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제목은 '조찬클럽'이고 이 제목이 오피셜(?) 번역제가 맞는 것 같습니다만. 어려서 본 스크린, 로드쇼에는 걍 '브랙퍼스트 클럽'이라고 많이 적혀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라 제겐 이 제목이 좀 어색하네요. ㅋㅋㅋ 암튼 스포일러는 없어요.



 - 영화가 시작되면 다섯명의 고등학생들이 학교에 도착합니다. 토요일인데도 이 녀석들이 학교에 나오는 이유는 모두 뭔가 사고를 쳐서 벌을 받아야할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이 다섯은 대부분 서로 모르는 사이에요. 오가다가 얼굴은 조금 익었거나 서로 풍문으로는 들었지만 대화 한 번 안 해 본 애들인데 캐릭터도 다 격하게 달라서 어색어색하죠. 얘들이 각각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차차 밝혀질 예정이구요. 얘들이 받을 벌인즉슨, 하루 종일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다가 본인에 대해 설명하는 에세이를 제출하고 집에 가는 겁니다. 자리에서 벗어나도 안 되고 떠들어도 안 되고 화장실도 맘대로 못 가고 등등등. 매우 폭력적인 태도로 이런 규칙을 설명한 꼰대 교장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그 중 반항아 캐릭터 녀석이 깐죽거리며 나머지 넷 모두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하고. 이들은 투닥거리고 서로 무시하고 경멸하며 싸우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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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딱 봐도 캐릭터가 잡히죠. 왼쪽부터 차례로 거친 반항아, 우주의 히키코모리, 잘 나가는 운동부, 부잣집 딸로 학교의 퀸카이자 여왕벌, 공부에 목숨 건 너드입니다. 무슨 일본 만화도 아닌데 외모부터 옷차림, 헤어스타일까지 아주 대놓고 전형적인 캐릭터들로 만들어 놓은 게 재밌었습니다. ㅋㅋ



 - 음... 보면서 계속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영화들이 다 그런 성격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 딱 그 시대에, 그 시대를 통과 중인 상태의 사람들이 봐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있어요. 이 영화 또한 그렇습니다. 

 내용 외적으로는 80년대 청춘 코미디 영화들 특유의 그 느슨한 흐름과 뭔가 대충 술렁술렁 넘어가는 구성 같은 것들이 그렇죠. 요즘 기준으로는 개연성 부족에 급전개이지만 그 시절 정서로는 걍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그런 전개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내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그 시절 청춘들의 요즘 대비 순박한(?) 번뇌들이라든가, 막나가는 듯 하면서도 굉장히 순한 맛(?)의 갈등들이 그렇습니다. 결말도 요즘 기준으로 보면 좀 간질간질하죠. 덧붙여서 요즘의 관객들 입장에선 저 배우들의 면면도 그렇겠죠. 전설의 히트작이라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 '브랫 팩'이라는 단어를 아는 것 자체가 늘금의 증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근데 이건 사실 그 시절에도 한국 관객들에겐...)


 결국엔 '그 시절'을 놓치고 지금에서야 본 저도 마찬가지였죠. 재밌게 보면서도 그게 아쉬웠습니다. 하다 못해 90년대 제 10대 시절에라도 봤어야 했던 영화인데 말이죠. 분명히 방금 제가 보면서 느낀 감정과는 엄청 다른 체험이었을 텐데.



 - 뭐 암튼... 위에서 말했듯이, 전체적으로 좀 느슨합니다. 무려 존 휴즈가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한, 당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에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무섭지만 확실히 그래요. 심지어 대놓고 서툰 부분도 많이 눈에 띕니다. 편집이 뚝뚝 끊어지는 장면도 많고, 주인공들의 감정선도 중간중간 아무 설명도 핑계도 없이 워프해버리는 일이 잦구요. 정말 몇몇 장면에선 '쟤들이 갑자기 왜 저러지?' 하고 당황해서 되돌려보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보다가 놓친 부분은 없었던 것이었고... ㅋㅋㅋㅋ 바로 1년 뒤에 같은 양반이 만든 '패리스의 해방'과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휴즈가 고작 1년동안 이야기꾼으로서 되게 많이 성장했구나. 뭐 그런 생각도 들었네요.



 - 하지만 '패리스의 해방'은 '패리스의 해방'이고 이 영화는 이 영화. 성격도 방향도 다르고 이 영화만의 장점이 확실히 있습니다.


 방금 전에 '정말 전형적이다'라며 웃었지만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그렇게 단순하고 얄팍하지 않습니다. 전형적인 건 맞는데 거기에 약간의 의외성과 입체성들이 있어서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는 느낌을 줘요. 그리고 그런 본모습(?)들을 시간을 들여 천천히 풀어내서 처음엔 정말 접점이 아예 없어 보이던 이 궁상들이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관객을 동참시키는 전략도 괜찮았던 것 같구요.


 그리고 이야기가 의외로 진지합니다. 기본적으론 코미디 영화가 맞지만 주인공들은 다 현실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고민 때문에 진지하게 고통받고 있는 청춘들이고 비록 전형적인 사연들일지언정 그 고통이 허세나 가벼운 클리셰로 다뤄지지 않아요. 특히 클라이막스의 대화 장면이 그렇습니다. 그냥 허허허 웃으며 위 아 더 월드, 해피 투게더 엔딩으로 끝내버릴만도 하고, 아님 작정하고 어둡게 끝내며 허세를 부릴만도 한 상황이지만 이 영화는 그 중간의 길을 가요. 이놈들로 하여금 서로를 이해하게 만들고 희망을 던져주며 끝내지만 그 와중에도 '하지만 마냥 좋게는 안 되겠지 아마'라는 현실감각을 놓지 않는 거죠.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뭔가 좀 아련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놈들 이러고서 다음 월요일에 학교에서 또 마주치면 서로 인사는 할까... 저 모질이는 자기 소원대로 '내 부모와 다른 사람'이 과연 될 수 있을까... 뭐 이런 쓸 데 없는 걱정을 하게 되더라구요.


 배우들도 좋아요. 솔직히 연기를 잘 하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걍 풋풋한데 열심히 하는 듯한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캐릭터들에 맞는다는 느낌이라. ㅋㅋ



 - 암튼 뭐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뭔가 좀 울퉁불퉁한 완성도에 세월의 풍파를 맞아 낡은 느낌도 많은 작품이지만 동시에 또 그걸 덮어주는 장점 같은 게 강한 그런 영홥니다.

 그 시절 청춘 영화들의 그 감성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 눈에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게 익숙하신 분이라면 꼭 한 번 봐줄만 할 것 같구요.

 되게 웃기고 신나고 그런 걸 기대하신다면 좀 실망하실 겁니다. 의외로 유머보단 쉴 새 없이 오가는 날선 대사와 관계 묘사들이 메인이거든요. 아마도 당시 미쿡의 청춘들은 그런 날선 부분들을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자기들 얘기를 되게 진솔하게 대변 해준다고 느꼈겠죠. 

 결과적으로 전 꽤 재밌게 봤어요. 이제라도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 브랫 팩이고 뭐고 결국 이 영화로 대스타가 된 저 젊은이들 중 '스타'로 오래 살아남은 배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에밀리오 에스테베즈가 그나마 좀 버티긴 했었지만 뭐... 보통 imdb에서 배우 이름으로 검색하면 최고 히트작 영상이 상단에 뜨잖아요. 이 배우들 다섯명에게 모두 똑같은 이 영화 영상이(...)

 그래도 또 이 중에서 금방 배우를 접은 사람도 없더라구요. imdb를 뒤져봤더니 저 중 대부분이 출연작 100편(...)을 넘기며 지금까지도 배우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장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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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고 이 다섯명 중 세 명이 같은 해에 나왔던 또 다른 히트 청춘 영화 '세인트 엘모의 불'에 출연했었죠. 뭐 인기 대폭발한 것이 이해가 갈 수밖에 없네요. ㅋㅋ


 +++ 저 중 히키코모리 소녀를 연기한 앨리 시디... 를 검색하다보니 최근 기사가 하나 뜨더라구요. 제임스 프랑코가 미투로 논란을 일으킨 후 영화제에서 상을 탔을 때 트위터로 한 마디 했었다고. 원래는 함께 연극도 한 적이 있고 대체로 좋은 관계였었나 본데... 암튼 뭐 그랬다네요.


 ++++ 넷플릭스의 자막이 노골적으로 대충이란 느낌이었습니다. 대화와 대사들이 거의 전부인 영화인데 대부분의 대사들을 '핵심 의미 요약' 수준으로 옮겨놔서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저는 계속 뭔가 속는 기분이...;


 +++++ 아무래도 세월이 있다 보니 요즘 관객들은 이 중 '거친 반항아' 캐릭터를 받아들이기가 좀 힘들지 않을까 싶었어요. 요즘 같으면 바로 경찰서로 달려가서 신고해야할만한 언행들을 정말 꾸준히, 집요하게, 계속해서 하거든요(...)



 - 마지막으로 당시에 미국에서 꽤 히트했다던 엔딩 장면의 노래 영상이나 올려봅니다.


(당연하지만 스포일러 가득 영상이니 안 보신 분들은 클릭 금지입니다.)


 매우 80년대스럽게 듣기 좋네요. ㅋㅋ 근데 이 노랠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면 의외로 요즘 영상들이 꽤 많이 나와요.

 아마도 이 당시 이 영화를 보고 감명 받았던 '당시' 청춘들의 힘이기도 하겠지만 밴드가 아직도 멀쩡하게 활동하고 다니거든요.

 77년에 데뷔한 밴드이니 이제 43년째 활동중... 뭐죠 이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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