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전에 썼듯이 운동이란 건 해도 몸이 아프고 안해도 몸이 아파요. 운동을 하면 근육통 때문에 당연히 아프고, 회복된 채로도 운동을 안 하고 있으면 몸이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몸이 아픈 거죠. 그야 아예 운동과 담을 쌓고 살던 시절엔 '운동을 안 해서 몸이 아픈'건 모르고 살았지만요. 


 다니는 호텔마저 2주간 닫아버려서 운동을 못 하고 있어요. 그래서 하루에 한번씩 산책이라도 나가곤 하죠. 운동을 한다기보다는 답답한 기분을 풀러 나가는 것에 가깝지만요.



 2.하지만 산책을 할 때는 비일상적인 거리가 좋아요. 사는 곳 근처를 다녀봐야 새로운 기분이 안 들거든요. 동네를 걷다 보면 역시 이 거리를 걷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차를 타고 아주 먼 곳에 가서 걷곤 하죠.



 3.물론 도시의 '산책로'라는 건 아주 길지 않아요. 서울을 걷다 보면 반드시 대로변이 나오게 되고 사람이 북적이는 곳이 나오게 되거든요. 도시 안의 아주 작은 틈...사람이 적고 차가 적은 거리를 찾아내서 걷는 걸 좋아해요.


 물론 한강변이나 홍대처럼 걷기 좋은 거리가 주욱 이어지는 곳도 있지만 압구정...고속터미널...광화문역 같은 곳에는 그런 이상적인 산책로의 루트가 아주 짧게, 잠깐식만 존재하죠.



 4.휴.



 5.사실 산책이라고 해서 꼭 야외를 걷는 건 아니예요. 전에 썼듯이 나는 인공적인 걸 좋아하니까요. 스트릿이 아니라 몰 산책을 더 좋아하는 편이죠. 사람이 없는 시간에 몰에 가서 이리저리 걷다가 가게에 들어가 봤다가 식사도 했다가 볼만한 영화가 마침 딱 시작할 시간에 눈에 띄면 영화도 한편 보는 걸 좋아해요. 


 그런 걸 몰링이라고 하던가요? 어쨌든 몰링의 재미는 그런 우연성에 있는 거거든요. 그냥 걷다가 서점에 들어가서 우연히 발견한 책, 우연히 발견한 새로운 식당, 우연히 보고 싶은 영화가 마침 딱 시작하는 순간, 지금이 아니면 다음 시즌에는 다시 안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옷, 지하 푸드코드에서 발견한 새로운 핑거푸드...이런 것들이 딱 맞아들어가는 순간이 있거든요. 


 물론 그런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꽤나 큰 몰이어야 하지만요. 백화점도 있고 영화관도 있고 서점도 있고 이제 막 시작하는 낯선 프랜차이즈 식당같은 것도 즐비한 그런 몰이요. 저기에 호텔까지 플러스되어 있으면 금상첨화고요. 쉐라톤이나 시그니엘이나 고속터미널 메리어트나 콘래드 정도가 그렇죠. 타임스퀘어도 코트야드 메리어트랑 붙어있던데 거긴 아직 안가봤어요. 사실 타임스퀘어는 타임스퀘어 내부랑 외부의 낙차가 너무 커서...딱히 즐겨 찾는 곳은 아니예요.  

 


 6.'거리'를 걷는 건 다른 사람과 같이하는 게 좋아요. 하지만 몰을 걷는 건 혼자서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예요. 장난감 상자를 열어보는 것처럼 그때그때 변덕을 부려보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7.어쨌든 피트니스가 아니라 바깥을 걸어보니 역시 트레드밀은 좀 인공적인 것 같아요.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도는 구조인데 요령을 부리면 뛰는 게 아니라 발을 잠깐잠깐 대는 것에 불과하거든요.


 하지만 땅을 걸어보니 의외로 무릎이라는 건 위로 많이 올라가지 않는구나...라는 느낌이네요. 운동을 할 때는 무릎을 허리~가슴팍까지 들어올리는 동작을 하곤 하는데 일상 생활에서는 그 동작을 취할 기회가 거의 없네요. 그렇다고 걸으면서 무릎을 높이 올려보려고 하니 뭔가 어색하고.



 8.전염병이 끝나면 김포공항 가서 몰을 휘적휘적 걸어보고 싶네요. 맨날 간다 간다 하면서 못 간 곳이 많아요. 나주에 있는 한전 신사옥 본사도 보러가고 싶고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부산 센텀시티도 가보고 싶네요. 


 누군가는 '고작 몰을 걸으려고 지방까지 가는 거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몰링을 정말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아무리 구성이 비슷비슷해도 각각의 몰은 조금씩 다른 맛이 있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0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6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17
123184 주말에 읽을 책. [2] thoma 2023.05.12 265
123183 프레임드 #427 [5] Lunagazer 2023.05.12 105
123182 남호연 개그맨이 뜨나봅니다 [1] catgotmy 2023.05.12 510
123181 녹수가 길동이 한테 [2] 가끔영화 2023.05.12 184
123180 검사와 피의자 [1] 왜냐하면 2023.05.12 239
123179 [웨이브바낭] 그래서 HBO 시리즈 버전 '이마 베프'도 봤습니다 [10] 로이배티 2023.05.11 464
123178 '면도날', 애플티비+'유진 레비 여행 혐오자 -' [2] thoma 2023.05.11 303
123177 외로움에 대해 [3] catgotmy 2023.05.11 303
123176 재미로 해보는 여러분의 플래이 리스트는? [7] Kaffesaurus 2023.05.11 393
123175 프레임드 #426 [4] Lunagazer 2023.05.11 107
123174 넷플릭스 신작 비프 추천(온전히 이해받는 것에 대해) [6] 가봄 2023.05.11 534
123173 술 한잔 안마시고도 필름이 끊기는 신기한(아님) 무서운 경험말고 하늘 사진들 [12] soboo 2023.05.11 564
123172 바티칸 엑소시스트를 보고 [2] 라인하르트012 2023.05.10 309
123171 [영화바낭] 장만옥이 짱입니다. '이마 베프' 영화판 잡담 [4] 로이배티 2023.05.10 475
123170 짬짜면은 누가 처음 생각해냈을까요. [9] Lunagazer 2023.05.10 508
123169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읽었습니다 [9] Sonny 2023.05.10 354
123168 프레임드 #425 [2] Lunagazer 2023.05.10 97
123167 축구 이적설 나오는 것 보다가 [2] daviddain 2023.05.10 183
123166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7] 조성용 2023.05.10 675
123165 메시 아버지가 이적설 일축 daviddain 2023.05.09 16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