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3 17:36
거두절미하고, 문제의 기사 제목이 이거였습니다.
[차기 정권과 거래?…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조사]
이건 뭐 누가 봐도 문재인이 뭔가 뒷거래를 해서 세월호 인양을 '고의적으로 지연' 시켰다는 얘기잖습니까. 어째서 문재인이 한참 전부터 차기 정권 확정이었는지는 넘어갑시다
기사 본문의 내용도 저 분위기와 일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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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선체조사위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오늘(2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인양 고의 지연 같은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도 속도가 붙게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해수부가 뒤늦게 세월호를 인양한 게 차기 권력의 눈치를 본거란 취지의 해수부 공무원 발언이 나와 관련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조을선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50여 명의 구성으로 다음 달부터 본격활동에 나서는 선체조사위는,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늦춰 왔다는 의혹도 조사할 방침입니다.
[김창준/선체조사위 위원장 (지난달 21일) : 2015년 4월에 계약해서 대략 2년 정도 걸렸는데 '의도적으로 늦게 인양한 거 아니냐'는 국민적인 의혹이 있었고요.]
이런 의혹을 증폭시킬 만한 발언을 해수부 공무원이 SBS 취재진에게 했습니다.
[해수부 공무원 : 솔직히 말해서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거거든요.]
부처의 자리와 기구를 늘리는 거래를 후보 측에 시도했음을 암시하는 발언도 합니다.
[해수부 공무원 : 정권 창출되기 전에 문재인 후보한테 갖다 바치면서 문재인 후보가 약속했던 해수부 제2차관, 문재인 후보가 잠깐 약속했거든요. 비공식적으로나, 공식적으로나. 제2차관 만들어주고, 수산쪽. 그 다음에 해경도 (해수부에) 집어넣고. 이런 게 있어요.]
이에 대해 해수부 대변인실은 세월호 인양은 기술적 문제로 늦춰졌으며, 다른 고려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선체조사위는 그러나, 문제의 발언은 인양이 정치적으로 결정됐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조사 과정에서 들여다 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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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민주당이 이 기사에 태클을 걸자 sbs에선 이렇게 해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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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 '해양수산부가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눈치를 보고 인양을 일부러 늦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기사 내용과 정반대의 잘못된 주장입니다.
또 문 후보 측과 해수부 사이에 모종의 거래나 약속이 있었다는 의혹은 취재한 바도 없으며 따라서 보도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기사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오해가 빚어지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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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해명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사 본문을 다시 읽어 보았더니 첫 문단부터 처음 볼 땐 발견 못 했던 신세계가 펼쳐지더군요.
[세월호 선체조사위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오늘(2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인양 고의 지연 같은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도 속도가 붙게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해수부가 뒤늦게 세월호를 인양한 게 차기 권력의 눈치를 본거란 취지의 해수부 공무원 발언이 나와 관련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첫 문장과 둘째 문장을 잘 보세요.
첫 문장의 '인양 고의 지연 같은 각종 의혹'은 사실 박근혜 정권 얘기이고,
두 번째 문장의 '뒤늦게 세월호를 인양한 게 차기 권력의 눈치를 본 거' 라는 얘긴 그냥 정권 교체 후 자기들이 비난 받고 책임질 게 무서워서 '뒤늦게라도 서둘러 인양했다' 라는 얘기인 겁니다.
그러니까 디테일을 넣어서 고쳐 써 보면
[세월호 선체조사위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오늘(2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박근혜 정권 치하에서의) 인양 고의 지연 같은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도 속도가 붙게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해수부가 뒤늦게 세월호를 (서둘러) 인양한 게 차기 권력의 눈치를 본거란 취지의 해수부 공무원 발언이 나와 관련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문재인이 늦게 인양하라고 주문했다. 라는 내용의 기사가 아니라 박근혜 시절 미적거리던 인양을 문재인 눈치 보느라 뒤늦게 서둘렀다는 얘긴 거지요. 앞 문장의 '의혹'과 뒷 문장의 '의혹'은 서로 전혀 다른 의혹이구요. 그러니 sbs의 '오해다!' 드립은 앞뒤가 매우 잘 맞습니다. ㅋㅋㅋ 문장에 담긴 내용들 중 딱히 사실 관계를 벗어난 것도 없고 그냥 다 상식적으로 다들 그러려니 하는 생각들일 뿐입니다. 그런데 디테일을 생략하고 문장 앞뒤를 짜맞춰서 헷갈림을 유도한 것.
이어지는 인터뷰도 마찬가집니다.
[김창준/선체조사위 위원장 (지난달 21일) : 2015년 4월에 계약해서 대략 2년 정도 걸렸는데 '의도적으로 늦게 인양한 거 아니냐'는 국민적인 의혹이 있었고요.]
그러니까 이 부분은 '박근혜 시절에 일부러 인양 안 하고 버틴 거 아니냐는 국민들의 의심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인 것이고.
[해수부 공무원 : 솔직히 말해서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거거든요.]
이 부분은 그저 '지금 시국에 세월호 인양하면 대선 치르는 문재인에게 유리하지 않겠냐' 라는 일반론일 뿐이고.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인
[해수부 공무원 : 정권 창출되기 전에 문재인 후보한테 갖다 바치면서 문재인 후보가 약속했던 해수부 제2차관, 문재인 후보가 잠깐 약속했거든요. 비공식적으로나, 공식적으로나. 제2차관 만들어주고, 수산쪽. 그 다음에 해경도 (해수부에) 집어넣고. 이런 게 있어요.]
이 발언 역시 잘 보면 문재인이 '그렇게 해 줄 테니 세월호를 인양해라' 라고 말했다고 정확하게 해석될 부분은 없습니다.
그냥 문재인이 해수부에 우호적으로 얘기한 게 있으니 얼른얼른 인양해서 문재인 좋게 해주면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라는 정도죠.
정리하자면,
보도 내용 자체는 그저
1. 선체조사위에서 박근혜 시절 일부러 인양을 미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2. 뒤늦게라도 서둘러 인양한 건 문재인 눈치를 봐서일 가능성도 크지 않겠냐는 관련 공무원 누군가의 의견이 있었다. 근데 이딴 걸 왜 보도해
3. 문재인은 해수부 기능 강화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고 '카더라'.
라는 정도이니 크게 문제될 것도 없고, 국민의당이 이 기사를 물고 이렇게 칼춤을 추는 와중에도 '오해다' 라고 당당히 내뱉을만 한 내용입니다.
다만 '편집과 구성을 통한 언론의 사실 왜곡'의 샘플로 오랫동안 회자될만한 다양한 스킬을 듬뿍 넣어 뒀을 뿐. ㅋㅋㅋ
근데 오히려 이렇게 정성들여 빠져 나갈 구석을 만들어 놓은 걸 보니 더더욱 이 양반들이 면밀한 기획하에 적극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는 확신이 드네요.
사과는 됐고 걍 기자랑 데스크랑 사이 좋게 손 잡고 검찰 출두해서 탈탈 털린 후 콩밥... 까진 아니더라도 본인들 자리는 조속히 비워주셔야하지 않나... 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2017.05.03 17:44
2017.05.03 18:45
2017.05.03 17:48
2017.05.03 18:46
2017.05.03 18:09
처음 듣자 마자 다 그렇게 독해를 했는데 이걸 국민의 당이 논평을
"세월호 인양계약 이후 실제 인양까지 왜 2년이나 걸렸는지, 세월호 미수습가족들과 유가족들이 왜 지난 2년간 눈물로 기다려야만 했는지 이제야 그 이유가 밝혀졌다.
“세월호 인양은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며, “문재인 후보가 해수부 제2차관, 수산쪽, 해경도 해수부에 집어넣기로 비공식적으로나 공식적으로 약속했다”는 해수부 공무원의 인터뷰가 오늘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참담하다. 문재인 후보는 세월호 희생자도 유가족들의 슬픔도 국민들의 애타는 마음도 그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줄 표로만 여긴 것인가.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영령들에게 “고맙다”고 적은 의미가 이런 것인가.
사람이 해도 될 일이 있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세월호의 슬픔을 철저하게 자기 선거에 이용하는 문재인 후보에게 국민을 위한 대통령을 기대할 수 없다. 문재인 후보에게 일말의 양심이 있으면 지금 당장 사퇴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모든 당력을 집중해 진상을 밝힐 것을 약속드린다. 국회가 나서야 한다.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세월호 인양 거래의 어두운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2017년 5월 2일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 손금주
한국어 독해도 못하는 서울대 국문과 출신의 법대석사에 판사출신 변호사 대변인이 문재인 탓으로 전환하면서 사달이 난거죠. 대변인씨 "사람이 해도 될 일이 있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 있어요. 세월호의 슬픔을 철저하게 자기 앞길에 이용하는 당신같은 대변인을 둔 안철수 후보에게 국민을 위한 대통령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SBS에 서식하며 일베성향의 방송사고를 내왔던 벌레가 또 분명히 사고 친다.
2017.05.03 18:47
2017.05.03 18:32
사실 저 제목에 '거래'라는 말만 없었어도 기사에 큰 문제가 없거든요. 지금 문재인 지지자들이 열심히 기자 신상파고 난리도 아닌데, 이건 기자 윗선에서 어디선가 의도적으로(또는 오독으로 인해) 그따위로 제목을 지었다고 봐야겠죠.
2017.05.03 18:55
2017.05.03 18:33
2017.05.03 18:59
2017.05.03 19:05
하긴 이런 보도라면 크로스 체크도 안 한 경우 문재인 이름이 나올 때 묵음처리를 하거나 삐처리를 하는 게 일반적이긴 하죠.
2017.05.03 22:51
똥준표는 토론(?) 중에 세월호 아이들을 운운하면서 또다시 낚시질에 나섰죠. 같은 시각 sbs 뉴스에서 흘러나온 세월호 낚시기사와 우연이라고 봐야 할까요 . 워낙 열성 지지자가 많은 탓에 보도 되자마자 sbs와 태영건설 등의 관계가 부각되면서 난리가 나니 오히려 손해라 생각하고 얼른 정정한 거 같습니다. 대응이 미지근했다면 좀더 질질 끌면서 루머가 자동생산되길 유도했겠죠.
내부에 수구들이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