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시간 십 분짜리 넷플릭스 영화입니다.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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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는 1905년이라네요. 영국입니다. 그래봤자 시작하고 몇 분만에 황량한 섬으로 들어가서 거기서만 노는 이야기라 시각적 영국뽕은 별로 없지만요.

  주인공은 토마스라는 아저씨인데 과거가 상세하게 밝혀지진 않지만 (중간쯤에 좀 무게 잡으면서 풀어 놓으려고 처음엔 일부러 얘길 안 해요) 일단 부잣집 자식입니다. 하나 뿐인 여동생이 유괴당했고 몸값 내놓으라는 편지가 왔는데 그 편지 보낸 놈들이 무인도에 모여 사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래요. 어차피 돈 보내도 돈만 받고 죽일 것 같고, 경찰 부르면 동생 죽여 버린다니 본인이 몰래 들어가서 구해와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찌저찌하여 신도를 위장하여 그 섬에 들어간 주인공은 당연히 기괴한 풍속들을 보게 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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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양반)



 - '레이드'라고 하면 줄거리 거의 없이 시종일관 액션으로 달리는 영화인데 그 액션을 넘나 잘 뽑아내서 호평 받았던 영화 아닙니까. 그런 영화 만들던 사람들이 호러를 만들었다니 뭔가 전혀 기대는 안 되지만 듀게에서 '괜찮다더라'는 댓글을 보고 그냥 덥썩 봤습니다. 영화 보고 나서 검색해보니 사실은 이 감독이 호러를 만들었던 경력도 있네요. 호러 앤솔로지 V/H/S 시리즈에서 에피소드 하나를 만들었다는데 분명 보긴 봤는데 사실 기억은 안 나구요. 다 보고 나서 느낌은... 뭔가 복합적이네요. ㅋㅋ



 - 제목에다가 써놓은 '포크 호러'... 전 사실 이런 용어가 따로 있다는 건 최근에야 알았는데요. 암튼 '위커맨'이나 '미드소마' 같은 풍의 이야기를 그렇게 부르는 모양입니다. 외부로부터 고립된 상태에서 광기에 지배되며 살아가는 집단에 뚝 떨어진 주인공의 개고생을 다루는 이야기들을 그렇게 부르나봐요. '도그빌'이나 '이끼' 같은 영화도 이 부류에 넣고 그러네요.

 근데 이 영화는... 음. 뭐랄까요. 설정상으로는 분명히 이 장르에 딱 맞아 떨어지는데 '위커맨', '미드소마' 같은 영화랑은 결이 많이 다릅니다. 그 '광신 집단' 내부에 제정신인 사람이 좀 많고 심지어 그 집단의 리더들도 대체로(완전히는 아닙니다 ㅋㅋ) 제정신에 가까운 악역들이구요. 특히 이 양반들은 시작부터 그냥 대놓고 소악당 모드라서 영화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오컬트 호러보단 싸이코 스릴러 같은 느낌이랄까... 특히 별다른 초현실적인 일이 거의 벌어지지 않는 런닝 타임 한 시간 십분 정도까진 그냥 범죄 스릴러 사극 모드라서 낚였다는 느낌까지 들었네요. ㅋㅋㅋ


 그래서 그 한 시간 십 분 이후로는 많이 달라지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이 '포크 호러'에서 기대할만한 그런 스멀스멀 사악한 게 사방에 기어다니는 음침한 분위기 같은 건상대적으로 많이 약한 편입니다. 참고하시구요.



 - 결국 이 영화에서 의외로 뜻하지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인간 vs 인간, 그러니까 권력에 욕심내며 타락한 인간과 가족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달리는 주인공의 갈등이구요. 여기에 이제 섬 주민들의 드라마가 섞여드는 식으로 전개가 되는데... 이 부분에도 좀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좀 황당하게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들이 많아요. '쟤들이 저럴 여유가 있나? 경계가 저렇게 허술해?' 라는 정도의 문제야 이런 영화 보면서 일일이 지적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중요한 장면에서 주인공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되게 황당한 결정을 내리는 장면들이 몇 번(한 번도 아니고!) 나와요. 예를 들어 주인공이 잡히는 장면 같은 건 그냥 그 자체로 '개그' 말고 다른 의도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근데 영화는 진지하단 말이죠. ㅋㅋㅋ 길이가 130분이나 되니 런닝 타임이 짧은 영화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더라구요.



 - 계속 까기만 하고 있는데. 처음에 제가 '복합적'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짐작하시겠지만, 나름 장점도 없지 않습니다. 

 문득문득 나타나는 호러 장면들 중에 나름 꽤 강렬한 것들이 있었구요. 시각적으로 인상 깊은 장면들도 꽤 있습니다. 장면장면들을 떼어 놓고 보면 괜찮은 연출도 많구요.

 배우들의 질도 높아요. 주인공 역할의 배우는 저는 모르던 분이지만 (제가 그 유명한 '다운튼 애비'도 안 본 놈입니다!!) 정말 잘 해줬구요. 제가 맨날 사이먼 페그와 헷갈리는 마이클 쉰의 연기도 괜찮았습니다. 여자 배우들 중 가장 비중이 높으셨던 분은 연기도 잘 하고 참 예쁘셨는데 '보헤미안 랩소디'에 주연급으로 나오셨던 분이었네요. 전 그 영화도 안 봐서 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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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페그가 아니신 분)


 그리고 좀 쌩뚱맞은 얘기지만, 처음에 말했듯이 '도대체 이게 포크 호러야 아니야' 라는 생각을 계속 하며 영화를 보다 보니 좋은 점이 하나 있더라구요. 원래 이 '포크 호러'란 장르의 결말은 대부분 정해져 있잖아요. 근데 워낙 이야기의 결이 다르다 보니 결말이 예측이 안 되더라구요. ㅋㅋㅋㅋ 그래서 뜻하지 않게 거의 막판까지 주인공의 운명을 궁금해하며 꽤 흥미롭게 봤습니다. 



 -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포크 호러라는 하위 장르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이지만 디테일이 많이 다릅니다. 그러니 '위커맨'이나 '미드 소마' 같은 분위기를 원하시면 안 보시는 편이.

 런닝타임의 절반 이상이 전혀 호러가 아닌 분위기라 좀 당황스러울 순 있겠지만 영화가 지루하거나 하진 않구요. 또 후반의 호러 내용물들은 평타 이상은 합니다. 자꾸 개연성이 발목을 잡아서 그렇지(...)

 그래서 결론적으로, 딱히 추천드리진 않습니다. 보시려면 일단 기대치를 최대한 낮춰놓고 보세요. 제가 계속 까고 있지만 '못 만든 영화'와는 거리가 좀 멀고 나름 건질만한 건더기들도 있으니 기대치 조정만 잘 하시면 괜찮게 보실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저는 늘 관대한 사람이라는 거. 잊지 마시구요. ㅋㅋ

 

 

 

 + 수위가 좀 높은 고어 장면들이 몇 있습니다. 


 ++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찾아보니 호러팬들 사이에선 평가가 꽤 좋은 편이네요. 그냥 제 취향이 아니었던 것일 수도?


 +++ 개연성 얘기를 자꾸 했는데, 사실 정색 하고 따지고 보면 그 마을의 존재 및 유지 자체가 애초에... 하하하하. 이 얘긴 그만요.


 ++++ 당최 '복수의 사도' 같은 90년대 뽕끼 어린 제목은 어디에서 왔나... 했는데 원제 'Apostle'이 '사도'라는 뜻이었네요. 나름 중의적인 의도로 쓴 제목이 아닐까 싶은데 딱히 '복수'를 하는 사람들이... 뭐 없는 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쌩뚱맞아요. ㅋㅋㅋ


 +++++ 막판에 펼쳐지는 액션(?) 씬들 중에 딱 한 장면에서 주인공이 갑자기 내공을 갑자로 따져야할 무림 고수 같은 액션을 펼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감독님이 연출하시다 잠시 '레이드' 생각이 나셨나... 하고 피식 웃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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