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00분. 스포일러 있어요. 있습니다. 어차피 다들 아시잖아요?(...) 대체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니 팬분들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엄...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 시절 홍콩 영화 포스터들 중 최고봉이라고 생각하는 포스터입니다. 지금 봐도 참 멋지네요.)



 - 어차피 스포일러 있는 글. 도입부 줄거리 소개도 스킵하고 그냥 바로 아무 말 대잔치를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스토리를 간단히 요약한다면 절정의 꽃미남 '아비'가 이 여자 꼬시고 저 여자 꼬시고는 나쁜 남자 모드로 다 박대하다가 자길 낳자마자 버리고 필리핀으로 튀어 버린 생모를 찾아간다는 얘기죠. 그 과정에서 '이 여자' 장만옥은 우연히 마주친 친절한 경찰 아저씨 유덕화와 엮이다 말고, '저 여자' 유가령은 아비의 친구 장학우랑 엮이다 말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아비놈 인성 보소...)



 - 단순무식하게 그냥 연애 이야기로 생각하고 본다면 장국영은 정말 대책 없는 구제불능 자뻑 양아치입니다. 타고난 비주얼과 세기말 20대 갬수성에나 먹힐만한 '다리 없는 새' 드립으로 여자들 후리고 다니면서 자기가 만든 그 관계에는 정말 철저하게 무책임하구요. 그 와중에 어려서 버림받았다는 자기 개인 사정에 꽂혀서 자기 생각 밖에 안 하죠. 그 유명한 댄스 장면은 그런 자기애가 빅뱅으로 대폭발하는 모습이구요. 특히 필리핀 떠날 때가 압권이에요. 장학우에게 자기 차를 주면서 '니가 갖고 싶어했던 거 알고 있었어' 라는데 아무리 봐도 맥락상 그게 자동차 & 유가령 얘기이니 참말로 기가 찹니다. 심지어 마지막에 잠시 장만옥을 떠올릴 때 조차도 이 양반에겐 장만옥보다 그 시국에 장만옥을 생각하는 자신의 로맨틱함과 비극이 더 중요해 보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래서 이렇게 춤을 출 때도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봐줘야)



 - 물론 이 영화와 장국영의 캐릭터를 이렇게 단순무식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죠. 보통은 갖가지 다른 해석과 의미들이 붙여서 이야길 하구요. 모두들 다 아시는 '아비 = 본토 반환을 목전에 둔 홍콩, 두 엄마 = 중국과 영국' 공식이 대표적이죠. 그걸 떠나서 좀 더 보편적으로 20대 젊은이들이 한 번씩 겪고 지나간다는 방황과 고독을 상징한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구요. 그게 또 참 잘 맞아떨어져서 거기 반박할 생각은 없어요. 그렇긴 한데... 


 ...전 그런 해석들이 이 캐릭터의 자기 중심적 행동들을 깨끗하게 설명해준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구요. 특히나 이 영화는 아비 외의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잠시 돌아가며 주인공 행세를 할 기회를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더 그래요. 자길 꼬시고 차버린 게 장국영이 아니라 홍콩이라고 생각하면 장만옥의 억울함이 좀 나아진답니까? 홍콩 찾아 필리핀으로 가는 유가령도 좀 괴상해지잖아요(...)


 물론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 복합&다층적 캐릭터'라고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고 저도 인정은 합니다만. 그냥 우리 아비군의 캐릭터가 제 취향과 거리가 아주 멀어요. 그래서 이렇게 길게 투덜거리고 있습니다. 존중해주시죠!!! 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사연도 있고 이렇게 짠한 장면도 있지만 그래도 그 민폐력이 어딜 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꽈.)



 - 이제 와서 다시 보니 가장 눈에 띄는 건 이 영화의 '아트하우스 필름'적인 면모였습니다.

 처음부터 (거의) 끝까지 오만가지 방법을 다 써서 인물들을 무언가에 가둬버리는 강박에 가까운 미장센이라든가. 종종 거칠게 확확 튀는 점프컷 편집. 길게 이어지는 대화를 그 중 한 명의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고정해 놓고는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장면들 같은 것. 인물들의 설정이나 관계 같은 것도 그래요. 갑작스레 확 불타오르는 남녀의 관계를 통해 당시 사회의 이슈나 문제 같은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식의 유럽 예술 영화들이 꽤 많았죠. 주인공들의 직업을 통해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그렇구요.


 그러니까 유럽 아트 무비들의 홍콩 버전이랄까요. 평론가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거기에다가 이제 아시아권 영화들 특유의 갬성이 첨가되어 차별화 포인트가 생기고. 또 한국의 관객들에겐 그 시절 마치 한국 배우나 마찬가지로 친근감을 느끼던 홍콩의 탑스타들이 우루루 몰려나와서 그들이 그 당시 다른 영화들에선 별로 보여준 적이 없는 진지한 연기들을 보여주니 더더욱 좋을 수밖에 없고...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영화 내내 어둡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좁은 풍경만 와장창!!!!!)



 - 그런데 안타깝게도 별로 제 취향의 영화는 아니었어요. ㅋㅋㅋ

 이게 뭔가 되게 극단적이더라구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이야기가 '진짜'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현실 세계의 인간 같지 않은 분위기의 인물들이 '저는 무엇무엇을 상징한다구요!' 라고 손을 흔들며 전혀 현실 세계 같지 않은 어딘가를 폼나게 둥둥 떠다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꾸준하고도 집요하게 비현실적인 느낌을 들이 부어대는데 카메라는 집요할 정도로 좁아 터진 공간에 갇혀 있는 느낌, 출구 없는 어둡고 비좁은 공간의 느낌을 강조하니 나중엔 심각할 정도로 갑갑해지더라구요. 뭐 그게 감독의 의도였겠습니다만. 전 그저 '나중에 또 볼 일은 없겠어!'라고 다짐을(...)



 - 아마 그동안 저와 제 감성이 늙어 버린 탓도 있겠죠. 예전에 들을 땐 그럴싸하게 들렸던 '발 없는 새' 이야기가 이젠 뭔가 싸이월드 자기 소개 글 같은 느낌이 들고. 나름 내적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비의 모습은 걍 자기 중심적 진상남(...)이란 생각만 들구요. 막판에 유덕화 캐릭터가 아비에게 "야 니가 무슨 새야! 니가 새면 날아봐!! 날아봐!!!" 라며 짜증내는 장면에서 껄껄껄 웃으며 후련함을 느껴버린 저는 이제 이 영화에 최적화된 관객과는 넘나 거리가 멀어져 버린 것......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심지어 야외 촬영들도 이런 식으로 찍어서 바깥 세상을 잘 안 보여줍니다. 갑갑의 극치!)

 


 - 대충 정리하겠습니다.

 딱 그 시절에 봤어야 하고, 또 그 시절에 이미 감동을 받았어야할 영화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20세기에 보긴 했지만 그 때도 별 감동을 받지 못했던 저는 이제와서 다시 봐도 뭐 막 좋지는 않더라구요. 

 워낙 그림이 좋고 배우들 연기도 좋고, 또 장국영이 안 나오는 다른 배우들 장면들 중엔 지금 보기에도 꽤 근사한 장면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쨌거나 제목대로 이게 '아비의 이야기'이다 보니, 바삭바삭 메마른 감수성의 단순무식한 관객인 제겐 많이 부담스러웠네요. ㅋㅋㅋ

 그래도 여전한 비중 대비 씬스틸러 장만옥과 이제와 다시 보니 헉 소리 나오게 예쁜 유가령 덕에 꽤 만족하며 봤습니다. (쿨럭;)

 내친 김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왕가위 영화를 싹 다 봐버리자! 라는 맘으로 본 영화였는데. 이 프로젝트(?)가 완결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하;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 당시엔 잘 몰랐는데 유가령 비주얼이 환상적이더군요. 나름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에너지 넘치는 긍정적 캐릭터이기도 하구요.)




 + 왕가위 아저씨는 '어린왕자'도 좋아하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 아비가 장만옥을 유혹하는 장면도 그렇고 뭔가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가스라이팅(...) 스킬 배우는 장면 비슷한 느낌이 드는 전개가 몇 번 나오더라구요.



 ++ 필리핀 호텔 장면에서 좀 의아한 게 있었는데. 유덕화가 받아서 들고 가는 열쇠는 206호 열쇠인데 넘나 자연스럽게 204호로 들어가더라구요. 뭐 그냥 옥의 티겠거니... 하고 봤구요.



 +++ 이러쿵 저러쿵 신나게 투덜거려놨지만 그래도 뭐랄까. 결국 심한 말(?)까진 할 수 없게 되는 건 역시 제가 그 시절, 그 시대를 거쳐 온 사람이기 때문이겠죠. 비평가들의 호평이야 그러든가 말든가... 지만 어쨌거나 그 시절 한국의 영화 팬들에게 분명하게 한 자리를 차지했던 영화이고. 그럴만한 이유와 자격은 충분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냥 제가 늙어서 문제입...



 ++++ 대국민 사기극의 증거... 라고 생각하며 찾아봤는데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의외로 사기가 없습니다? ㅋㅋㅋ 네오 '로맨틱' 시네마에다가. 청춘의 피울음. 한 씬을 위해 NG 48번. 사랑... 

 딱히 거짓말이 없어요. 액션, 영웅 같은 단어가 하나도 없네요. 알고 보니 참 정직한 홍보였던 것.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0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6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13
122124 넷플릭스 '서부 전선 이상 없다' [4] thoma 2023.01.17 445
122123 넷플릭스 2023 라인업 소개 영상 [4] 예상수 2023.01.17 396
122122 느린 말들 시즌2 소감 라인하르트012 2023.01.16 244
122121 [왓챠바낭] 장윤현 몰락의 시작, '썸'을 이제 봤습니다 [16] 로이배티 2023.01.16 821
122120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지 않고 [5] 예상수 2023.01.16 350
122119 혼자만 나름 생각하며 살기 [4] 가끔영화 2023.01.16 259
122118 팬들마저 등 돌렸다…무려 '80%'가 SON 제외 찬성 [40] daviddain 2023.01.16 1170
122117 "대행사"는 혹시 보시는 분 있나요? [7] 산호초2010 2023.01.16 591
122116 프레임드 #311 [2] Lunagazer 2023.01.16 128
122115 2023 Critics’ Choice Award Winners [1] 조성용 2023.01.16 184
122114 [넷플릭스바낭] 장르와 주제를 완전히 착각하고 본 '스웻'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01.16 350
122113 '슈룹' 다 봤습니다 (내용 누설 줄줄) [8] 2023.01.15 506
122112 책을 보다가 맞닥뜨린 영화/strait jacket daviddain 2023.01.15 272
122111 프레임드 #310 [2] Lunagazer 2023.01.15 110
122110 돈을 안 쓰고 살기? [26] thoma 2023.01.15 954
122109 [왓챠바낭] 사방에 마구 강력 추천할 뻔한 드라마, '웨인'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01.15 538
122108 코미디의 왕을 보고(스포있음) [2] 예상수 2023.01.14 283
122107 2023 아카데미 주요 부문 수상 예측 - 버라이어티지 [6] theforce 2023.01.14 610
122106 프레임드 #309 [2] Lunagazer 2023.01.14 113
122105 Happy Vally, James Norton, A little life [10] Kaffesaurus 2023.01.14 3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