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까 이 게임 관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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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판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그냥 습관적으로 클릭하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에만 독점으로 발매되는 게임입니다. 1편이 7년 전에 나와서 비평, 판매량 면에서 대성공을 했구요. 2편은 발매된지 3주쯤 되었네요.

 1편은 변종 좀비 아포칼립스물로서 간단히 말해 '칠드런 오브 맨'에다가 '워킹 데드 더 게임' 스킨을 입힌 스토리와 감성 터지는 연출로 대단히 인기를 끌었죠. 그 인기의 중심엔 자식 잃은 중년남 '조엘'과 부모 잃은 10대 '엘리'라는 캐릭터가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고 감정 교류를 나누며 마지막엔 부녀 비슷한 관계로 맺어지는 애틋한 스토리가 있었고, 그래서 이 두 캐릭터는 아마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게임 캐릭터였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2편은 갑자기 방향을 홱 틀어서 '복수와 폭력, 증오'에 대해 고찰을 하겠다며 좀 충격적인 스토리를 준비했고, 그 결과는 전세계 플레이스테이션 커뮤니티의 아수라장과 분노한 유저들의 평점 테러...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저는 갖고 있던 플레이스테이션은 팔아버린지 오래이고 이 게임의 1편도 별로 재미 없게 해서 시큰둥... 하게 앉아 있다가 사람들 싸움 구경이 재미있어서 여기에 이렇게 글까지 끄적거리고 있는 한 마리 잉여입니다. 


 이 논란이 참 추잡하고 저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나름 게임 뿐만 아니라 그냥 요즘 문화 전반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떡밥들을 고루 함유하고 있거든요.




 1. 문화상품 시리즈 팬에 대한 존중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 것일까요


 이 게임 팬들의 분노는 뭐. 그게 합리적인지 아닌지는 따져볼 수 있겠지만 '자연스러운' 반응인 건 사실입니다. 애시당초 캐릭터의 인기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게임이라.

 여러분들이 '고스트 버스터즈'의 팬이었다고 쳐봅시다. 너무너무 재밌게 보고 손꼽아 2편을 기다렸는데 2편은 갑자기 웃음기를 탈탈 털어낸 레알 호러 무비가 되고 주인공들 중 상당수가 잔혹하게 찢겨 죽으며 심지어 그들이 공포에 질려 서로를 배신하고 등에다 칼을 꽂고 뭐 그런 영화로 나왔다면.

 게다가 그런 2편의 예고편은 1편과 비슷하게, 영화 속에 실제로 안 나오는 장면까지 넣어가며 만들어 공개했었다면 영화를 보고 나올 때 기분이 어떨까요. 깊은 빡침도, 그로 인한 평점 테러와 제작자에 대한 비난 트윗 폭격도 '옳은' 일까지는 아니어도 결국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많은 팬들이 그런 얘길 합니다. "완성도는 따질 것도 없고, 이걸 왜 그 게임의 속편으로 만든 건데?"


 뭐 제작자의 속마음은 모르겠지만 결국 1편 팬들의 호감을 '이용'한 부분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겠고. 그런 면에서 팬들의 빡침을 그냥 철없는 소리로만 치부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 하지만 또 팬들이 창작자의 자유를 막아서는 안 되겠죠


 이 게임의 1편과 2편은 같은 사람이 각본을 쓰고 제작을 지휘했습니다. 본인이 만든 캐릭터와 이야기로 성공한 작가가 그 이야기의 속편을 쓰는데 팬들의 허락을 받을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눈치 안 보고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 얘길 하는 건 창작자의 당연한 권리구요.


 뭐 애초에 창작자가 하고픈 이야기가 팬들이 바라는 방향과 일치하거나, 최소한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어긋나지는 않는 방향이었다면 모두모두 행복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겠죠. 굳이 창작자를 비난하자면 '상도덕'이 없었다... 라는 정도의 비난은 가능할지도?


 그러니까 일단 정답이 없는 가운데 되게 '불행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빡친 팬들도, 공격 받는 제작자도 다 나름의 입장이 있고 양쪽 다 이해 가능해요. 지나친 인신 공격을 일삼는 사람들과 굳이 sns에 매진하며 반박을 빙자한 기름 붓기를 시전하고 있는 이 게임 제작자의 태도를 논외로 하면... 그렇다는 얘깁니다.



3. 비평가들의 '전문성'이란 참 언제나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 게임이 발매되기 전, 먼저 플레이 해보고 리뷰를 올린 매체들은 거의 입을 모아 극찬이었습니다. 근데 웃기는 게... 게임이 발매된 후, 유저들의 분노가 폭발한 이후에 올라온 리뷰들을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오히려 격하게 비판하는 것들이 많아요. 이러다보니 유저들이 리뷰어들을 아니꼽게 볼 수밖에 없죠. 결국 대세 따라 사람들 눈치 봐가며 평가를 바꾸는 걸로 보이니까요.


 워낙 이 게임과 그 제작사가 팬이 많은 데다가 이 게임을 독점으로 출시하는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게임기(와 그걸 만들어 파는 소니까지) 자체가 광적인 훌리건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게임 발매 전에는 리뷰어들도 이 팬들을 의식해서 걍 '에라 모르겠다 100점' 이런 식으로 극찬 리뷰를 썼고. 정작 발매되고 나니 그 팬들이 그 열정을 그대로 반전시켜서 풀파워로 비난을 퍼부어대니 이후의 매체들은 또 그 쪽의 눈치들을 비판적 리뷰들을 쏟아내고. 라는 식의 상황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이러나 저러나 팬들과 업계 큰 손의 눈치를 봐가며 리뷰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거죠.


 게다가 이 와중에 소니가 이 게임을 격하게 비난한 리뷰어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압력을 넣었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불판은 화르륵.

 리뷰어들의 이미지는 멘틀을 뚫고 수직 낙하 중입니다.



4. 근데 사실 플스 팬보이들은 언제나 좀 심했어요


 뭐 어떤 분야이든 업계 넘버 원의 팬들은 다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부정적인 측면을 보이는 게 현실 맞습니다만.

 타기종 유저들 커뮤니티를 늘 침범하며 어그로를 끌고 다니는 것도 문제였지만, 맹목적으로 '우리 편'을 신격화하며 극찬 세례를 날리는 게 가장 큰 문제였죠.


 예를 들어 저는 PC로 게임을 시작해서 아직도 하고 있고 플스, 엑박, 닌텐도까지 다 굴리며 살아온 게이머입니다만.

 제가 이름을 아는 게임 제작자는 거의 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팬들이 허구헌날 그쪽 제작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정보'랍시고 올려대고,

 또 무슨 게임을 평가할 때마다 꼭 제작자 이름을 언급하며 평가하거든요.

 이게 원래 일본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가, 유독 플레이스테이션 팬보이들을 보면 어떤 게임의 성과를 이야기할 때 네임드 제작자 한 명을 언급하며 대부분 그 사람의 공으로 돌리고, 그러면서 그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고 이런 경향이 강합니다. 아마 루리웹에 가서 '헤일로, 포르자 제작자가 누구니?'라고 물어보면 답할 수 있는 사람 거의 없을 거에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나 각종 일본 게임들, 그리고 소니 독점작들의 제작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거의 다 대답을 할 걸요. 저도 압니다. 알고 싶지 않은데 강제로 주입이 돼요. ㅋㅋ


 암튼 그런 팬보이들의 추앙 목록에서도 이 '라스트 오브 어스'의 제작자인 닐 드럭만이라는 양반은 지난 10년간 독보적인 원탑이었죠.

 이 사람이 만든 게임들에 대해서는 그 어떤 비판적인 의견도 (팬보이들이) 허용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렇다는 걸 본인도 알고 회사도 알고 소니도 알고 리뷰어들도 알고 모두모두 알고 있었죠.

 그런 전차로 거의 완벽한 자율과 전적인 권한을 보장 받고 만들어진 게임이 이번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이고.


 그래서 솔직히... 빡쳐하는 팬들을 보면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러게 적당히 좀 하지 그랬냐고. ㅋㅋㅋㅋ



5. 평점 평균 제공 서비스, 메타 크리틱의 문제


 아. 전 그냥 이건 사라져버려야할 쓰레기라고 생각합니다. 길게 말하기도 싫으네요.

 GOTY(Game of the year)도 마찬가지에요.

 말하자면 멜론 실시간 차트 비슷한 거랄까요. 유저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명분 하에 각종 이권과 왜곡된 팬심들만 활활 타오르는 게 메타 크리틱이죠.


 근데 이 게임이 메타크리틱에서 엄청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지라 유저들이 '이제 메타를 못 믿겠다!'라고들 인식을 바꾸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반갑긴 한데...



6. 반지성 주의가 대세죠


 그 양상이 이렇습니다.

 - 리뷰어란 놈들은 전문성이 개뿔도 없다.

 - 게다가 팬보이들(그게 니네라고!!) 눈치 보고 회사에서 돈 먹고 정직하지 않은 리뷰를 쓴다.

 - 그러니 리뷰어들은 다 쓰레기고 그 리뷰들을 모아 놓은 메타 크리틱도 쓰레기다.

 - 그래서 우리가 믿을 건 이제 유저 평점 뿐이다!!!! (???????????)


 그리고 또 그 와중에 라스트 오브 어스를 악평한 리뷰어들은 믿음과 신뢰의 존재들로 등극을 시켜요. 끊임 없이 끊임 없이 인용을 합니다.

 그러니 또 유튜브, 블로그 등을 베이스로 하는 조회수 먹고 사는 리뷰어들은 너도나도 '누가누가 더 강력하게 라오어2를 까나' 배틀을 벌이고 있고 그 와중에 가장 강력하고 임팩트 있게 난도질하는 리뷰어들에게 신뢰도 인증 마크가 붙고 있는 상황이죠. 엊그제는 무슨 제작자의 정신 분석까지 등장하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론적으로 (본인들은 의식하지 못 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만) 이 게임에 빡친 팬들의 분노는 '리뷰어들을 길들여서 팬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게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거죠. 니들 전문성 개뿔도 없고 못믿을 놈들이잖아! 앞으로 우리들 생각과 다른 얘기 하면서 잘난 척 하는지 안 하는지 지켜보겠어!! 위대한 유저님들의 집단 지성 앞에서 뭐 좀 아는 척 하면서 가르치려 들기만 해봐라!!!!! 이런 느낌.


 근데 제가 위에 적었듯이 전 애초에 이 사단의 근본적 원인이 팬보이들의 과도한 빠질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ㅋㅋㅋ 

 정작 그 팬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더 강력하게 빠질을 하며 제작자도, 회사도, 리뷰어들도 다 직접 관리하고 길들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으니 게임판의 미래는 정말 꿈도 희망도 없...




 + '정치적 공정성'은 어느새 부모님의 원쑤가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나오는 문화 컨텐츠들은 대부분 'PC함'을 신경쓰며 만들어지는 게 대부분이고 거기에 대한 반감 같은 것도 사람들에게 만연한 상황이죠.

 근데 게이머들 커뮤니티에선 그게 좀 더 심한 느낌입니다. 한국만, 루리웹만 그런 게 아니라 해외 포럼을 봐도 대체로 그래요.

 벌써 여러번 PC함 추구에 대한 사건급 논쟁들이 있었고 그런 일이 한 번 생길 때마다 점점 더 노골적인 반감이 주류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만. 그게 이 게임의 발매로 완전히 폭발해버렸네요. 말하자면 한국 내 커뮤니티의 페미니즘 논쟁과 비슷합니다. 처음엔 '왜곡된 나쁜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거야!' 라고 하다가 요즘엔 그냥 '페미는 답이 없다'고 진솔하게(?)들 이야기하잖아요. 이젠 PC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갑니다. 어째서 동아시아의 황인종 남성들이...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ㅋㅋ 뭐 어쨌든 현실이 그렇네요.



 ...여기까지. 어쩌다보니 오전 수업이 다 사라져 버려서 무척이나 한가했던 잉여의 맥락 없고 영양가 없는 잡담이었습니다.


 뭐 어차피 시간 좀 지나면 잦아들 일이고. 소니와 플레이스테이션은 계속 잘 나갈 거고 너티독 게임은 잘 팔릴 것이며 팬보이들의 위세도 변함 없겠죠.

 다만 지금의 이 상황은 참 구경하는 재미(...)가 있네요. 시간이 흐른 뒤에 이 게임이 어떤 의미로 사람들 기억에 남을지 조금 궁금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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