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이고 후속편 나올 일이 없는 한 시즌짜리 시리즈입니다. 편당 45분 정도에 에피소드 10개.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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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이 만족스럽지 않은 당신들에게!!)



 - 시작부터 괴상합니다. 텅 빈 화면에 성격 안 좋아보이는 아저씨 얼굴이 두둥! 하고 나타나서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째려봐요. 심지어 사운드도 없어서 재생 오류가 생겼나... 하는 순간 대사를 치기 시작하는데 시작부터 제 4의 벽 놀이를 합니다. 내가 지금부터 피터라는 놈 얘길 할 건데 보통 이런 드라마에서 여러분들은 대략 20여분에 걸쳐 이 녀석 인생, 직업 등등에 대한 안내를 보게 되겠지만 난 다르거든! 2분 안에 설명해주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주마!! 

 ...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5분이 넘게, 거의 10분 가까이 캐릭터 배경 설명이 나오고 사건이 전개되죠. 거짓말쟁이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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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쟁이 아저씨. 심지어 나중에 본인이 뻥쟁이라는 걸 인정합니다. ㅋㅋ)



 암튼 우리의 주인공 피터는 미국 영화들에 자주 나오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날들,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순간순간이 나에겐 힘들어~ 난 벗어나고~ 싶어~' 캐릭터입니다. 경제적으로나 뭐나 딱히 절박할 건 없는데, 걍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고 취미도 없고 직장 일은 재미가 없고... 그냥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 넘기는 사람인 거죠.

 그러다 이 양반이 길거리에 붙은 이상한 전단지들에 주목하기 시작하고, 나중엔 충동적으로 그 중 하나를 뜯어 들고 전화를 걸어 보고, 그래서 '무의미 연구소'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상한 단체와 접촉을 해요. 당신은 아주 소중한 사람이며 우리는 당신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겠다! 는 설명을 듣고 계약서(?)에 서명을 하려는 순간... 피터는 누군가 거기에 미리 남겨둔 '당장 도망치셈!! 갸들 나쁜 놈임!!'이라는 메시지를 발견하고 얼떨결에 도주해 버립니다. 그런데 이젠 또 그 도망치라던 놈들에게서 연락이 오네요. 우리는 뭐뭐 조직인데 아까 갸들은 악당이고 갸들의 음모를 막기 위해 우리에겐 너님이 필요함!! 도와줄래???


 딱 봐도 말도 안 되고 수상하기 짝이 없지만 어차피 죽고 싶단 생각도 잊을 정도로 무료한 삶을 살던 피터는 덜컥 그 조직의 일원이 되기로 결심하고. 시시 때때로 전달되는 괴상한 지시사항들을 따르며 자기도 뭔 의미인지 모르겠는 미션들을 수행하다가 드디어 파티원(!)을 맞게 됩니다. 트랜스젠더 젊은이, 그냥 노인(...), 그리고 퍼즐풀이 매니아 + 피터로 구성된 4인팟은 과연 임무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름부터 괴상한 두 조직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과연 이 드라마는 사람이 볼만한 물건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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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자 겸 주연을 맡고 계신 제이슨 시겔. How I Met Your Mother로 유명한 분인데 전 안 봤죠. 좋은 배우시더군요.)



 - 한글로 된 리뷰를 도통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원제 Dispatches From Elsewhere로 열심히 검색을 해봐도 영어 리뷰들만 나오고 번역제인 '다른 곳으로부터의 급보'로 검색해보면 그 흔한 커뮤니티 소감글 하나도 안 나오구요. 결국 드라마 다 보고 나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한글 후기를 하나 발견하긴 했어요. 그 분은 이 드라마가 나오자마자 보셨는지 '디스패치 프롬 엘스웨어'라고 영제를 한글로 적어서 글을 적으셨더라구요. 제 검색 능력이 문제... ㅋㅋㅋㅋ

 암튼 한국쪽에선 그렇게 듣보 드라마이고. 미국 쪽에선 평가는 꽤 좋은데 흥행 여부까진 모르겠구요. 소감글을 적을까 말까 하다가 아마존 프라임 쓰시는데 세상 볼 거 없어서 번뇌하시는 분들 참고라도 하시라고 깨작깨작 적어 봅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추천은 하지 않아요. 이유는 요 아래에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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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의 파티원이자 공동 주인공. 트랜스젠더가 트랜스젠더 역할을 맡으셨는데 연기 자연스럽고 좋았습니다.)



 - 장르가 참 애매합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스릴러겠죠. 근데 액션 같은 건 1도 없고 긴장감도 약해요. 결국 중요한 건 등장 인물들 하나하나의 드라마입니다. 위에서 말한 4인팟의 멤버들이 에피소드마다 번갈아가며 주인공 역할을 하는데, 이 캐릭터들 각자가 대표하는 바가 있는 거죠. 사는 데 보람도 재미도 없는 현대인. 마음의 상처 & 자존감 부족 때문에 바깥 세상과 벽을 치고 싶어하는 젊은이.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노인... 등등이구요. 이렇게 전형적인 '우울한 현대 도시인'들이 어쩌다 이 괴상한 사건인지 미션인지에 말려들어가서 얼떨결에 평생 상상도 못 해 본 일들을 저지르고 다니고, 그러면서 삶의 보람을 찾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하루하루를 설렘으로 살아가게 되고 그러다가 결국 각자의 껍질 속에서 한 발짝 나아가 관계도 맺고... 뭐 이런 훈훈한 드라마에요. 정말 건전하기 짝이 없는데. 원래 이런 거 잘 안 보는 저로서는 이 정도 표현으론 부족하단 생각이 드네요. 네, 정말 세상 건전하기 짝이 없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전달하는 휴우먼 드라마입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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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랜만에 연기하는 모습을 봐서 반가웠던 샐리 필드 여사님. 당시 75세셨는데 여전히 정정하시더군요.)



 - 물론 기본적으로 스릴러 탈을 쓰고 있고 뭐 액션 같은 건 없어도 계속해서 미스테리가 이어지기 때문에 스릴러 보는 기분이 안 드는 건 아니에요. 특히나 그 두 조직은 처음에 굉장히 그럴싸하게 등장하고 떡밥들도 잘 뿌려줍니다. 도대체 이 사건들의 끝이 어떻게 될 것인가... 는 확실히 궁금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휴우먼 드라마를 싫어하는 제가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거죠.

 다만 이게... 보다보면 좀 이상합니다? 그 조직들이 행동하는 방식이나 얘들이 주인공들에게 하달하는 미션 같은 게 뭔가 괴상하게 어설프고 허술하면서,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건전해요. 간단히 비유를 하자면 sbs 예능 '런닝맨' 실사판 같은 기분인데.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계속 필라델피아의 명소를 돌아다니고,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보면 뭔가 그 도시 사람들도 잘 모르는 절경이나 멋진 장소가 나온다든가... 이런 식이죠.

 그러다보니 저같은 스릴러 팬에겐 역시 좀 아쉬운 기분이 팍팍 드는 겁니다. 대체 왜 이러지. 시작은 그럴싸했는데 진행이 왜 이리 허술하고 건전하지. 투덜투덜... 사실 그냥 때려치워 버리고 싶었는데 그래도 진상은 궁금하고. 꾸역꾸역 다 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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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합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미 잘 알고 계실 안드레3000. 알고 보니 제가 본 '하이 라이프'에도 나오셨더군요. 연기 괜찮습니다)



 - 막판 전개가 상당히 골때립니다. 에피소드 8~9에서 일단은 수수께끼가 모두 풀려요. 그리고 정답이 제시되는데, 그 순간 에피소드 10으로 넘어가면서 또 다른 진실이 드러나는 식이거든요. 뭐 반전 콤보 자체야 그닥 특이할 게 없는데, 마지막 반전이 좀 격하구요. 그리고 최종 반전까지 제시된 후 마무리까지의 전개가 좀... 폭주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느낌이었네요. ㅋㅋ 스포일러 없이 이걸 뭐라 설명해야하나 싶은데. 그러니까 마지막 반전과 그 연출은 마치 '에반게리온' 최종화를 보는 기분이었네요. 다만 엄청나게 건전한 버전의 에반게리온 엔딩... 이라고 해야할 것 같구요. 그걸 보고 황당해하고 있노라면 갑작스레 2003년 버전 영화 '피터팬'의 '아이 두 빌립 인 페어리스~ 아이 두! 아이 두!'를 능가하는 초난감 건전 스펙터클 연출이 이어지다가 콰콰쾅~!!! 하고 끝이 납니다. 

 제가 적어 놓고도 이게 뭔 소린지 알아 들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지만 스포일러 없이 설명하려니 이 이상은 말을 못하겠어요.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제가 근 10년간 봐 온 드라마, 영화들 중 가장 과격하게 막 나가는 엔딩이었다는 건데. 그게 초건전한 방향이었다는 거... 뭐 그러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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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파티원이 모두 모이면 대략 이런 그림이구요.)



 - 이 얘길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좀 망설였는데, 사실 저 위에서 말한 '런닝맨'식 구성은 사실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완성도가 구린 게 아니에요. 어차피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얘기니까 스포일러 피할 겸 짧게만 말씀드리자면. 이 드라마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거든요. 제가 이 드라마를 완주한 이유가 이겁니다. 보다가 도저히 이 폭발하는 건전함을 견딜 수가 없어 잠시 멈추고서 '어차피 안 볼 거니까' 라는 맘으로 영어 정보 검색을 했는데, 대뜸 튀어나오는 게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라는 정보였어요. 그리고 그 '실화'의 내용을 접하고 나니 도무지 이야기를 어떻게 맺을 생각인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졌고... ㅋㅋㅋ 암튼 그러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에요. 설명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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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테리 스릴러이지만 스릴은 거의 없고 미스테리는 이런 식으로 괴상한데 예쁜 식.)



 - 작품 자체가 워낙 괴상해서 제 잡담도 가면 갈 수록 카오스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네요. 마무리 시도해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진중한 드라마입니다. 요즘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타인과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려는 이야기죠.

 거기에 맞게 네 주인공의 사연들은 전형적이면서 동시에 나름 설득력이 있습니다. 배우들 연기도 좋아요. 제작 겸 주연을 맡은 제이슨 시겔, 실제 트랜스젠더 여성이자 신인이라는 이브 린들리, 딱 봐도 랩할 것 같은 이름의 안드레3000 모두 자기 역할에 맞는 좋은 연기 보여주고요.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샐리 필드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구요.

 비주얼이나 연출도 다 좋은데, 뭐랄까. 아이폰 신제품 광고 같은 톤이 제겐 살짝 걸림돌이었습니다. 반짝 샤방 참 예쁘긴 한데 그런 삘은 광고에서만 보고 싶더라구요. 느낌이 너무 팬시해져서 가뜩이나 나이브한 연출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저의 삐딱한 갬성을 괴롭혔구요.

 그런 건전한 드라마에 실화를 바탕으로한 미스테리와 마법 같은 분위기 연출을 더한 건데. 드라마에 집중을 하면서 미스테리 쪽이 많이 약해진 감이 있습니다. 미스테리나 스릴러 원하시는 분들을 위한 드라마는 아니에요.

 하지만 마지막에 장렬하게 폭주하는 엔딩은 그 자체로 참 희한한 볼거리라 결국 시간 투자한 걸 후회하진 않습니다만. 다른 분들에게 권하고 싶진 않네요. 본인이 남다르게 건전하고 긍정적인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라는 분들에게만 추천해요. 제겐 참 많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드라마 보다가 심신이 정화되어 증발해버리는 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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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많이, 자주 사랑 받아서 굳이 언급하기도 애매하단 느낌의 구도죠. ㅋㅋ 대략 이런 식으로 늘 그림이 예쁩니다.)




 + 언제나 느끼지만 제겐 '건전한 미국인'들의 사고 방식이나 행동 같은 게 참 안 맞습니다. 넘나 부담스러워서 그런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조차도 '알고 보니 빌런'역으로만 만나 보고 싶은 것인데요. 이 드라마는 그런 '건전한 미국인' 그 자체라는 거!!! 한 번 본인의 건전함을 테스트 해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강력 추천!

 


 ++ 원래 저는 '반복되는 일상에 갇혀 질식한 기분에 빠진 현대인' 캐릭터들에 이입을 못해요. 전에는 그냥 그게 너무 뻔한 캐릭터라 그런 거라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의 주인공을 구경하다보니 애초에 제가 살면서 그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알고보니 저는 타고난 긍정왕이었던 것입니다. 음핫하.



 +++ 절대로 이걸 볼 생각은 안 들지만 제 호들갑 때문에 '도대체 어떤 엔딩인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까요? ㅋㅋ 계시는 셈치고 준비해봤습니다.

 당연히 수퍼 울트라 스포일러니까 아래 영상 눌러보실 분은 미리 참고하시구요.



 정말 재생해보실 분은 없으시겠지만 뭐... 음. 이 영상 아래 달린 따뜻한 댓글들을 보고 역시 난 많이 삐뚤어진 인간인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전 이런 게 왜 이리 견디기 힘들까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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