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영화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48분. 장르는 걍 '샤말란 영화'입니다. 스포일러는 없을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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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도 간결. 포스터도 간결. 근데 감독 이름을 위 아래에 두 번이나 적을 필요가 있었는지. ㅋㅋ)



 - 엄마, 아빠, 큰 딸과 어린 아들 조합의 4인 가정이 차를 몰고 휴가를 갑니다. 걍 일상적인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엄마가 심심하다는 아이들에게 대충 '왜 그렇게 시간을 밀어 없애려고 하니. 지금을 즐기렴' 같은 맥락의 훈계를 하네요. 영화의 내용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그런 주제가 나올 이야기는 아닌데...

 암튼 럭셔리한 리조트에 도착한 가족. 아들은 또래 친구도 하나 만들어서 무슨 암호 풀이 같은 걸 받아서 풀면서 놀구요. 엄마 아빠는... 사실 이게 이혼 전 마지막 여행인가 봅니다. 분위기 살벌. 그리고 그걸 아는 딸은 심란하구요. 그렇게 하룻밤을 지낸 후, 리조트 직원의 추천으로 근방의 한적한 해변으로 갑니다. 희귀 광물이 듬뿍 포함된 바위들 덕에 절경이라나요. 사실은 그냥 그렇습니다 절대 비밀 장소인데 특별히 추천해준다길래 솔깃했건만, 가 보니 자기들 말고도 다른 일행이 몇 팀이 더 있어서 투덜투덜. 어쨌거나 사람 없는 예쁜 해변이니 즐기세~ 하고 놀고 있는데... 난데 없이 시체 하나가 떠내려오고. 할머니 하나는 자꾸 몸이 안 좋다고 그러더니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요. 그리고 잠시 후에 보니 우리의 어린이들이 다 부쩍 자라 버렸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깝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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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가족... 입니다만. 샤말란 영화 치고는 각각의 캐릭터가 그렇게 잘 살아난 편은 아닙니다.)



 - 원작이 따로 있다고 하지만 별로 그런 얘길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냥 찰떡 같이 샤말란풍의 이야기입니다. 도입부에서 괴상망측 이해 불가능한 사태에 빠진 중산층 가정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훅 끌어당기고. 그 설정에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쳐 여러가지 희한하고 불길하게 매력적인 이벤트들을 쭉 보여주며 '도대체 이게 어떻게 마무리될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 후에. 마무리 부분에서 적당히 실망 시키며 급수습하고 매듭 지어지는 이야기죠. 포인트는 마지막에 예정된 실망이 '적당히'가 되냐 '격하게'가 되냐... 는 차이 정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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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한 사정으로 '가장' 캐릭터를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맡은 이 캐릭터는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구요.)



 - 그러니까 다들 예고편만 보셨어도 이미 아시겠지만, 주인공들이 갇힌 해변은 사람의 신진대사 속도를 말도 안 되게 가속시키는 장소입니다. 자기들끼리 대충 짐작해보는 대사에 의하면 30분이 1년 정도라고. 한 시간에 두 살씩 먹으니 하루 24시간이면 48세를 더 먹는 거죠. 당연히 이미 성인인 사람들은 살아 남기 힘든 설정. 원인은 그 주변에 가득한 정체 불명의 희귀 광물인데 뭐 어차피 이런 이야기에서 원리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니 스킵하구요. 주인공들이 이 곳을 떠날 수 없는 이유도... 잠시만 생각해봐도 구멍이 보일만큼 허술하지만 암튼 나름 논리는 있습니다. 납득은 절대 무리지만 그냥 대충 봐주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는 되더군요.


 그리고 영화의 주된 사건들은 탈출 시도가 아니라 그냥 이 노올라운 설정 속에서 벌어지는 희한한 상황 속에서 하나씩 차례로 괴상하게 죽어나가는 주인공 일행의 모습들입니다. 주인공들이 이런 사실을 눈치 채고 이해하게 되는 데엔 당연히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드디어 이해했을 때는 이미 많이 늦는 거고, 결정적으로 이해를 해봤자 도망갈 방법이 없는 상황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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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눈치를 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딱히 해결책도 없고...)



 - 그렇게 괴상한 구경을 실컷 하고 나서 자, 그럼 이제 셋팅 다 끝났으니 탈출 시도를 하려나? 라는 타이밍에 이 영화는... 다른 길로 갑니다. 탈출 시도가 나오긴 해요. 근데 그냥 몇몇 인물의 수명만 더 단축시키면서 금방 다 좌절되어 버려요. 그리고 그렇게 다들 포기해버렸을 때 이제 짜잔~ 하고 삶과 관계, 시간에 대한 드라마가 애틋하게 흘러나오는 거죠. 뭐 이것도 전형적인 샤말란 스타일 아니겠습니까. ㅋㅋ


 하지만 또 샤말란이기에 그냥 그걸로 끝은 안 나구요. 마지막에 반전 뭐라도 하나 안 넣으면 그거 샤말란 영화 아니잖아요? 아 이제 다 살았다 싶은 순간에 힌트가 하나 주어지고 그제서야 탈출 시도와 함께 당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가 낱낱이 밝혀집니다. 진상을 대충 덮고 넘어가는 영화는 아니니까 그런 거 싫어하는 분들은 안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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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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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같은 남자앱니다. ㅋㅋㅋ)



 - 아시다시피 비평적으론 거의 폭망한 영홥니다. 요 한 마디 적으려고 방금 확인해보니 토마토 50%, 메타크리틱 55점이군요. 뭐 같은 양반이 만든 '레이디 인 더 워터'나 '해프닝' 보다는 훨씬 낫지만 어딜 가서도 평가 괜찮았다 말하긴 어려운 성적이구요. '더 비지트'와 '23아이덴티티'로 부활하는 듯 보였던 샤말란이 '글래스'와 이 영화로 다시 망조 가득한 상태로 컴백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겠구요.


 근데 다만... 뭐 그렇게까지 망작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샤말란이 자꾸 '튀는 이야기'에 과도하게 집착을 해서 그렇지 기본적인 연출력은 되는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여전히 튀는 설정 덕에 흔히 접하기 힘든 희한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는 있어요. 주인공 가족들의 마지막(?) 장면 같은 것도 나름 애틋하게 잘 연출된 편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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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 몸매 캐릭터' 전문 배우 애비 리도 나옵니다. 매드맥스랑 네온 데몬에도 나오셨죠. 여기선 거의 유일하게 전통적 호러 씬을 보여주십니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썩 잘 만든 영화라고 해줄 수 없는 영화인 것도 맞구요. ㅋㅋ

 저는 대략 샤말란의 단점들을 다 공감하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장점 몇 가지 때문에 호의적인 사람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샤말란의 가장 큰 장기인 '섹시한 도입부로 사람들 확 낚아채기'가 이 영화에선 영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시작부터 템포도 좀 늘어지는 느낌이구요. 이후에 미스테리한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는 부분들도 감흥이 그리 크지 않아요. 고백하자면 제가 샤말란의 '해프닝' 조차도 도입부의 매력 때문에 호의적으로 평했던 사람인데요. '올드'의 도입부나 전개 부분은 그것에 훨씬 못 미쳤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소재 자체가 한계였던 것 같기도 해요. 이게 그냥 아이디어로 들으면 되게 재밌게 들리는데, 그걸 제한 시간 정해 놓고 장르 영화의 이야기로 풀어내기엔 한계가 많았던 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결국 '시간' 그 자체가 적인 것인데 시간을 쥐어 팰수도 없고 또 뭐 시간이 으르렁거리며 사람 물어 뜯을 수도 없구요. 시각적으로 임팩트를 주기도 힘들고, '맞상대'하거나 저항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없구요. 그래서 그냥 이런저런 신기한 상황 나열로 흘러가다 보니 좀 루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릴 없는 스릴러에 미스테리가 별로 안 중요한 미스테리랄까요.


 그리고 결말을 포함한 막판 전개야 뭐. 샤말란이 자기 떡밥을 제대로 풀며 마무리한 작품이 얼마나 되나를 생각해보면 그다지 크게 실망할 것도 없는, 하지만 싱겁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는, 그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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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 두 분. 더 나이 먹은 버전의 배우도 따로 있습니다.)



 - 이렇게 길게 적을 뭔가가 있는 영화도 아닌 것인데요.

 그냥 평소의 샤말란 영화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리즈 시절 말고 악평 속에 가라앉던 시절 영화들 말이죠.

 그 시절 영화들도 그럭저럭 즐겁게 보셨다면 이 영화도 아주 나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시절 영화들과만 비교해도 상위권은 아니구요. ㅋㅋ

 뭣보다 샤말란의 장기로 여겨졌던 두 가지, 섹시한 도입부와 소박하면서도 나름 알찬 인물간의 드라마... 가 모두 약하다는 것. 

 그래서 추천은 못 해드리겠습니다. 샤말란 영화는 몽땅 다 재밌었다든가, 진짜 아무 기대 없이 환상특급 에피소류 이야기 하나 보고 싶은 분들만 고려해보세요. 




 +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도 나오고 토마신 맥킨지도 나와요. '네온 데몬'에서 인상적인 비주얼을 뽐냈던 애비 리도 나오고 명배우 M. 나이트 샤말란께서 역대 최대 분량의 연기를 뽐내주시기도 하구요. 하지만 뭐... 드라마 자체가 별로여서 다들 딱히 인상적인 모습은 못 보여주시더군요.



 ++ 이 영화의 제작비는 1200만 달러 정도지만 수입은 9000만 달러(!) 근처입니다. 망하긴 커녕 잘 벌었죠. 사실 샤말란 영화들 중에 흥행 면에서 손해를 본 작품은 거의 없는 걸로 알아요. 오히려 비평 성과야 어쨌든 상당히 짭짤하게 잘 벌고 계시니 전 그냥 제 인생이나 걱정하는 걸로. ㅋㅋ 샤말란 영화는 앞으로도 또, 쭉, 계속 나올 겁니다.



 +++ 글 적는 중에야 문득 떠오른 것인데요. 은근슬쩍 설명을 포기하고 건너뛴 설정이 하나 있습니다. 탈출해 보려고 동굴에 들어갈 때마다 정신을 잃고 어느샌가 바닷가로 돌아와 쓰러져 있게 된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마지막에 밝혀진 진실을 생각하면 그냥 앞뒤가 안 맞는 노골적인 반칙인데요. 음. 전 이런 건 싫더라구요. 환타지를 쓰더라도 자신이 만들어 놓은 극중 논리에는 충실해야죠.



 ++++ 아, 마지막으로. 올레 티비에서 가격이 많이 내려갔길래 돈 주고 봤습니다만. 보고 나서 확인해 보니 네이버 시리즈온이 더 싸군요. 뭐 그래도 모니터로 안 보고 티비로 봤으니 만족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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