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게임 하겠다더니!!!



 - 영국 드라마입니다. 그러니 영국어 페티시가 있으신 분은 언어를 영어로 설정해서 보시면 더 좋을 거에요. 굳이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은 한국어 더빙(!!)이 되어 있고 그래서 디폴트 상태로 재생하면 한국어 더빙이 나와 버리기 때문입니다. 더빙 퀄리티는 걍 무난해요. 전 아무 생각 없이 걍 한국어로 보다가 중간에 몇몇 에피소드만 시험 삼아 영어로 보고, 매 에피소드 시작할 때마다 저절로 한국어로 바뀌어 버리길래 귀찮아서 걍 한국어로 마무리했습니다.



 - 시리즈에 대한 설명은 제목에서 거의 다 했네요. '환상특급'인데 초중딩용입니다. 매 편마다 24분 정도 밖에 안 되고 1시즌은 13화로 되어 있으니까 금방 다 봤죠.

 '초중딩용'이라는 말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데, 일단 매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 초딩에서 중딩 사이의 아이들입니다. 소재와 사건들도 어린애들이 관심 가질 만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야기들의 수위도 그 레벨이며 이야기의 수준(???)도 그 수준에 맞춰져 있어요. 

 뭔가 영국 초중딩들에게 토론 수업을 시키기 위한 교재 격으로 만들어진 시리즈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소재가 거의 다 (영국인들이) 10대 때 겪어봤거나 무서워했을만한 것들로 선정되어 있고 매 에피소드마다 선명한 교훈이 있거든요.



 - 가장 큰 문제는 제가 40대 중반의 아저씨이며 각종 호러 시리즈물들에 이골이 난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철저하게 10대 초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진 이야기들을 보며 재미를 느끼기는 좀 어렵죠. 그렇다고해서 이 이야기들이 '애들을 위한 거지만 어른들이 봐도 충분히 재밌는' 수준에 도달한 수작들도 아니어서... 말하자면 '모여라 꿈동산'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왜 끝까지 다 봤냐구요? 그건 그저 제가 호러 앤솔로지를 좋아하는 사람인 데다가 한 편당 시간이 짧아서 조금 실망하다 보면 끝나고, 조금 실망하다 보면 끝나고를 반복하며 끝까지 보기가 쉬운 시리즈였기 때문입니다.



 - 예를 들어 첫 번째 에피소드 '마티'는 학교의 흔한 듣보 여학생 한 명이 유명해지고 인기인이 되고 싶은 마음에 티비 광고를 보고 인공지능 '마티'가 탑재된 괴상한 야매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음. 그냥 총체적 난국입니다. 단언컨데 제가 그동안 넷플릭스에서 본 컨텐츠들 중에 작품 완성도를 놓고 봤을 때 원탑급 조악함을 자랑해요.

 스토리, 촬영, 연출, 연기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아마추어 퀄리티입니다. '나보고 각본 써보래도 or 연기 해보래도 이것보단 잘 하겠다'는 생각이 육성화하여 저절로 입에서 튀어 나옵니다. 이 시리즈를 시도해볼 사람들 중 거의 대부분이 이 레전설급 첫 에피소드에 경악해서 뛰쳐 나갈 거라고 봅니다. 뭐가 구린지 설명하자면 끝이 없어서 설명도 그냥 포기할래요.



 - 그리고 두 번째 에피소드도 첫 에피소드와 쌍벽급 퀄리티여서 하나만 더 보고 관두려고 했는데 세 번째 에피소드는 여전히 허접하지만 그래도 뭔가 좀 귀엽습니다? 그래서 네 번째를 보니 역시 허접하지만 나름 잠깐은 재미가 있었네요? 그래서 다섯번째 에피소드를 보니 이건 꽤 괜찮아요. 그래서 여섯번째를 보고... 실망했지만 하나만 더 보지 뭐 하고 보고 그리고 또 보고 하다보니 몇 개 안 남아서 내친김에 끝까지 봤어요. 

 근데 이게 또 의외로 '눈높이' 수준에서는 꽤 괜찮은 면이 있었는지 시즌 2가 나올 정도까진 흥했네요. 저는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 안 볼 거지만, 어쨌든 그 동네 어린이들에겐 정말로 봐줄만한 구석이 있는 시리즈였나 봅니다.


 하지만 그거야 그쪽 사정일 뿐이니 전 그냥 그럭저럭 볼만했던 에피소드 몇 개 이야기만 더 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 5번 에피소드 '고양이 밥'이 시즌 1에서 가장 재밌게 본 에피소드였습니다. 아프다고 부모에게 뻥치고 집에서 빈둥거리던 어린이가 어쩌다 옆집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인생이 꼬이는 이야기인데... '페리스의 해방'으로 시작했다가 '이창'으로 넘어가서 서늘한 환상특급식 반전으로 마무리되는 흐름이 꽤 자연스럽고 괜찮았어요. 유머도 있고 스릴도 있고 반전도 있으면서 교훈(인생 날로 먹으려다 큰 코 다친다!)도 적절하게 잘 전달되는 괜찮은 한 편이었습니다. 


 9번 에피소드 '레드라 불린 소년'은 뭐... 사실 이야기는 되게 대충 어설프게 짜여져 있지만 에피소드 내내 흐르는 훈훈한 정서와 분위기가 의외로 괜찮았구요.


 유일하게 두 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피날레 에피소드 '서커스'는 갑자기 돈 들인 티가 나는 때깔도 괜찮았고 중반까지 나름 흥미롭게 흘러가는 미스테리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의 반전도 뻔하지만 살짝 예상과 다른 방향이어서 신선함이 있었습니다. 시리즈 내 유일한 교훈 없는 에피소드인 줄 알았는데 막판 반전으로 교훈이 드러나서 괜히 웃기기도 했구요. 제 생각엔 10분 정도 사족을 쳐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뭐 시리즈 본인이 제게 던져준 실망감들 덕인지 그럭저럭 퀄리티 있는 에피소드로 기억에 남네요.


 딱 하나만 추천작을 고른다면 5번으로 하겠습니다. 절대로 다른 유명 시리즈들 대비 훌륭한 편이라고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으니까요.



 - 최악의 에피소드도 골라본다면... 워낙 쟁쟁하긴 하지만 고민 끝에 1 or 8을 고르겠어요. 1은 위에서도 말 했듯이 정말 총체적 난국을 버텨내는 재미(?)가 있구요. 8은 그럭저럭 무난하게 못 만든 이야기로 흘러가다가 클라이막스에서 정말 지켜보기 민망하기 짝이 없는 액션씬이 나와서 충격과 공포에 빠져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정말 최악 중의 최악이라고 생각한 에피소드들이지만 '되게 못 만들었지만 이것들만큼 못 만들진 않아서 보고 나면 아무 기억이 안 나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에 비하면 존재감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랄까(...)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정말로 재미가 있었단 얘긴 아니라는 거, 잊지 말아주세요.



 - 결론은 이렇습니다.

 철저하게 초중딩 눈높이에 맞춰 만들어진 이야기인 동시에 대체로 참 못 만든 이야기들입니다. 원래 목표했던 타켓층에서 어필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그 타겟층이 아니고 듀게에서 글 읽고 있을 사람들 중에 그 타겟층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아요.

 그냥 안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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