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입니다

2011.03.12 00:23

스웨터 조회 수:5998


1.
자다가 깰 정도의 지진이 와도, 곧 잠들어버리는 저도 
확실히 이번 지진은 무서웠습니다.
클라이언트랑 미팅 중이었는데 흔들리기시작하더군요.
보통 사무실 안의 식물들이 흔들흔들...할 정도의 지진은 늘상있어서
하던 회의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그게 1분을 넘게 지속되면서...
점점 심해지더라고요. 책상이 흔들리고, 바닥과 천장이 움직이는게 보일정도로요.
첫번째 지진이 멈추고, 클라이언트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둘이서 열심히 아이폰으로 정보를 검색했습니다.
그리고 5분후, 어느정도 제정신 찾고 다시 미팅을 지속하는데,
두번째 지진이 오더군요.
그 때 다른 동료분이 오셔서 "빨리 나가는게 좋겠다"하셔서
하던 회의를 중단하고 짐을 챙겨서 계단으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니까 이미 피난나온 사람으로 길전체가 메워져있더군요.

2.
가끔 친절하게 화장실을 개방하거나 앉을자리를 제공하는
사옥, 커피숍을 제외하고 가게는 전부 일찌감치 셔터를 내렸습니다.

혹시 열차가 재개되지 않을까, 희망을 품고 기다리다가
결국  미팅장소에서 집까지 약 10km를 걸어서 돌아왔습니다.
도로 옆 큰길을 따라서 옆사람들과 어깨 부딪힐 정도로 빡빡한 길을 걸었어요.
그런데, 지금 상황이 영화 우주전쟁이랑 놀라울정도로 비슷하게 느껴지더군요.

큰길을 따라서 무리지어 걷는 사람들. 
(다들 전화도 안되고 스마트폰 배터리도 끊긴고로)
어디는 진도가 몇도라더라, 전철이 어디는 다닌다더라..식의 루머가
걷고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고 퍼지고..
5분간격으로 앵앵거리게 빠르게 지나가는 구급차. 
공중전화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3.
문득 오늘 식사도 하지 않았다는걸 느꼈습니다.
집에 와보니 물건들이 꽤 바닥에 구르고 있어요. 
이거 언제 청소하지...하면서 술 한잔 따라봅니다.

지금 글을 쓰는 와중에도 창문이 덜덜떨릴정도의 여진이 오고있습니다.
(건물 안에서가 더 느끼기 쉬운데) 첫번째 지진이후로
한 여섯번은 넘게 온 것 같아요.

오늘밤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0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6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08
123181 드라마 스카이 캐슬 실제 촬영지 [18] Bigcat 2018.12.23 6188
123180 티아라 이젠 리틀 티아라랍니다;;; [17] zzz 2012.09.04 6188
123179 대구여대생 살인사건 택시기사의 인권유린 [24] 사과식초 2013.06.05 6188
123178 몰스킨의 킨들-아이폰-아이패드 케이스, 피너츠(스누피) 한정판, PAC-MAN 한정판. [17] mithrandir 2010.10.05 6188
123177 50대 여자가 하지 말아야 할 일 [22] 쓸모없는노력의박물관 2014.07.17 6187
123176 수리는 이제 디자이너 옷 못입는군요 [3] 가끔영화 2012.07.21 6186
123175 이동진이 뽑은 2000년대 베스트 앨범 [14] Ostermeier 2011.09.16 6186
123174 스마트 폰 안드로이드 아마존 킨들 어플 사용하는 법 좀 알려주세요. [8] herbart 2012.04.29 6185
123173 신승훈은 참 안타까운 가수 아닙니까? [49] kct100 2013.06.02 6184
123172 이유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대응 [10] 마조히스트 2015.08.14 6183
123171 임재범이 부른 티벳 고승들의 창법이라는게... [6] 발없는말 2011.05.09 6183
123170 야오녀 [28] 렌즈맨 2010.09.27 6183
123169 이런 연애도 있습니다. [15] 푸른새벽 2010.09.05 6183
123168 역시 남자는 어린게 최고 [17] clancy 2012.08.23 6182
123167 영어 원서 읽기 위한 어플은 현재 아마존 킨들이 최고인거 같습니다 [12] herbart 2012.05.29 6182
123166 김연아 지젤 의상 [39] Salzkammergut 2011.04.29 6182
123165 ‘아가씨들,호스트바 비싼데 가.싼 데 가면 이런 애 나와’ [19] ML 2014.09.15 6181
123164 clancy님 연애는 구원이 아니었어요. [43] 知泉 2013.02.15 6181
123163 강호동,“지상파는 은퇴, 종편에서 활동하겠다.” [18] 사회지도층 2011.09.14 6181
123162 누구에게도 선의를 기대해선 안되는 것인가 [5] 천연성 2015.11.16 618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