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 5일차!

2022.03.18 13:12

Sonny 조회 수:972

진짜 유행은 유행인가 봅니다. 정부에서 강제하는 단어는 쓰기 좀 뭐하니 '칩거' 중이라고 대신 표현할게요. 일요일에 이상하게 오한이 나고 좀 어지럽고 목이 간지러워서 삘이 딱 왔습니다. (* 더 배트맨은 한참 전에 봤으니 걱정들 마시길!)  야 이거 좋지 않다 좋지 않아 이러다가 나중에 집에 가서 다섯개나 한꺼번에 사놓은 키트 중 하나를 써봤습니다. 이게 한 줄이 나오면 좀 말이 안된다 이러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딱 두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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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혐 아닙니다!! )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세상에 어쩜 저렇게 야무지게 선명한 두줄이 나왔냐고.... 15분간 두근두근하면서 기다렸는데 자가진단키트가 저한테 막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습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빼박!!!!!!!!!!!! 확진입니다!!!!!!!!!!!! 쉴 생각에 신나기도 했는데 좀 슬프기도 하더군요. 이러면 내 날아가는 월급은 누가 보전해줄 것이며... 당장 못나가는데 뭘 할 것이며... 주말 약속은 당연히 취소해야했고 같이 놀았던 친구한테도 괜히 송구해지고... 


일단 여러가지를 느꼈는데요. 확진자로서 의료적인 대처를 하려고 하니까 이게 쉽지 않더군요. 자가진단에서 양성이 나왔으니 당연히 공식적 확인이 필요해서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줄이 엄청 길었습니다. 그래서 오전에 입구컷을 당했어요. 그래서 나온 김에 다른 데서라도 검사를 받자, 하고 병원을 들렀는데 300미터쯤 거리가 차이나는 두 병원 모두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습니다. 의료붕괴가 어떤 건지 확 감이 오더군요. 수요는 엄청나게 많은데, 공급 자체가 없습니다. 이건 정부가 잘한다 어쩐다 해서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더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냥 아픈 사람이 너무 많은 거죠... 그 동안은 저도 좀 코로나를 얕보면서 사회 전체의 탄력성을 무의식적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럴 수가 없더라구요.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실 거에요.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코로나를 혼자 좀 견디면 되겠지 하고 집으로 들어가버렸다가 사흘째부터 목이 아파서 약을 안산 걸 엄청 후회하고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약이 없습니다.... 저희 동네 약국에 약이 아예 없어요. 맨 처음에는 단톡방에서 추천을 받아서 스프레이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그거 포함해서 약이 없댑니다. 진짜 헛웃음밖에 안나오는 상황 ㅎㅎㅎ 저는 살면서 약국에서 약이 떨어지는 상황을 처음 겪었는데, 약사님이 설명하는 게 또 납득이 되더라고요. 40만이 동일증상으로 한꺼번에 아픈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저는 다행히 아버지가 등기로 약을 부쳐주셔서 목요일부터 복용을 시작했습니다 ㅠ 약국에 약이 없어서 발 동동 구르는 건 좀비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상황인줄 알았는데;;;


그리고 몸에 대해 다시 한번 겸허해졌습니다. 이게 사람 마음대로 힘내서 어떻게 한다 산독기 독기야 독기로 어떻게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아주 아픈 건 아니었는데, 목이 붓고 따끔거리는 게 참으로 곤란했습니다. 이것도 제가 식도를 치면서 나아라!! 약한 척 하지마라!! 하고 기합을 넣어서 낫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간의 몸은 인간이 조종하는 그런 통제 하의 도구 같은 게 아니라 단순히 의식 혹은 영혼이 잠깐 세를 들여사는 외부적 영토라는 생각이 또 들었습니다. 제가 잠시 발을 들여놓는 육체에, 코로나가 자라나면 저도 어쩔 수 없는 거죠.


동시에 이게 과연 혼자 고립된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참 답이 안나온다는 실감을 했습니다. 저는 정말 운이 좋게도 가족 찬스를 써서 고비를(?) 넘겼지만, 가족이 없거나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면 어떻게 해야할지 좀 막막해지더군요. 동시에, 사회가 얼마나 타인들의 합으로 이뤄진 것인지를 느꼈습니다. 이를테면 돈 써서 배달시키면 되지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게 아니라 타인의 도움을 받는거죠. 코로나가 진짜 심해지면, 배달할 사람도 없어질 겁니다. 완전한 독생의 개념은 없습니다. 비록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그 모든 사람들이 좀 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착취를 덜 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당장 제가 이렇게 요긴하게 도움받는 택배 기사님들도 얼마 전까지 파업을 하기도 했었고 말이죠.


조심하라는 말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코시국 경험담들은 넘치고 넘치지만 사회적 파장을 체감을 해서 정리해보았습니다. 저는 조심하라는 말 대신 각오하라는 말을 대신 남기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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