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9 14:36
다른 거 따지기 전에 음식이 많이 그립습니다. 취향차는 있겠지만 제 취향상 음식에 관해선 백이면 백 미국이 한국보다 나은 게 없어요.
일단 (맛있는)짜장면 먹으러 한 시간 반을 운전하고 가야 하는 건 둘째치고, 특히 중북부 주에 살다 보면 속 터지는 게, 매운 음식이 없어요. 물론 멕시코 음식은 한국음식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매운 게 많지만, 전 타코부터 시작해서 멕시코 음식이 영 입에 안 맞아서...바베큐 소스가 맵다고 징징거리는 세상에서 시카고에서 종종 박스채로 사오는 라면이라도 다 떨어지면 금단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밥은 없어도 살 거 같은데, 라면은 없으면 정말 못 살 거 같아요.
그나마 이런 건 시카고 가면 찾아 먹을 수나 있지, 막국수 같은 마이너한(?) 건 그냥 답이 없어요. 막국수 비슷한 얘기만 나와도 침 질질 흘리면서 방구석에 박혀 엉엉 울고 입맛만 다실 수밖에는 :b 또 하나 비슷한 케이스는 떡볶이+순대+김말이 콤보인데, 떡볶이 순대를 사서 집에서 해 먹는다 쳐도, 김말이는 대체 어디서 구한단 말입니까. 용케 셋 다 구해도 동네 포장마차에서 파는 그 맛이 날 리가ㅠㅠ
*근데 미국은 소화 잘되는 고기가 싸다던데?
쌉니다. 근데 전 미국 소/돼지/닭고기에 대해 불평거리가 하나 있는데, (공식 용어는 모르겠지만) 전 껍질이라고 부르는 부위가 적거나(닭) 그냥 없다는 거에요. 이러니 제육볶음을 하건 불고기를 하건 말랑말랑한 (저만 좋아하는 거 같은) 비계 부분이 없죠 :/ 덤으로, 몇 년 살고도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닭다리보다 가슴살을 선호하는 괴상한 취향이에요. 뭐 그것 때문에 KFC 같은데 가면 다리를 왕창 줘서 좋기는 하지만...
*흔히 먹는 음식 종류는?
패스트푸드점은 접어둡시다. 컬버스가 "맥도날드와는 다르다, 맥도날드와는!" 이러고 있어도 소금 기름 왕창 퍼부은 정크푸드인 건 (미국이나 한국이나)변하지 않으니 냅두고, 학교 급식이라고 나오는 걸 보면 정글고 올챙이국은 별 거 아니네 싶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게 전 그냥 학교 급식 체계가 막장이라 그런 줄 알았더니 집에서 그렇게들 먹여요. grilled cheese라는 거창한(?) 이름의 음식은 그냥 식빵 두 쪽 사이에 치즈 넣고 구우면 끝이에요. 이게 (양은 달라도) 한 끼 식사에요. 멕시코 음식은 원래는 어떤지 몰라도 미국에서 먹는건 부리또 같은 멀쩡한 음식은 그렇다 쳐도 치즈 케사디야 같은 건 빵 대신 또띠야만 썼지 위의 그릴드 치즈랑 전혀 다를 게 없어요. 이런 걸 먹는 건 취향차니까 별 문제가 아닌데, 문제는 이런 게 주식이라는 거죠.
다만 직접 구워먹는 버거/핫도그 등은 많이 좋아합니다. 좀 귀찮아서 그렇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떤 패스트푸드점과 비교해도 더 맛있어요
*그럼 군것질 종류는 어떤가?
이건 취향 차이라고 하기도 뭐한게, 초코파이+몽쉘+오예스를 한 박스씩 사서 미국인 룸메들 둘이랑 공유를 했는데 전 1/3도 못 먹은 거 같아요. 전 단 걸 좋아해서 과자류는 맛있겠다 싶으면 이것저것 시도를 해 보는 편인데, 도대체 저 셋 근처에라도 갈만한 걸 먹어본 기억이 없어요. 심지어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는데 오레오 같은 한국에서도 파는 과자도 미묘하게 덜 맛있어요. 실제로 설탕을 더 퍼 넣는지는 몰라도 너무 달아서 몇 개 못 먹는 것도 단점 중 하나고요. 위에서 한 매운맛 징징에 더해서, 감자칩이 맵다고 하면 매운 게 아니라 그냥 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짜장면 시키시면서 가엾은 유학생들에게 애도좀...
2014.07.29 14:40
2014.07.29 14:42
캘리포니아 롱 그래인으로 밥을 해서 물만 말아먹은 기억이 있으니 불평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군요. 그러나...이 여름에 냉면, 모밀, 쫄면, 크흑..김말이..계절을 이겨낼 수 있는 한국만의 음식들...
2014.07.29 14:49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가 특이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 나라 와서 계절음식 비슷한 개념도 들어본 기억이 없네요
2014.07.29 16:10
그건 아마 아마데우스님이 학교밥 먹는 유학생 신분이라 그럴 듯. 제철 과일과 야채란 건 미국에도 당연히 있지요. 다만 그런 걸 제대로 챙겨먹는 미국인이 소수일 뿐.
2014.07.29 14:45
주식부터 완전히 다르니 적응하려면 꽤 힘들겠어요.
2014.07.29 14:47
생전 관심 없던 요리를 배울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2014.07.29 14:47
2014.07.29 14:48
아 파..ㅌ빙ㅅ...
잠깐 화장실 가서 눈물 좀 닦고 오겠습니다
2014.07.29 15:02
전에 듀게에서 올여름 팥빙수품평 뭐 그런 글을 보고 급 한국식 팥빙수가 그리워서 아예 빙수기를 샀습니다^^;;
이래봬도 행동하는 한국인?입니다 ㅋㅋ
2014.07.29 14:52
다른 건 모르겠지만 매운맛에 대한 갈증은 공감하고 갑니다. 전 밥+국+반찬 이렇게 차려지는 정식을 굉장히 싫어해서 집밥에 대한 욕구가 전혀 없는 인간이라 유럽 배낭여행 할 때도 밥 먹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그래도 한국인인지 매운 건 생각나더라고요. 하루는 슈퍼에서 뭔 라면 같이 생긴 거에 맵다고 적혀 있길래 사다 끓였더니 한국에선 매운 거 못 먹는 편인 제 입에도 하나도 안 맵고 그냥 짜기만 엄청 짜더군요.ㅠㅠ
2014.07.29 14:52
그니까 제가 보기엔 그냥 얘네들이 매운 거랑 짠 거를 구분을 못 하는 거 같아요.
2014.07.29 14:52
2014.07.29 14:54
둘째줄은...음...
주변에 야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없어서 야빠는 못 됐지만 야빠도 해 보면 참 재밌을 거 같아요
2014.07.29 16:34
2014.07.29 16:39
삼성 팬하면 됩니다.
2014.07.29 16:43
야구가 진짜 무서운건 삼성팬들조차도 (믿으실지 모르지만) 야구볼때 욕하면서 야구는 고통뿐이라고 증언한다는 겁니다.
2014.07.29 16:46
삼성팬이 아니라 그런 고통은 모르겠고 대신 LG팬이라 겪는 고통은 압니다.
2014.07.29 14:57
유년기 부터 길들여진 식습관은 외국에 푹 눌러 살아도 고쳐지지 않나 봅니다
2014.07.29 15:07
뭐 그래도 좋아요
가끔 가다 한 번 먹는 짜장면의 황홀함이란.
2014.07.29 14:58
이국생활 적응에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것이 식습관이죠.
일단 음식이 입에 안맞으면 생활이 전체적으로 시들해집니다. 그러다가 몸도 시들해지고..
제가 그럭저럭 잘적응하고 살수있는 커다란 요소중 하나도 아무거나 못먹는거없는 먹거리취향 덕이기도합니다.
일년내내 김치없이도 살고 치즈덩어리로 떡칠한것도 좋아하고 뭐 이런 무국적잡식ㅋ
덕분에 짜장면이 땡기네요. 퇴근길에 짜파게티라도 한봉 사가렵니다~
2014.07.29 15:08
저도 웬만하면 이것저것 다 먹는데 한국음식은 종종 먹어줘야 살아요
2014.07.29 15:07
먹다 먹다 남은 잡채가 있어 더 두면 냄새가 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직전에 마른김에 돌돌 말아 반으로 썰어 튀김가루 묻히고 후라이팬에 튀겨내기만 해도 아주 훌륭한 김말이가 되고 음식 재활용이 됩니다. 문제는 잡채를 만들기까지가 더 수고롭다는 게 함정일까요? ㅎ
2014.07.29 15:09
잡채 같은 귀한 음식을 먹다 남길 일이 없어서 실패.
2014.07.29 15:20
2014.07.29 15:21
으악ㅋㅋㅋ
2014.07.29 15:52
솔직히 미국은... '음식' 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죠. 옛날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겠죠.
2014.07.29 15:58
친구와의 문답.
"미국 음식이란 게 대체 뭐냐?"
친구: "음...피자?"
"피자는 이탈리아에서 왔잖아"
친구: "어...햄버거!"
"독일이 원조 아닌가?"
"......에이씨 몰라 그냥 그딴 게 왜 필요해!"
2014.07.29 16:19
2014.07.29 18:12
주키니파이... 미국 친구가 해줘서 먹어봤는데 엄청 맛있었어요! 땡스기빙 음식은 생각 못했네요.
2014.07.29 18:10
저는 아주 어릴때 미국에서 살았었는데, 그때 학교에서 나오던 급식이 대개 미국의 '음식'이 아니었나 싶어요. 주로 흰밀가루 번에 간 고기 (출처를 잘 모르겠는 ㅠ.ㅠ) 양념한 것을 잔뜩 넣고, 매쉬드 포테이토랑 그린피 삶은거 위주였죠... 그냥 대체로 1. 빵, 2. 고기, 3. 삶은 야채,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아 핫도그... 핫도그는 미국 음식이 아닐까요? 지금은 독일이지만 소세지를 미국처럼 그렇게 먹는 것은 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여기 온 이후로 나라 사랑이 한국 음식 사랑에 편승하여 증가하고 있네요;; 정말 한국만큼 다양한 재료로 창의적인 요리들이 많은 나라도 드물듯... 봉피양 냉면 먹고 싶습니다 ㅠ.ㅠ
2014.07.29 15:52
2014.07.29 15:53
2014.07.29 16:05
미국은 아니지만 외국에 나와 살고 있는데 음식 부분 공감합니다. 이 글 보니 떡볶이같은 분식류 음식이 먹고 싶네요.
2014.07.29 16:12
제가 좋아하는 음식과 음료수와 술은 모두 외국 것! 그래서 한국 음식이 전혀 그립지 않았는데, 냉면은 먹고 싶더라구요. 둥지냉면을 구해볼 걸 그 생각을 못 했었네요.
2014.07.29 16:17
위에도 댓글로 언급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한국 음식에 대한 갈증은 아마데우스님이 제대로 된 주거 환경을 갖추지 못한 유학생이기 때문인 탓이 클 겁니다. 유학생이라고 해도 학부 이상, 게다가 기혼, 경제적 여유까지 있으면 훨씬 나아요. 동네에 따른 차이도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요즘은 어디라도 한국 마트, 하다 못해 한국 식품 취급하는 아시아마트 없는 곳은 드물잖아요. 거기에 음식 만들 줄 알고, 만들 여건(돈+장소+시간) 되면 밥 하고 김치(나파배추 없음 양배추로라도) 담아 먹으면 되거든요. 김말이도 김이랑 당면 사다가 집에서 튀기면 됩니다(사실 김말이 만들기 그렇게 어렵진 않아요). 심지어 가공식품은 온라인 쇼핑몰 통해서 주문할 수도 있고요. 청양 고추 대신 멕시코 고추 쓰거나 베트남 쥐똥고추 갈아서 써도 우리 입에 잘 맞는 매운 맛 내기 어렵지 않아요. 다만 대부분을 매식에 의존해야 한다면, 음식 적응하는 게 큰 문제일 수밖에 없지요.
2014.07.29 16:45
동감이요.
미국이야 웬만한 도시 지역에는 만들 필요도 없이 냉동 순대도 구할 수 있고 냉동 김말이도 구할 수 있어요. 없어도 물량 많은 친절한 슈퍼에서는 주문하면 가져다 주기도 하고요.
미국 사시는 분들이 불평하시면 전 막 울고싶어지던데...
그 울음 참으려고 전 슈퍼마켓을 열었습니다. 그래도 수요가 적으니까 제가 먹고싶은 거 마음대로 못 갖다둬요.
2014.07.29 20:30
앗 정말이세요? 어느 도시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근처 갈 일 생기면 가보게요! 아, 독일이셨나요...
글고 저도 동감이요.. 한식 웬만한건 다 집에서 해 먹어요. 한국마트는 비싸지만 음식재료는 싸니까요. 주로 중국마트 이용해요.
근데 이곳 기본 식사가 형편없다는 아마데우스님 말씀에도 공감요.
그릴드 치즈, 누텔라바른 식빵, 맥앤치즈, 치즈랩, 핫도그..이런게 식사이고 엄마들도 이렇게 먹이고
매끼 주스에 머핀같은 디저트 먹고 이런걸 헬씨푸드라고 하고.. 첨엔 좀 멘붕이었죠
게다가 캐나다는 매일 도시락 싸야돼요. 외식비 비싸니까 엄마 아빠도 물론! 매일 도시락 네개씩 싼다는 맞벌이 주부들 ㅠ
한국 무상 급식 최고예요!
*아까 쓴 글에 달린 댓글들에 답을 하자면, 그 글의 요점은 외국 나가서 자기 나라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거였어요. 한국인이라고 멀리하라는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