 새로워서 재밌지만 시간이 엄청 걸려요. 그리고 이걸 메인 스토리랑도 상관 없이 지역별로 반복해야 하니 나중엔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니라 업무를 하는 기분이 듭니다.


게다가 이런 시스템 탓에 네임드 오크가 엄청나게 많은데... 이 놈들이 게이머가 마주칠 때마다 수십초씩 일장 연설을 합니다. 처음 한 두 번은 '아이고 이런 것까지 되게 신경 써놨네'하고 기특한 맘이지만 워낙 오크의 숫자가 많고 이놈들이 스토리에 영향을 주는 건 1도 없는데 이 연설을 듣고 있자니 지겹죠. 게다가 어떤 상황에서는 네임드 세 마리가 동시에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그럼 그 연설을 세 번 들어줘야 해요. 그런데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게... 이 연설이 스킵이 안 됩니다!!!! ㅠㅜ 게임 발매된지 몇 년이 됐고 그동안 수많은 패치로 많은 문제점들을 수정했는데 오크 토크 스킵은 안 돼요. 이거 정말 짜증납니다. ㅋㅋ



암튼 그리하여서... 하루에 한 두 시간씩, '오늘은 이 정도까지?'라는 식으로 계획을 짜 놓고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이제 중반 정도까지 왔는데... 뭐 암튼 남에게 추천하진 못 하겠네요. ㅋㅋㅋ

보통은 제작진이 게임을 만들다 말고 내놓거나 새로운 점이 너무 없는 게 악평을 불러오는데 이 게임은 그 정 반대라서 웃기고 슬픈, 그런 게임입니다.



3. 램넌트 프롬 디 애쉬



이 게임은 정말 간단하게 요약이 가능합니다. 총 쏘는 다크 소울 & 로그라이크 파밍 게임이요.

이유를 모르게 세상이 멸망한 가운데 살아 남은 주인공이 괴물이 출몰하는 섬의 판자촌 마을(...)에 도착하게 되고 어쩌고 하는 스토리는 별로 의미 없죠.

걍 다크 소울마냥 죽고 죽고 또 죽으면서 몹들 공격 패턴과 출현 지점 파악하고, 그러면서 렙업하고 장비 업글하고 플레이어 실력도 업글(...)하는 게임인데 여기에 장비 업그레이드를 위한 파밍 요소가 들어가고, 그 파밍을 위해 본인의 선택으로 갔던 맵의 지형을 바꿔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 공격 수단이 바로 총이라는 거.


작은 회사의 작은 게임이라서 출중한 그래픽까진 기대할 수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때깔은 맞춰주는 편이고, 총질하는 맛이 제법 괜찮아서 총질 다크소울로서 꽤 그럴싸합니다. 그리고 정말 좋은 건 도중에 죽어도 죽을 때까지 먹은 아이템들을 유지한 채로 부활하기 때문에 다시 도전할 땐 캐릭터를 좀 더 강화해서 도전하게 되고, 그래서 다크 소울보단 난이도가 좀 낮다는 거. 다크 소울은 한 번 죽으면 죽은 자리까지 꼭 살아서 가서 거기에 흘린 소울들 다 주워야 하는 게 스트레스였잖아요. ㅋㅋ


뭐 프롬 소프트처럼 한 장르를 죽어라고 파댄 장인급 제작사는 아니다 보니 맵 디자인이나 몹 구성 등에서 모자란 부분이 많이 눈에 띄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신선하고 센스 있게 만든 소울짭 게임이라는 느낌이네요. 다크 소울 좋아하시고 총질 좋아하시면 해볼만 할 겁니다.



덧붙여서 서양 제작사의 총질 게임답게 멀티플레이 코옵 진행이 가능해요. 코옵으로 해도 게임의 난이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아서 코옵으로 하면 적당한 난이도로 쉽게쉽게 즐길 수 있어진다는 평이더군요.


국내 출시는 아직인데, 그건 한글화 되어 정식 발매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이고 어차피 정발 안 되는 엑박(...)의 경우엔 게임패스 가입하고 스토어를 미국으로 설정하면 바로 플레이 가능합니다. 영어 자막만 나오지만 나오는 영어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서 플레이하는데 지장은 없더군요.



4. 파이널 판타지 15


Aㅏ..........


과연 제가 언제까지 일본 게임을 즐기고 엔딩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재미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일본 게임 특유의 무의미한 보여주기 시스템과 연출들로 시간 잡아 먹는 게 귀찮고,

또 그 특유의 오골오골 정서가 제 발목을 잡네요.

챕터 2까지 클리어한 후 그냥 2번과 3번 게임에 올인하고 있어요. 이 게임 엔딩은 올해 안엔 보기 힘들 듯;;



5. 닌자 가이덴2



스피디하고 호쾌한 액션, 실력을 쌓으면 쌓을 수록 전혀 다른 게임으로 플레이하게 되는 깊이 있는 게임 디자인으로 지금까지도 액션 게임 중 최강자이자 마스터피스로 꼽히는 게임이죠. 원래는 엑박360 게임인데 마소에서 하위 호환 가능하게 만들어 놓았고, 특히 엑스박스 원 엑스로 플레이할 시 4K 해상도 지원에 원작의 고질병이었던 프레임 문제까지도 다 해결되어 버려서 엑원 엑스 소유자들이 꼭 해봐야할 게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어제 게임패스에 추가 되었구요. 뭐 한국 마소는 답이 없다지만 본가 마소는 요즘 일 잘 합니다. ㅋㅋㅋ


암튼 어제 게임패스에 올라온 김에 바로 받아서 해봤는데...


어렵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번 세대 일본 게임답게 매우 불편한 카메라 시점이 거슬리구요.



그런데 확실히 재미는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든 매달려서 엔딩은 보게될 것 같아요.



오늘의 게임 잡담은 여기까지입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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