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재명 후보의 우크라이나 대통령 폄하가 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 당사자(대한외국인에 출연중인 분)가 분노하며 직접 한글로 게시물을 올려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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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ntertain.v.daum.net/v/20220226151546627


이어 그는 “뭐?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를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을 언론사가 알고 있나? 우리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알면 우리한테 알려주지 왜. 아마추어 같은 젤렌스키의 정치 행보가 비판을 받고 있다? 누구한테 비판을 받고 있는데?”라며 자국의 대통령을 비난한 MBC 측에 강한 유감을 내비쳤다.


특히 그는 “언론사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나? 2022년 언론의 행태가 마치 1980년대 독재정권 뉴스에서 나올 법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젤렌스키를 지지하고 투표한 우크라이나 국민 72%가 바보라고 생각하나? 오만이 가득한 언론사의 이러한 영상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라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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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즌이 되면 더 심해지는 현상이긴 하지만, 한 정치인과 정당에 몰입할 수록 지지하는 정치인의 발언이 어떤 식으로 평가받는지에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래에도 우크라이나를 폄하한 게 아니고 아마추어 대통령을 비판한거라는 식의 주장이 있는데, 이런 식의 허수아비치기 논증이 오히려 해당발언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더 증명합니다. 그게 바로 잘못이고 비판받는 핵심입니다. 강대국의 침공에 힘겨워하는 국가의 대통령을, 함부로 "아마츄어 대통령"이라면서 폄하한 것이 바로 그 국가와 국민들을 모욕한 겁니다. 그 둘을 어떻게 떼어놓고 생각합니까?


이런 현상이 차라리 이재명 개인에게서 나온 것이라면 그의 인성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대선후보 자질 검증이라는 본질이 크게 달라지는 것 같진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재명 후보 개인만 그러는 게 아니라 더민주 진영의 사람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젤렌스키 대통령을 두고 하는 말들이 이재명 후보의 저런 발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대선후보를 올려치기 위해, 왜 고통받고 있는 한 국가의 지도자를 이렇게도 깎아내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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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들이 이제 해외에서도 공유되고 있습니다. 더민주 지지자들은 필사적으로 이재명이나 다른 더민주 정치인들의 발언을 변호하려고 하는데, 그럴 수록 그 장렬한 의도는 실패합니다. 그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폄하한 건 해석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를 폄하한 게 아니라 아마츄어 대통령을 비판한거다? 고통받고 있는 타국의 지도자를, 수많은 유력인사들이 해외로 도피해도 끝끝내 자국에 남아 항전을 펼치는 대통령을 그렇게 아마츄어라고 함부로 호칭해서는 안됩니다. 이 순간에도 또 지지자들은 젤렌스키가 얼마나 아마츄어인지 러시아의 프로파간다를 그대로 가져와서 현 사태의 책임을 젤렌스키에게 묻는 다른 글들을 공유하고 있네요.


2. 유세 현장에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두고 "우리와 아무 관계 없는 우크라이나"라고 헤드라인을 쓴 손덕호 기자의 기사는 분명한 선동입니다. 마치 이재명이 우크라이나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총체적인 발언의 일부분을 편집해서 헤드라인으로 가져다놓은 것이니까요. 이재명 후보의 발언 전체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대한민국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래서 4차 토론 때 이를 가지고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진력이 나긴 했습니다.


언론의 이와 같은 기이한 편향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들이 따로 비판의 여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대선후보로서 대한민국의 위기와 이에 맞서는 후보 자신의 자질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큰 주제라 쳐도, 타국의 험난한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이에 대한 공감과 우려를 표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태도 아닌가요. 이를 제쳐두고 이재명 후보는 우리나라의 "주식"을 먼저 이야기하며 오로지 주식의 호재와 불황의 계기로만 우크라이나의 참상을 해석합니다.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의식으로 반면교사를 이야기하고 싶다해도 당연히 자국의 국민들이 생명과 안전에 대해 우려한다는 것을 이야기해야하지 않았을까요? 인터넷 주갤러들의 논리도 아니고, 타국에서 전쟁이 났는데 우리나라 주가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하는 정치인을 보면 정말 정이 떨어집니다. 

https://news.v.daum.net/v/20220226223206301?x_trkm=t

아마 어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재명 후보가 그에 대한 사과를 했다고 이 논쟁을 마무리짓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유력 대선후보의 말이 사과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의 사과문은 핵심 쟁점을 비켜나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재명 후보에게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냐 지지하지 않느냐의 여부를 두고 비판을 했던 게 아닙니다. 이재명 후보가 타국의 대통령을 아마츄어라고 폄하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던 거죠.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또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서 사과를 하고 있습니다. 


3.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건 민주당 특유의 선민의식 때문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숱하게 지적하는 건데, 본인들이 거대권력으로 인한 희생자이자 유일한 투사집단이라는 자의식이 있는 건지 다른 정치적 주체들을 너무 쉽게 폄하합니다. 노조, 성소수자, 사회활동가, 페미니스트 등 사회문제에 고민하고 투쟁하는 주체들을 위선자나 힘없는 개미처럼 폄하하면서 자신들의 투쟁은 언제나 대한민국의 핵심적 개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결과 자신들의 투쟁을 위해서는 다른 집단의 그 어떤 투쟁이나 고통도 모두 수단으로 소모해버립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 역시 더민주의 선민의식 아래에서 자신의 홍보를 위한 재료로 사용된 느낌입니다.

제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이번 논쟁이 "힘없는 대통령"을 두고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더민주 지지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가장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나요? 무력한 대통령과 외부세력의 불의하고 막강한 권력적 공세를 보면서 비통해하지 않았냐는 겁니다. 본인들이 숭배하는 대통령은 가슴시린 비극의 주인공이지만, 타국의 대통령은 교훈거리로 써먹을 아마츄어에 불과한가요? 미안하지만 더민주 지지자들이 그토록 아픈 손가락으로 여기는 그 대통령이야말로 역대 대통령 중에서 "아마츄어"라는 표현으로 가장 많은 폄훼를 당한 대통령일 겁니다. 

윤석열 같은 자격미달(이라고 하기에도 이 표현이 너무 약해보일 정도인) 대선후보에게 이렇게 표를 뺏기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조국 사태입니다. 도덕적 의식과 무관하게 계급의식을 가지고 있는 그 현상이 바로 진보진영 자체를 회의하게 만들고 더민주와 국힘당을 양비론에 빠지게 만든 이유 아니었나요? 그런데도 왜 이렇게 당과 지지자들은 그 세계관을 쇄신하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모든 것을 평가하고 훈수를 둘 뿐, 공감을 하지는 못하나요? 본인들이 이 나라를 바꿀 주인공들이니까?

4. 당과 정치인의 한계라는 것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더민주의 지지율을 떨어트리는 커다란 사건들이 다 이런 식 아니었나요? 문재인이 대선 후보 때 뱉었던 동성애자 반대합니다 발언부터, 그간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배신자로 취급하거나 시혜적으로 발언하는 것들, 그리고 성범죄 피해자를 매도하고 2차가해를 하는 등의 행위 등... 본인들이 스스로 내세우는 기치만큼의 태도를 전혀 보이지 못하고 당과 정치인 지키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서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던 겁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이재명 및 다른 더민주 (지지자)의 발언을 진영논리로 여긴다면 그건 정말 큰 오산입니다. 전쟁이라는 현재진행형의 커다란 사건을 두고 그에 공감하는 것은 꼭 대단한 진보주의자들이나 가능한 숭고한 일이 아닙니다. 인간의 본능대로 우리는 괜찮을까, 저 사람들은 괜찮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을 먼저 떠올리는 게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이걸 무슨 여의도식 계산으로 때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배우면 되고 정식으로 사과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발언을 왜곡했다 어쨌다 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발언을 굳이 포장하는 게 아니라요.

5. 저는 이재명 후보가 과거 성남시장 재직 중 아주 많은 정치인이 세월호 추모에 눈치를 볼 때 앞장서서 세월호 추모를 이야기하고 공개적으로 추모를 했던 걸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이 고난을 그 때와 같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두번 다시 이런 실언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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