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작이니까 올해로 30주년인가요. 장르는 호러/스릴러, 런닝타임은 104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결말이 하도 망측해서 언급하지 않고는 참을 수가... ㅋㅋㅋㅋ 대신에 스포일러 부분에는 크고 뻘건 표시를 해두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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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이라면 스포일러, 사실이 아니라면 거짓말이 될 문제의 카피!!!)



 - 갑부집 어린 상속녀 드류 배리모어양에겐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아빠가 수상하게 세상을 떠났는데, 최근엔 엄마가 아예 난도질 살해를 당했고 용의자가 바로 본인이에요. 누가 봐도 선글라스 쓰고 검은 옷 입은 버전의 자신이 목격됐거든요. 참고로 아빠 사건의 범인은 당시 11살이었던 남동생이라는 게 오피셜이고 그래서 동생은 정신병원에 감금돼 있습니다.

 어쨌든 그 분께서 자기 동생 병문안 한다고 LA를 찾구요. 돈이 팡팡 분수처럼 치솟는 처지에 이유를 알 수 없게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월세 룸메이트로 들어갑니다.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남동생인 척하는 이름을 달고 실제 직업도 글쟁이라는 이 양반은 당연히 상속녀의 미모에 첫눈에 반하고. 이렇게 굴러들어온 복이 자꾸만 검은 옷의 선글라스 차림으로 변신해서 수상한 짓을 해대니 애가 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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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드류)



 - 시작하자마자 '난 못 만든 영화다!!!'라는 티를 팍팍 내는 영화입니다. 도입부의 첫 장면부터 촬영, 연기, 편집까지 칼같이 구리구요. 이어지는 베드씬 아닌 베드씬은 지인짜 못 만든 에로 영화 같아서 웃음이 나오구요. 암튼 촬영, 연출, 연기, 각본, 음악까지 그 모든 것이 잠시만 봐도 확 눈에 띄도록 구려요. 시작부터 끝까지 쉴 틈 없이 구립니다. 일말의 고민도 타협도 필요 없습니다. ㅋㅋ

 그 모든 구림 중에서 평소에 저렴하고 어설픈 영화들을 많이 봐 온 입장에서 가장 강렬했던 건 각본이었어요. 뭐랄까, 이건 정말 납득 불가 수준의 퀄인데... 사건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든가 진상이 너무 무리수라든가 이런 건 당연하고 그냥 기본이 안 돼 있습니다. '방금 그 장면은 왜 들어간 거지?' 싶은 무의미한 장면들은 하도 많아서 나중엔 신경도 안 쓰게 되구요.

 하나만 예를 들자면 식사 장면이 있습니다. 드류가 요리해서 남자에게 대접해요. 남자는 계속 먹고 드류는 먼저 일어나서 식탁 정리를 합니다. 근데 그 과정에서 남자가 마시고 있던, 아직 반 넘게 남은 술잔을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치워요. 그러면서 둘은 계속해서 심각한 대화를 이어가고... 뭐 이런 식이에요. 각본도 문제지만 감독이 자신이 찍고 있는 상황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얘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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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옷된 드류!!! 우왕! 무섭지!!)



 -  스토리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하자면 이런 겁니다. 드류와 똑같이 생겼지만 늘 검은 옷차림에 커다란 선글라스를 쓴 사람이 여기저기 출몰하며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데, 드류는 그게 본인의 도플갱어라고 주장하고 사람들은 드류의 다중 인격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과연 어느 쪽이 진실인가!!! 라는 게 초점을 맞추는 스릴러이구요. 이 모든 이야기는 드류가 영문을 모르게 세 들어 사는 집의 룸메이트 남자 입장에서 보여지고 전개가 됩니다.


 근데 문제는, 관객의 입장에서 도무지 이 중심 사건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는 이미 말 했듯이 '모든 것이 엉망'이어서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진정한 목적이 또 크게 한 몫을 합니다. 그 목적이란 바로 이 영화의 유일한 세일즈 포인트인 우리의 스타 드류 배리모어를 벗기자!!(...)라는 거구요. 그래서 그런 게 자꾸 나옵니다. ㅋㅋ 시작부터 베드씬이고 샤워도 해줘야 하구요, 또 베드씬을 해야 하구요, 별 맥락 없는 섹시 댄스도 길게 춰야 하구요, 또... 뭐 그런 거죠. 그리고 이러다 보니 중심 사건은 자꾸만 뒷전이 되어서 인상이 흐릿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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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출연진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발연기 심포니를 보여주는 가운데 정말 하나도 안 섹시하고 부끄러웠던 섹시 댄스씬.)



 - 그렇게 흐릿하게 굴러가는 중심 사건이지만 뒤로 갈 수록 확실히 호기심을 자극하며 관심을 갖게 만드는 데 성공하긴 합니다. 왜냐면, 정말 어떻게 생각해봐도 설명이 안 되도록 괴이하게 흘러가거든요. 보통 이런 류의 못 만든 영화들은 그냥 딱 봐도 보이는 뻔한 결말을 무슨 대단한 아이디어처럼 신주 단지처럼 모시는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달라요. 도대체 진상이 무엇일지 짐작이 안 갑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그게 밝혀지는 순간 무릎을 치며 깔깔 웃게 되는 겁니다. ㅋㅋㅋ 그래서 그게 뭐냐면요,


스포일러    스포일러    스포일러    스포일러    스포일러


 사실 도플갱어 같은 건 당연히 없었고, 드류 배리모어도 이중 인격이 아니었어요. 그럼 여태껏 우리가 본 건 뭐냐, 바로 빌런님께서 '미션 임파서블'식 변장 마스크를 뒤집어 쓰고 활약한 거였다는 게 결론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빌런님은 드류 배리모어보다 덩치가 가로 세로로 모두 훨씬 큰 남자란 말입니다. ㅋㅋㅋㅋ 아니 대체 이게 뭐람. 게다가 분명히 이 양반 드류 배리모어의 목소리로 대사도 쳤는데요. 각본가님 양심 어디... ㅠㅜ


 그리고 그걸로 끝이 아니에요.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우리의 드류 배리모어는 매우 심각하게 열이 받게 되는데, 그래서 마구 비명을 지르며 온 몸을 떨더니... 굉음과 함께 갑자기 무슨 애벌레 같은 걸로 변합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그게 무럭무럭 자라서 고치 같은 게 되고?? ㅋㅋㅋㅋㅋ 거기에서 무슨 인체 해부전의 인간 샘플 같은 게 둘이 튀어나오고, 그게 빌런을 해치워버려요. 그거시 도.플.갱.어.의 참된 의미!!! ㅠㅜㅋㅋㅋㅋㅋㅋㅋㅋ


스포일러끝 스포일러끝 스포일러끝 스포일러끝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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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랑한다기 보단 그냥 한 번 더 하고 싶어서 자기 목숨까지 내던지는 바보 멍충이로 밖에 안 보였...)



 - 그러합니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본 거란 말인가!' 라는 드립을 제가 지나치게 자주 치는 편이긴 하지만, 이런 걸 보고 나니 한 번 더 추가할 수밖에 없겠죠.

 그 시절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진 모르겠지만 지금 시점에선 아주 분명합니다. 저처럼 일부러 괴작 망작 찾아보고 즐거워하는 취향이 아니면 보실 이유가 전혀 없어요.

 아직 10대였던 드류 배리모어의 뽀송뽀송한 매력 같은 걸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뭐가 됐든 다른 영화를 보시구요. 영화 퀄에 맞춰지기라도 하는 건지 별로 안 매력적으로 나오구요. 심지어 연기도 다른 배우들과 합을 맞춰 발연기거든요. 특히나 검은 버전일 때의 살인마 연기는 요즘 시대였으면 두고두고 웹을 돌아다니는 밈이 됐을 수준이구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의미로 괜찮은 부분이라면 듀나님께서도 리뷰에서 언급하셨던 '괜찮은 80년대식 특수효과' 하나인데 그건 뭐 결말에서 3분쯤 나오는 거라 그거 하나 보려고 영화를 볼 필요는 없어요.

 그러합니다. 역시 또 저는 재밌게 봐 놓고 추천은 안 하는 걸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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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느낌의 재미라도 좋으시다면야 말리진 않겠습니다.)




 + 생각해보니 이 영화의 좋았던 점으로 아는 사람 발견의 기쁨이 잠깐 있긴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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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작이 하도 많은데 그 와중에 주연에 가까운 역할이 거의 없어서 뭐라 설명하기 힘든 배우 스콧 로렌스님.

 드류 동생이 입원한 병원 직원으로 나오는데 하도 단역이라 인터넷에 짤 하나가 없어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속 짤로 대체합니다.



 ++ 드류 배리모어의 엄마가 나와서 등장과 동시에 딸에게 사망 당하는 장면으로도 나름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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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본인들은 재밌... 었겠죠? 어차피 각본 다 읽고 결정한 걸 테니까 뭐 괜한 걱정은 안 하는 걸로. ㅋㅋㅋ



 +++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역사적 의미가 하나 있긴 합니다.

 '도플갱어'라는 표현의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우셨죠. ㅋㅋ 이 영화 이후로 닮은 꼴 연예인 같은 얘기할 때 언론에서 늘 '도플갱어'란 표현을 쓰게 되지 않았던가... 하고 아주 흐릿하게 기억해요. 그리고 영화 속에서도 이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개념인 셈치고 열심히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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