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생이 지겹네요. 살면 살수록 나 자신에 대해 잘 알아가고 있어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점도 말이죠. 그리고 갈수록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점점 힘들어지는 거예요. 이유는 간단하죠. 내가 남보다 잘났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잘난 나는 남보다 많이 얻거나 쉽게 얻어야 하는 사람이다...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물론 그런 믿음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한데 사실이라고 친다고 해도, 그게 통째로 사실일 수는 없는 거예요. 잘 해봐야 몇몇 측면에서만 사실인 거죠. 특정 조건이나 특정 상황에서만 성립하는 사실이요.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사람은 계속 살아있으면 에고만 점점 비대해진다는 사실이죠. 그건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되는 게 아니라 그냥 제어할 수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이대로 살아간다면 두 가지의 길밖에 없어요. 비대해진 에고를 안고 괴물이 되어버려서 조롱당하며 살던가, 아니면 커져가는 에고의 스케일에 걸맞는 수준의 레버리지를 계속 확보해 나가던가죠. 그야 고를 수만 있다면 다들 후자를 선택하고 싶겠지만요.



 2.한데, 실제로 그렇게 잘 된다...얼마쯤 잘나게 됐다고 해도 위에 썼듯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그렇게 잘 되어봤자 몇몇 상황에서만 남들보다 유리한 거거든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보다 잘난 척을 하려고 들면 사람들은 거세게 반발하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내게 유리한 껍질 안에서 절대로 나가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말이죠.


 그래서 노래방 같은 곳은 잘 가지 않아요. 노래방이든 어디든...대부분의 장소는 원하는 게 있다면 쓸데없는 어필을 많이 해야 하는 곳이니까요. 쓸데없는 어필, 쓸데없는 발화, 쓸데없는 눈웃음...이런 거 피곤하잖아요. 여러분도 그렇죠?



 3.듀나 게시판에서 만난 누군가가 내게 물었어요. 왜 화류계 여자만 줄창 만나느냐...라고요. 그래서 대답했죠. 


 '화류계 여자들에겐 쎈척을 할 필요가 없거든. 왜냐면 그녀들은 쎈놈과 쎈 척 하는놈들을 잘 구분하니까. 알아서 구분하는 그녀들 앞에서는 뭘 어필하거나 뭔가로 의태할 필요가 없다고. 한데 일반 여자들은 그렇지가 않아. 걔네들은 쎄지도 않으면서 쎈 '척'만 하는놈들에게 너무나 잘 속는다고. 그게 매우 짜증난단 말이지.'


 거짓말은 싫거든요. 그게 올려치기하는 거짓말이든 내려치기하는 거짓말이든 말이죠. 그래서 말보다는 숫자를 좋아해요. 그리고 말보다는 숫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좋고요. 음...하긴 이건 너무 낭만이 없긴 하네요.


 하지만 낭만같은 건 뭐랄까...미리 긁어서 쓰는 신용카드 같은 거거든요. 결국은 그걸 이자까지 쳐서 갚아야 할 날이 오죠. 여자에게 그걸 갚아야 할 날이 왔는데 남자에게 그걸 갚을 의지가 없거나 능력이 없다면? 기대하게 만든 상대에게 욕먹는 걸 감수해야 하는 거죠.


 물론 낭만이 완전 거짓말이란 건 아니예요. 낭만을 속삭이는 '그 순간'에는 사실이긴 하겠죠. 허나 유감스럽게도 낭만이란 건 곧 거짓이 되어버릴 사실이라는 거죠. 하지만 숫자는 아니거든요. 숫자라는 건 미래에도 과거에도 현재에도 사실인 거죠. 음~하지만 역시 낭만적이지는 않으니까...대개의 젊은 여자들은 재미없어하죠. 헤헤.



 4.휴.



 5.요즘 프로듀스48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은 닭과 알을 헷갈리곤 하는 것 같아요. 프듀 1시즌과 2시즌에 차려졌던 화려한 밥상을 보더니 제작진들이 좀 이상해진 걸까요. 일단 잔칫상을 화려하게 차려야 할 사람들이 상을 차리는 데는 관심이 없고 다들 숟가락부터 하나씩 들고 와서 앉아있는 걸 보는 듯해요. 잔칫상이 알아서 차려지는 건 절대 아닌데 말이죠.


 아직 밥상이 차려지지도 않았는데 숟가락을 올릴 생각부터 하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니, 밥상이 제대로 차려질 수 있을까...슬슬 걱정되네요. 결국 제작진의 의도와 맥락을 뛰어넘어버릴 정도로 투표를 똑똑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그것만이 살길이죠.


 프로듀스 시리즈는 연예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잡고 싶어하는 레프러컨으로 계속 존재하길 바라고 있어요. 그래야만 재미있는 쇼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



 6.솔직이 말하면 이건 한국 연습생의 탓도 있겠죠. 한국 연습생들을 보고 있자니 이건 마치 스타크래프트1 끝물의 이영호의 플레이를 보는 듯해요. 실수 따윈 전혀 없고 모든 공격을 막아내며 우주방어를 실천하는, 완벽하고 재미없는 플레이 말이죠. 


 절대로 악편의 가능성따윈 주지 않고 경연 준비에서는 경쟁자에게 간까지 내줄 것처럼 해맑게 웃고 틈만 나면 비글흉내를 내고 있는 아이들이 뭐가 재미가 있겠어요? 그야 본인 입장에서는 살아남아야 하니까 그러는 거겠지만 모두가 그런 플레이를 하고 있으니 갈등도 안 생기고 재미도 생기질 않고 있어요. 그나마 날것을 좀 보여주는 일본 연습생들이 없었다면 이 쇼는 완전 노잼이었을지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프로듀스101은 이미 잔칫집으로 소문이 나버렸고, 모두가 그 소문을 알고 오는 잔칫집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제작진도 수뇌부도 참가자들도 모두가 숟가락을 하나씩 챙겨가지고 오는 곳이 되어버린거겠죠. 


 어쩌면 프로듀스101이 제일 재밌었을 때는 연습생들조차도 '이거 내가 여기서 열심히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끝까지 남아있어야 하나 중간에 치고 빠지는 게 이익인가.'하고 헷갈려하던 시절일지도요. 재미는 불확실함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어떤 것이 너무 확실해져버리면 그것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생겨버리거든요.



 7.하지만 아직 이런저런 기대를 하고 있어요. 안준영의 레시피와 재료 다듬는 솜씨만큼은 아직 유효하니까요. 안준영의 요리 실력만으로 이 쇼가 맛집이 되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이 쇼의 90%는 재료빨이거든요. 


 그리고 재료를 공수해오는 건 제대로 해냈고요. 이 쇼엔 자신을 거짓 없이 드러내도 괜찮은 수준의 인재들...매뉴얼 따위가 필요없는 수준의 특급 인재들이 아직 남아있어요. 김도아가 피디에게 정면으로 대드는 발언을 해서 다들 김도아를 걱정하고 있더군요. 한데, 김도아가 정면으로 안준영을 후려친 장면을 우리가 봤다는 건 안준영이 그걸 내보내는 걸 허락했기 때문이겠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안준영은 쇼의 흥행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람일 거다라고 믿어보고 있어요. 그래서 방송 분량의 불공평함에 대해서도 그럴 만하다고 여기고 있었고요. 한데 특정 참가자(김소혜라던가)에게 분량을 몰아주는 이유는 잔칫상을 푸짐하게 차리라고 몰아주는 거지 차려지지도 않은 잔칫상에 숟가락을 얹으라고 몰아주는 건 아니잖아요. 숟가락을 챙겨와봤자 잔칫상이 차려지지 않으면 그 숟가락을 올릴 곳조차 없다는 거...모두가 그 점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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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놓고 보니 1번에 쓴 내용과 비슷하기도 하네요. 에고의 증폭이 먼저였던건지 레버리지의 유무가 먼저였던건지...잔칫상이 먼저인건지 숟가락이 먼저인건지...살다 보면 잘 알수가 없게 되죠. 어떤 것이 원인이고 어떤 것이 결과인 건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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