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작. 30년 묵은 '고전' 되겠습니다. ㅋㅋ 런닝타임이 2시간에서 8분이 넘네요. 스포일러 있어요. 스포일 당하실 분이 듀게에 설마 계실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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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에 크게 적힌 게 더글라스 뿐입니다. ㅋㅋㅋㅋ 개봉 당시까지 사정으로 충분히 이해 가능하지만 괜히 웃기네요.)


 - 일단 넷플릭스에 있는 버전은 당연히 블러 없고 삭제 없는 버전입니다. 물론 여기서 '삭제 없다'의 기준은 옛날 국내 개봉 및 비디오 출시 버전과 비교했을 때 얘기구요, 보니깐 이것도 버전이 되게 많던데 그 내용들을 제가 다 파악하지 못하니 자세한 설명은 패스합니다. ㅋㅋ 암튼 일단 국내 개봉시 삭제되었다는 장면들이 많이 들어 있네요. 잔인한 장면이든 노출 장면이든 말이죠. 중요한 건 제가 수십년 전에 그 검열 덩어리 버전으로 한 번 보고난 후 이번이 첫 재감상이었다는 거죠. 느낌이 확 다르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너무 오래돼서 버전 차이에 따른 소감 차이는 모르겠어요. 다만 세월에 의한 소감 차이는 확실히 크다는 느낌.

 그러니까 옛날엔, 1992년 언저리의 한국 사람들... 일단 저에게 이 영화는 너무 매운 맛이었죠. 노출이나 베드씬 수위도 그렇고, 위풍당당 나쁜 여자에게 세상 사람들이 다 휘둘리며 파멸을 맞는데 정작 악당은 끝까지 멀쩡한 결말도 그렇고.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동성애, 양성애 소재도 그렇구요. 그래서 걍 영화가 야하다!! 샤론 스톤이 섹시하다!! 이 두 가지에 꽂혀서 영화 감상을 마치는 경우가 많았고 일단은 제가 그랬습니다. <- 

 그런데 이제 이 영화 속 설정이나 장면들이 그냥 흔한 것이 되어서 예전의 정신산란 파워를 잃고 나니 영화 내용이 좀 다르게 보이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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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로드쇼 등지에서 마르고 닳도록 봤던 이 짤. 사실 이 영화엔 안 그런 짤이 없긴 합니다만. ㅋㅋ)


 - 일단 마이클 더글라스의 주인공 캐릭터부터 느낌이 많이 달라요. 당시에도 이 놈이 좋은 놈이라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만, 다시 보니 이 양반 정말 대놓고 개차반이네요. ㅋㅋㅋ 술과 마약에 쩔어서 무고한 사람들에게 총질해서 죽인 게 다섯명에다가. 분노 조절 장애라도 있는 놈마냥 여기저기 행패 부리고 다니구요. 또 시작하고 30분도 안 되어서 자기 좋아하는 정신과 의사에게 성폭행을 시전하잖아요. '그래도 능력 있는 경찰'이라고 주변에서 대사로 한 두 번 띄워주긴 하지만 극중 행적을 생각해보면 뭐가 유능한지도 모르겠어요. 결정적으로 이 양반이 샤론 스톤에게 집착하는 것도 사랑은 개뿔, 그저 성욕이 이성을 밀어내고 꼭두각시 노릇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이구요. 그러니 보는 내내 맘이 참 편안합니다. 이딴 놈 뭐 걸려들어서 죽든 말든 누명을 쓰든 말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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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산이 1억 달러에 이 비주얼에 이 지략이라니 그거슨 거의 히어로물 빌런급 아닙니까.)


 - 그리고 당연히 샤론 스톤의 캐서린 트럼멜 캐릭터도 느낌이 확 달라요. 예전엔 그저 섹시 대폭발!! 이런 생각만 하며 봤던 것 같은데 다시 보니 섹시함보단 (물론 지금 봐도 매우 섹시합니다만) 그 똑똑함과 당당함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그 전설의 취조씬이 그래요. 그냥 야하고 섹시해서 다들 헤벌레... 이게 아니라 그 상황과 분위기를 다 파악하고 계산해서 남자들을 자기 계획대로 끌어들이고 휘두르는 영리함이 더 강하게 느껴지구요. 이후에 주인공 남자를 유혹하고 옭아 매는 것도 걍 섹시 발산!으로 한 방에 낚은 게 아니라 차근차근 덫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이 있었다는 게 지금 보니 더 잘 보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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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락당하는 남자들. 그리고 의문의 인생 캐릭터행을 당한 우리 배우님. 처음으로 그 이름을 확인해 불러 봅니다. 웨인 나이트님!! 어라, 이름이 꽤 간지네요.)


 덧붙여서, 애초에 우주 갑부로 설정을 해 놔서 캐서린이 짠하거나 구차하게 느낄만한 구석을 원천 차단해 놓은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습니다. 정말 이 영화의 캐서린은 완벽한 스탯을 갖춘 빌런이에요. 뭐든 자기가 원하는대로 다 이루어내고 그것에 한 점 후회도 망설임도 없죠. 그래서 애시당초 나쁜 놈이지만 보다보면 막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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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제가 늙어 버리니 다 그냥 앳되어 보이는 게 신기하고 웃기고 슬펐습니다. 진 트리플혼이 이렇게 뽀송뽀송해 보일 줄이야...)


 - 영화의 페이스는 2022년에 보기엔 다소 느긋한 편입니다. 뭐 어쩔 수 없죠 30년 전 오락물이니. 

 하지만 그 시간 안에 빼곡하게 사건들이 들어차 있고, 나름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떡밥과 반전들이 허술하지 않게 잘 짜여져 들어가 있어요. 다 보고 나니 이 영화 후로 미칠 듯이 쏟아져 나왔던 그 '섹시 스릴러'들에 부족했던 게 단지 샤론 스톤의 포스만은 아니었구나... 싶더라구요. 물론 그동안 이 장르(?)의 이야기들도 발전을 거듭했기 때문에 지금 와서 보기에 참신하고 놀라운 건 전혀 없는 뻔한 이야기입니다만. 장르의 원조격 작품을 평하면서 '지금 보기엔 안 새로움' 이라고 비판을 하는 건 좀 아니겠죠. 야하고, 종종 천박하단 느낌까지 들지만 장르 범죄물로서 충분히 잘 짜여진 각본이었습니다.
 특히 마이클 더글라스가 나중에 캐서린과 같은 처지가 되어서 취조를 받으며 캐서린과 똑같은 대꾸를 하는 장면 같은 건 참 센스 있었구나 싶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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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순가련 컨셉도 아름답게 어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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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하고 지적인 컨셉도 거뜬! 연기의 완성은 얼굴!!!)


 - 폴 버호벤 정도 되는 사람의 영화를 두고 이렇게 말하긴 좀 그렇습니다만. 어쩔 수 없이 이건 샤론 스톤의 영화였습니다.

 그냥 이 영화를 보면 이 사람이 당시에 어떻게 그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는지 납득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보니 상당히 고전적인 느낌으로 아름답구요. 또 그 마스크가 오묘하게도 섹시한 척, 사랑스러운 척, 청순가련한 척, 지적이고 분위기 있는 척, 지치고 힘든 척, 뭔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척... 등등 다양한 상황에 모두 찰떡 같이 잘 어울립니다. "나는 이걸로 당대의 스타가 될 테야!!!" 라는 포스가 시종일관 뿜뿜하는 것이 과연 이 사람이 먼저 제안 받은 배우들의 두 자릿수 거절 덕에 팔자 고친 양반이 맞나 싶죠. ㅋㅋㅋ 

 너무 세고 강렬한 캐릭터로 확 떠버린 탓에 이후 경력이 순탄치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캐릭터 하나를 일생 캐릭터로 두는 데 성공한 배우들이 또 얼마나 있나 생각해보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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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악 세상에 여자가 여자를 좋아한다니 범인임이 틀림 없어!!! 저 손 위치 좀 보라고!!!)


 - 앞서 말했듯 작정하고 야하고 천박한(?) 분위기로 강하게 나가는 이야기이다 보니 요즘 시국에 보기엔 좀 불편할 장면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당시 동성애자들의 항의 시위까지 있었다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시각 같은 부분이구요. 여성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뭔가 상태가 건전하지가 않죠. 이 영화의 '모든' 여성 캐릭터들이 다 캐서린과 친분을 갖고 있는데 그게 다 영문 모를 살인자들이고 매번 남자를 죽였거나 죽입니다. 여혐 영화라고 딱지 붙어도 할 말이 없을 수준...

 이긴 한데. 그렇게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습니다. 어차피 이 영화는 남자들도 다 악당이거나 찌질하거나 아니면 멍청하니까요. 소위 '보통 사람' 클래스에라도 들어갈만한 사람은 거스 하나 밖에 없는데 그 분은 마지막에... 하하;

 게다가 세계관 최강자인 캐서린의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에요. 제일 나쁜 놈인 건 맞는데 어쨌든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아 이런 게 바로 길티 플레져인가!!' 뭐 이런 기분으로 즐겁게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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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제정신에 가까웠던 우리 거스님. 명복을 빕니다. 그러게 챙길 놈을 챙겼어야지...)


 - 결론적으로, 지금 봐도 잘 뽑힌 스릴러입니다. 
 캐릭터빨이 크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워낙 강력하니까요. 잠시나마 시대의 아이콘급에 올랐던 샤론 스톤의 매력만 구경해도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이 아깝지 않구요.
 기억보다(?) 훨씬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버호벤의 과감한 연출 구경에 다시 보길 잘 했다... 는 생각을 하며 봤습니다.
 혹시 저처럼 본지 오래돼서 잘 기억도 안 나는 분들이 있다면 다시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정말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그 시절엔 왜 그리 평이 안 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ㅋㅋ




 + 원래 어제 넷플릭스에서 빠질 예정이었죠. 그래서 급히 본 건데 아직도 안 나가고 있습니다. 혹시 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서두르시는 편이 좋을 듯... 이라고 적었는데, 아니랍니다. 15일에 빠진대요. 그래도 보실 생각 있으시면 그냥 얼른 보세요. ㅋㅋ


 ++ 그리고 뭐 지금 시점에서 이 영화를 보면 누구나 하실 생각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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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뒤에 FBI로 이직하신 후 정신 나간 부하들 때문에 개고생하실 분. ㅋㅋㅋ 역할은 거의 없습니다. 취조실 장면의 형사들 중 한 명으로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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