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편추방제 좀 그만요~

2019.12.19 18:44

Sonny 조회 수:1100

전혀 좋아하지 않는 작가지만 김훈의 그 말은 꽤 유용합니다. "세상에는 정의가 너무 많아서 문제다." 정당하지 않은 주장이 하나 없습니다. 다 자기 딴에는 옳은 말이고 어떻게 해서든 이뤄내야 하는 변화입니다. 이 말은 성장을 포기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진지해지려는 사람들에게 전가의 보도로 써먹어서 문제지만요.


그냥 까놓고 이야기합시다. 소부님을 쫓아내는데 게시판의 평화니 규칙이니 하며 대의를 들먹이지 말자는 것입니다. 때로는 캐치프레이즈가 모든 걸 증명합니다. "게시판 7번 규칙에 의거해 쏘부를 퇴장시켜주길 바랍니다." 만일 정말로 이 게시판의 평화를 지키고 악플을 금지하자고 할 거였으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그 이상을 목적으로 글을 썼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주장의 목적은 개인회원 딱 한명입니다. 이 게시판 모든 사람들이 선하고 아름다우며 악플 하나 없는 게시판을 일궈내고 있는데 쏘부님 한명만이 예외적으로 과격한 언어를 쓰고 있나요. 전혀 아닙니다. 저는 서슴없이 반말을 주고 받던 다른 회원들을 기억합니다. 저조차도 때로는 직설적인 비난을 합니다. 악플이라는 현상이 범람하고 있다면, 그건 쏘부님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회원 모두가 암묵적으로 거친 언어를 때에 따라 사용해도 된다는 합의를 해놓았기 때문입니다. 설령 그 현상의 주축에 특정회원 한명이 있다 하더라도 그 책임은 우리 모두가 모두에게 약속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누구 하나를 처단하는 게 아니라요. 게시판의 규칙은 필요할 때 즉각 꺼내올 수 있는 단두대가 아니라 모두가 입고 있어야 할 속옷이나 하의 같은 거겠죠. 왜 딱 한명에게 두건을 씌우고 목을 매달자고 합니까?


특정회원 한명을 쫓아내자는 말은, 특정회원을 제외하면 난 별로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 인식 자체가 좀 불균형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 게시판에서 볼 때마다 경멸 말고는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없는 회원들이 서넛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없고 약자혐오가 무슨 감출 수 없는 본능인 것처럼 까발린다는 점입니다. 만약 저에게 게시판의 전권을 주면 그 사람들부터 바로 "퇴장"시킬 겁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이 게시판의 사람들에게 별 미련이 없고 자기 의견을 생산적으로 교환할 의지도 없으니까요. 우린 다 성기가 있고 그게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닌데, 왜 여기서 좀 까놓고 덜렁거리면 안되는거냐? 이런 의견만 나열하는 사람들을 뭐하러 커뮤니티에 두겠습니까? 그러나 오픈 커뮤니티의 단점은 커뮤니티에 자신의 인격과 지성을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동등하게 비중을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내비둬야죠. 누군가는 누군가의 언어형식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누군가는 언어가 담는 주제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그 사람들을 더 이상 바운더리 안에 두면 안된다고 여길 정도로요. 그런 문제 앞에서, 누가 욕 좀 하는 건 별 문제가 아닙니다. 제 기준에서 그 과격한 언어들은 댓글로 달렸던 그 본문 글들의 비인간성에 맞서는 도구일 뿐이니까. 누굴 용납할 수 있는 기준은 다 다른 겁니다.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봅시다. 게시판 규칙 7번 "에티켓"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 겁니까. 어느 정도까지는 에티켓을 지키고 어느 정도까지는 봐줄 수 있는 겁니까. 이 명확한 선 없이는 그냥 흐지부지한 규칙입니다. 쏘부 한명을 탈퇴시키기 위해 이 흐지부지한 규칙을 소환하고 난 다음에는, 이 규칙을 계속 적용할 건가요? 누가 욕을 하거나 말을 심하게 하면 다시 도편추방제에 부치면 됩니까? 결과적로 규정이 한명을 배제하기 위해 소모적으로 쓰이는 거지 않습니까. 이런 걸 "정치적"이라고들 표현하지 않습니까. 조국사태가 결국 검찰퇴진으로 주장이 이어지는 것도 자기들 입맛에 맞게끔만 규칙을 강도조절하여 적용하는, 그 자의적 변칙성 때문이잖아요. 


제일 공평한 시스템이 뭔지 아십니까. 사전검열제입니다. 이 글을 바로 공개되도 되는지, 운영진이나 대표자들의 검열을 받은 다음 공유되도록 절차를 뽑는 겁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사후신고제를 하면 미움 많이 받는 유저의 글은 규칙을 철저하게 적용당하지만 인기 좋은 유저의 글은 같은 규칙도 적용받지 않습니다. 이 편파성을 본인 기분나쁘다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게 무슨 정의로운 일인가요. 이 전에도 말했지만 이건 그냥 이지메입니다. 거기다가 무슨 악플로 죽은 사람 끌어오지 마십시오. 누구도 악플로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면, 왜 다른 악플러들은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왜 단 한명만이 타겟입니까? 예시로 든 악플의 피해자들이 단 몇명의 악플 때문에 그랬습니까? (장례식도 다녀온 입장에서 피해자들이 이렇게 호출되는 게 좀 많이 그렇습니다)


저도 바른 말 고운 말로 설득하고 논쟁하는 회원이 제일 좋습니다. 하지만 어떤 주장은 그런 식의 반론이 무의미하거나 소모적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 글에는 때로 규정에는 아주 맞지 않더라도 다소 공격적인 발언이 나갈 수도 있습니다. 언어의 형식만으로 한 개인을 이렇게 이지메하는 건, 오히려 언어가 담고 있는 안티 휴머니즘에는 무관심한 것처럼 들립니다. 때로는 형식이 내용보다 중요할 수 있죠. 그러나 그 형식이 왜 그렇게 공격적이고 왜 어떤 회원들은 이런 집중적 비난에서 자유로우며 왜 비속어를 거의 쓰지 않는 듀나님이 게시판의 주인이면서도 그런 회원들을 방조하는지, 그 의미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의 이지메에 정의를 덧씌울 게 아니라요.



 저는 오히려 이렇게 누구를 쫓아내자고 하는 글을 못올리도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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