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의 공포...

2020.07.08 00:23

안유미 조회 수:523


 1.이미 썼듯이 요즘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어요. 새로운 사람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이미 봤던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져서요.


 한데 연락을 해보니...그냥 잠깐 만났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연락하기가 쉽지만 막상 가까웠던 사람들에겐 연락하기가 어렵더라고요.



 2.이건 뭐랄까...건강 검진 같은 거예요. 나이가 많은 중년남자가 건강 검진 권유를 들으면 안 한다고 피하는 거랑 비슷한 거죠. '아 건강 검진 그까짓 걸 뭐하러 해?'라고 성질내면서 피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예요.


 왜냐면 종합 건강 검진을 하러 갔는데 어차피 아무 문제가 없으면 괜히 한 거고, 만약에라도 문제가 있으면 낙담할 거니까요. 괜히 그런 걸 확인하고 싶지 않다...무섭다...라는 감정이 드는 거예요.



 3.그래서 잘 몰랐거나 대충 만난 사람들에겐 다시 연락해서 쾌활하게 안부를 물을 수 있지만 정작 정말 가까웠던 사람에게 연락하는 건 힘든 거죠. 괜히 확인하고 그러는 게 너무 무섭거든요. 내가 그들을 오랫동안 신경쓰지 못한 사이에 안 좋아졌으면 어쩌나...슬플 것 같아서요.


 어쨌든 그래요. 꼭 해야할 건강 검진을 피하듯이, 정작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건 피하게 되는 거죠. 슬프고 무서워서요.


 

 4.휴.



 5.슬프고 우울하네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 우주가...그냥 그런 곳인 거죠. 아무리 열과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태어나도 결국 나이를 먹으며 그것들을 서서히 잃어 가게 돼요. 


 처음에는 괜찮겠죠. 자신에게 넘쳐나는 열기와 열량으로 살아가면서 '나는 혼자서도 잘 살거야.'라고 외치고 다니니까요. 하지만 이 우주에 자신의 열을 너무 많이 빼앗겨버린 뒤엔 허겁지겁 다른 사람들을 찾게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의 온기라도 있어야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거니까요.


 

 6.하지만 그런 것도 소름끼치는 소시오패스인 거겠죠. 혼자서 잘먹고 잘살면서 무리짓는 다른 사람들을 비웃다가 이제 와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건...매우 이기적인 소시오패스나 할만한 짓거리니까요.



 7.그러나 어쩔 수 없죠. 우주의 법칙에 의해 열은 반드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건 반대의 경우보다는 나은 일이고요. 


 어쩔 수 없어요. 이 우주가 사람이 타고난 열량을 빼앗아가기 때문에...다른 사람들과 뭉쳐서 맞설 수밖에요. 우울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3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0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644
123164 이번 주의 책 짧은 잡담. [8] thoma 2023.05.09 364
123163 프레임드 #424 [4] Lunagazer 2023.05.09 117
123162 퀘이크 리마스터 (2021) catgotmy 2023.05.09 154
123161 [웨이브바낭] 돌프 룬드그렌의 호러!!! '돈 킬 잇: 악마 사냥꾼'을 봤습니다 [8] 로이배티 2023.05.09 365
123160 비윤리적 농담. [13] 가봄 2023.05.09 720
123159 윤통 1년 뉴스([尹대통령 취임 1년] “경제산업 정책 잘했다” 51%...“못했다” 20% 불과 등) [3] 왜냐하면 2023.05.09 581
123158 빌보드 순위 19위 예측 - 피프티 피프티 분홍돼지 2023.05.08 381
123157 [영화바낭] 망한 선택 두 편, '카크니즈 vs 좀비스', '웨더링' 잡담 [2] 로이배티 2023.05.08 211
123156 아이고~ 아조시~ 이게 머선129? 앞으로 이거 우짭니까? [3] ND 2023.05.08 615
123155 에피소드 #36 [4] Lunagazer 2023.05.08 96
123154 프레임드 #423 [4] Lunagazer 2023.05.08 103
123153 (스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보고 왔습니다 [8] Sonny 2023.05.08 636
123152 A small light 디즈니 시리즈 [6] Kaffesaurus 2023.05.07 342
123151 [웨이브바낭] 스티븐 소더버그표 심플 스릴러, '키미'를 봤습니다 [8] 로이배티 2023.05.07 421
123150 소닉 매니아 유튜버 플레이 catgotmy 2023.05.07 130
123149 프레임드 #422 [4] Lunagazer 2023.05.07 115
123148 블레이드 러너와 블레이드 러너 2049 사이 [8] LadyBird 2023.05.07 506
123147 보리차와 커피 [8] catgotmy 2023.05.07 439
123146 요즘 듣는 노래;어떤 분위기 메피스토 2023.05.07 197
123145 <어쩌다 마주친, 그대> 흥미진진할 것 같아요. 부치빅 2023.05.06 4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