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코로나19 관련, 국내뉴스에는 나오지 않는 상하이 상황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소스는 상해에서 오래 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1:1 채팅 그리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쇼셜네트워크에 올라오는 글들입니다. 


 인구 2500만명의 거대도시 상하이가 3월초부터 지구별 봉쇄를 2주 정도 겪고 다시  지난달 말부터 시 전체가 완전히 봉쇄된지 2주가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문제는 질병이 아니라 확진자가 나온 세대의 영유아 돌봄 문제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돌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2500만명 시민들 전체로 보면 어이 없게도 식량보급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 되었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상당수의 아파트단지에서 장을 보러 외출하는 것도 금지 시키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봉쇄를 하였고 

 장을 보러 나가도 항상 마트가 열리자 마자 순식간에 싹쓸이를 하는 상황이 계속되어 대다수의 주민들은 그 날 먹을 찬거리 조차 확보를 못하고 있었어요.


 시방역당국은 찬거리는 결코 모자라지 않으니 절대 싹쓸이를 하지 말라고 진정을 시키려고 노력하였으나

 상해시 외곽에서 들어오는 화물차 기사들의 안전한 귀가가 세밀하게 확보가 안되면서 물류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와중에 어렵게 온라인 배달회사들이 가까스로 물류 네트워크를 재가동하였으나 개인 구매는 여전히 어렵고 대부분 단체구매만 취급하고 있습니다.

 일일이 여러가지 물품을 개인별로 취급하기에는 일손이 딸리는 상황이니까요. 


 이걸 중국의 기존 말단 조직시스템인 거주민위원회 (한국으로 치면 반상회) 가 제 구실을 전혀 못하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감자나 파 그리고 생선과 달걀 같은

 최소한의 식자재를 그것도 아주 소량 배급만 가까스로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단체구매 그룹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평소에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좌우 위아래 집들과 소통을 하여 단톡방을 만들고 (조직)

 필요한 물품 리스트를 만들고 (수요조사)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입을 진행하고 (구매)

 구입식자재에 소요되는 자금을 모으고 집행하고 (재무)

 도착한 식자재들을 받아 확인후 신청한 팀원들에게 나눠주고 (수하 및 배송)

 다시 요일별 구입물자 계획을 수립하고 …. 반복

 이걸 온라인에 밝은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던 화이트 칼러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총대를 메고 수십세대의 먹거리를 해결하고 있는것이죠

 

 그 전에는 중국에서 방역 영웅들이 주로 의료진이나 배달기사 정도였는데 현재 최고의 영웅은 이런 단체구매를 진행하는 팀장들입니다.

 별명도 생겼어요.  ‘캡틴아메리카’ 에서 응용하여  ‘캡틴 OOO (아파트이름+ 동번호)’ 이라고 부릅니다.  중문으로는 ‘단장’ 


 국가 행정조직이 제구실을 못하자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방법을 찾아 해결하고 있는 것인데

 중국 공산화 이후 처음 생겨나고 있는 흐름입니다.

 중국은 공산당의 견제와 통제 때문에 시민들의 자주적인 소셜네트워크가 사라진 체제였거든요.


체제 만능주의를 맹신하는 국뽕들도 여전히 많지만 상해라는 지역 특성 탓인지 이러한 자주적인 시민조직들이 만들어지고 영웅적인 보급투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원봉사자’ 하고는 결이 다릅니다.  자원봉사자는 여전히 국가행정조직의 하위개념이자 보조적인 위상이라 여겨지기 때문이죠.


한편 이 자주적인 단체구입 그룹들은 주민 공동체에서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사실 그 활동의 시작도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되었어요.  

주로 온라인 구매에 서툰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위하여 나서기 시작한 사람들이 봉쇄가 길어지고 식자재 구입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이 ‘동네 캡틴들’은 일반 주민들이 필요한 식자재 단체구매도 해결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노인층의 낮은 백신접종률과 의료 인프라의 후진성 때문에  중국 방역당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은 시민들의 식자재 보급 문제를 전혀 해결 못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무식하고 무책임한 방역 정책인거죠. 

그러나 이렇게 시민들은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상해는 지난주 일일 신규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섰고 오늘 발표된 수치만 보면 확산세가 다소 주춤하는 듯 보입니다. 

다행히 이대로 수습을 하더라도 그 후유증이 클것이고 당연히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것 같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상해가 아닌 더 많은 다른 지역에서 점점 더 많은 확진자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 남부의 거점 도시인 광저우시에서 지역전파가 이미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막는다고 막아질 수 없는 오미크론 앞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중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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