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5분이네요. 스포일러... 랄 게 있겠습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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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엔 '극장판: 시티헌터 신주쿠 프라이비트'라는 괴이한 제목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아이즈'를 지워버리면 뜻이 아예 달라지잖아;)



 - 다짜고짜 액션으로 시작합니다. 추억의 '그 자동차'를 타고 필요 이상으로 현란한 운전 스킬을 뽐내는 카오리의 뒤를 중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장갑차를 타고 쫓고 있고, 어찌저찌하다가 결국 사에바 료의 똥폼 사격 몇 번으로 일망타진. 그리고 마치 '카우보이 비밥'의 오프닝을 연상시키는 오프닝이 흘러나와요. 근데 또 어찌보면 마블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배경에서 계속 원작 만화책의 '명장면' 스캔 이미지들이 돌아다니거든요.

 암튼 이제 이야기가 시작되면... 음. 이걸 뭐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의욕이 떨어지네요. 젊은 미녀가 XYZ 신호로 시티헌터를 불러 자신의 경호를 부탁하고, '시티헌터'의 옛 캐릭터들이 총출동해서 자기들이 30여년 전에 하던 행동들을 똑같이 반복하다가 30여년전 흔한 시티헌터 에피소드들처럼 끝나는 이야깁니다. 아, 끝을 이야기하다니 스포일러인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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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판의 의뢰인이십니다만. 그냥 흔한 시티헌터 의뢰인 132번쯤 되는 느낌으로... 존재감은 없습니다. ㅋㅋ)



 - 개봉 전에 이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제 느낌은 뭐랄까, '반갑지만 좀 당황스럽군?' 이었습니다.


 일단 원작이 워낙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에게 깨끗하게 잊혀진 작품이기도 했고. 빅히트작이었던 건 맞지만 그렇다고해서 이제 와 평가할 때 특정 장르의 교본이 되었을 정도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작품도 아니었구요. 또 21세기에 만들기엔 영 거시기한 주인공 우수한 사에바 료의 캐릭터 문제도 있었죠. 다들 아시다시피 이 양반은 그냥 성희롱, 성추행 습관이 캐릭터의 핵심인 분 아닙니까. 예쁜 여자 보면 무작정 달려들어 끌어 안고 더듬고 훔쳐보다가 두들겨 맞으면서 웃기고, 그러다 상황 심각해지면 갑자기 정색한 미남자가 되어 도술에 가까운 총 솜씨로 그냥 다 무찌르고. 이렇게 두 가지 패턴으로 가는 캐릭터인데 문제는 이 두 가지가 모두 다 이 캐릭터의 근본이자 핵심이었다는 겁니다. 하나라도 어그러지면 작품의 정체성 자체가 날아가버리는 건데 서기 2019년에 굳이 이걸 다시 재현하기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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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개가 아닙니다.)



 - 그래서 결국 어떤 물건이 나왔냐면요. 네, 제목에 적은 그대로입니다. [[[원작 완벽 재현]]] 모드로 그냥 그 시절 '시티헌터' 모습 그대로 새로운 에피소드 하나가 나왔어요. 하하.

 아마 일본 만화 많이 보시는 분들은 이걸 '사자에상 시공'이라고 부르던가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배경은 21세기 현대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 나오고 생활하는 모습들도 현대 맞아요. 그런데 거기에 나이 한 살도 더 안 먹은, 리즈 시절 모습 그대로의 주인공 캐릭터들이 그 시절 그 상태 그대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하던 성격과 설정 그대로 행동을 해요. 여전히 사에바 료는 상습 성추행범이고 호시탐탐 자신의 의뢰인을 노리며 그러다가 카오리의 부비 트랩과 해머로 두들겨 맞은 후 이불에 둘둘 말려 베란다 밖으로 떨어지죠.

 달라진 게 딱 하나 있습니다. 신주쿠 거리의 모습은 21세기 최신 버전이에요. 하지만 스토리엔 아무런 영향이 없구요. 그동안 등장한 숱한 신문물들은 다 스토리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배경과 병풍들로만 지나갑니다. (...라고 적다 보니 예외가 딱 하나 있네요. 드론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요 윗 문단 첫 줄에 적은 그대로에요. '시티헌터'의 새 에피소드 하나가 수십년 늦게 나왔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고민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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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진 게 정말 1도 없다는 게 핵심이자 매력 포인트입니다.)



 -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요. 냉정하게 말해서 '시티헌터'라는 만화의 이야기와 액션들은 그리 수준이 높지 않았다는 겁니다.


 애초에 이 작가님은 이런 범죄, 액션물보다 걍 말랑말랑한 러브 코미디나 가족 이야기 같은 걸 좋아하는 분이었죠. '시티헌터' 이후로 내놓은 단편들이나 '패밀리 콤포' 같은 장편들이 다 그런 이야기이고 실제로 본인도 인터뷰에서 그런 발언을 한 적 있구요. 지금 집에 굴러다니는 만화책 몇 권을 집어서 들여다봐도 그런 티가 나요. 의뢰인들의 사연들이나 사에바 & 카오리 커플의 밀당, 캐릭터들끼리 합을 맞추는 개그씬들 같은 건 지금 봐도 그럭저럭 괜찮은데, 범죄 사건과 액션 장면들의 전개를 보면 정말 완성도가 대충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에요. 부실한 스토리를 개그씬들과 80~90년대식 똥폼으로 덮고 넘어가는, 뭐 그런 작품이었고... 

 요 2019년판에도 그런 상태가 그대로 반복됩니다. 범죄자의 음모는 허무맹랑하고, 그걸 파악하고 무찌르는 건 너무나 쉽고요. 액션씬은 걍 '우리편은 총에 맞지 않는다. 적들은 그냥 다 맞는다.' 정도로 요약이 됩니다. 지금 보기에는 심각할 정도로 수준이 낮고 유치해요. 모르긴 해도 이 작품의 액션씬 구상하고 연출한 양반은 준비하면서 괴상한 쾌감 같은 걸 느끼지 않았을까 싶었을 정도였네요. "우하하 2018년에 이런 액션씬을 만들고 있는 건 지구에서 우리 뿐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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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잘 생긴 표정으로 총만 쏘면 다 해결되는 겁니다?)



 - 그래서 전 어땠냐면요. 재밌게 봤습니다. 아마 글 읽으시는 분들 대부분 예상하셨겠죠 제 이런 반응은. ㅋㅋㅋㅋ


 그러니까 정말 완벽한, 도를 넘었다 싶을 정도로 한 점의 예외도 없이 퍼펙트하게 추억팔이에 전념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모든 게 그 시절 '시티헌터' 그대로에요. 처음에 이 영화용 신캐릭터들이 등장할 땐 '아무래도 느낌이 좀 다르네' 싶어도 그러다 추억의 원조 캐릭터들이 나오면 이 양반들은 그림체부터 움직임까지 완벽하게 그냥 그 시절 모습이구요. 그리고 그 캐릭터들이 말 그대로 '다' 나옵니다. 문어 아저씨 커플 당연히 나오죠. 치한 박사님 나오죠. 단발 형사님이야 말할 것도 없고, '캣츠 아이' 멤버들까지 우루루 다 나옵니다. 듣자하니 성우들도 원작의 성우들을 거의 그대로 다시 모셨다고 하구요. 앞서 말했듯 이야기 자체는 새로운 이야기지만 그 전개 방식이나 연출 같은 건 그냥 그 시절 에피소드 딱 그대로인 겁니다. 스타일부터 수준(...)까지 말이죠. 

 그리고 그 와중에 틈이 보일 때마다 그 시절 이 시리즈의 히트 OST들을 팍팍 깔아댑니다. ㅋㅋ 전 사실 그 중에 유명한 곡들 밖에 모르지만 대충 대여섯곡 이상은 들은 것 같구요. 또 앞서 말했듯 작품의 오프닝은 원작 만화책 스캔 이미지들이고 엔딩은 원작의 명장면들, 단행본 표지, 일러스트들을 짧게 짧게 새로 그려서 콜라주로 만들어 놨어요. 게다가 그 엔딩 씬에 깔리는 곡은 'Get Wild'. 


 이쯤 되니 이 시대착오적인 작품을 본다는 게 그냥 95분짜리 타임머신 체험이 됩니다. 원작에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보고 재미가 없을 수는 있어도 욕할 수는 없는... 뭐 그런 느낌이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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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는 '시티헌터'의 히트 후 뒤늦게 들어왔던 캐츠아이 멤버들. 솔직히 재미 없어서 조금 보다 말았습니다.)



 - 더 길게 말할 게 없어서 대충 마무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원래 시리즈 팬이 아니었던 분들이라면 아무래도 안 보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아니 저 탑골 아저씨들은 옛날에 이런 걸 보고 그렇게 좋아했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구요. ㅋㅋ

 반면에 뭐 팬까진 아니었어도 어렸을 때 나름 재밌게 만화책 챙겨 보셨던 분들이라면 '어라 새 에피소드가 나왔네?'라는 기분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럼 완성도와 별개로 즐겁게 보실 수 있어요.

 근데 뭐... 요즘 시티팝 유행 때문이 이 작품 옛날 OST들을 많이 들어보셨다면 한 번 봐도 괜찮을 수도 있겠네요. 신주쿠의 야경과 함께 음악이 흐르는 장면들이 몇 있어서 '아, 이래서 시티팝이라 그러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몇몇 있어요.

 대략 그 정도입니다. 탑골 아저씨의 추억이 보글거리는 95분이었어요. 이 정도면 성공적인 기획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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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시티팝은 시티(야경)팝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




 + 신주쿠 게시판 사용 문제는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그런 건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무슨 증강 현실 앱 같은 걸 쓰더라구요. 굳이 게시판이 있었던 그 장소에 가서 말이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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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ㅋㅋㅋㅋㅋ)



 ++ 마지막에 쿠키가 있습니다. 근데 넷플릭스 많이 보시는 분들이라면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죠. 쿠키가 남아 있을 경우엔 엔딩 크레딧 때 다른 작품 추천이 안 뜨잖아요. 그리고 또 원작 팬이라면 엔딩 크레딧을 보다가 중간에 끌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원작보다 더 집중해서 보게 되는 크레딧이라서.



 +++ 위에서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깨끗하게 잊혀진' 작품이라고 적었는데요. 검색을 하다 보니 이게 유럽 쪽에선 꽤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무시해서 죄송해요. ㅠㅜ 내친 김에 완성도에 대한 제 평가에 대해서도 한 가지만 첨언하자면 이렇습니다. 범죄, 액션물로서는 여전히 허술한 구석이 너무 많은 범작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차피 연재 중반 이후로는 그냥 환타지 액션이 곁들여진 러브 코미디 장르로 흘러갔고 그 쪽 방향으로는 괜찮은 작품이었죠. 그냥 '2019년 버전 보면서 액션이나 범죄 쪽으로 뭘 기대하지는 않는 게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주세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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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호평 받을 정도로 아직도 인기가 살아 있다고 하네요.)



 ++++ 내친 김에 그 엔딩 크레딧 영상도 올려보...려고 했는데 직접 올리는 게 안 돼서 링크만.


https://youtu.be/uc67xmi6qZA


 옛날에 재밌게 봤지만 이제와서 굳이 신작을 보고 싶지 않네... 싶으신 분들은 이 영상만 보셔도 충분합니다.



 +++++ 사실 전 이걸 그 시절 애니메이션은 못 보고 OST만 들었던 경우인데요.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이겁니다. 이것도 좋아했구요.



이것도 좋아했구요. 



좀 말랑말랑한 곡들을 좋아했던 청춘이었구나... 싶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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