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있을때는 뭐니뭐니해도 성공보수 챙겨먹.....아, 이게 아니라


억울하게 옥살이 할 뻔한 사람들을 구해냈을 때지요


즉, 큰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 받아냈을 때 입니다.


작년에 아주 힘들게 무죄판결 받은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1심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징역 8년을 때려맞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라고 쓴 이유는 경악스럽게도 판결문에 '유죄로 인정한 이유'가 한줄도 안 써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항소심에서 무죄판결 받기까지 이 사람은 1년이 넘는 기간동안 구속되어 있었구요.


검사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상고가 기각되고 무죄판결이 확정된 것이 작년 11월 중순입니다.


그 사이에 나름 잘 나가던 사업체가 홀라당 날아간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건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없으니 자세한 이야기를 쓸 수는 없습니다만, 상당히 많은 정신적 고초를 겪었고


앞으로 동종 업종으로 재기하는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심지어는 1심 판결 선고될 무렵에 부인이 아이를 출산했는데 구속집행정지 신청조차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누구는 실형확정되어도 잘만 받아주더만요.


덕분에 부인은 남편도 없이 혼자서 만삭기간을 버텨내고 출산을 했는데


출산을 하고보니 떡하니 소아암 판정을 받았다지요


한마디로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난 셈입니다.


생사람을 잡은 거지요.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보통사람같으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판이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나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소심에서라도 무죄판결을 받긴 했으니까요



정말 황당한 상황이 그 이후에 벌어집니다.


국가가 생사람을 잡았으니 당연히 돈을 물어줘야 됩니다. 형사보상청구라고 합니다.


올해 1월 초에 법원에 형사보상청구를 넣었습니다.


근데 결정을 안해줍니다.


보통은 한두달, 늦어도 두세달 안에는 결정이 나와야 되는데 결정을 안해줍니다.


형사보상 사건은 다른 민사나 행정사건하고는 달라서 별로 심리할 내용도 없고 결정금액도


사실상 직권으로 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시간이 오래 걸릴 이유가 없는 종류의 사건이거든요.


그러다 6개월을 훌쩍 넘긴 이달 중순에서야 결정문이 왔더군요


형사보상법상 상한액을 계산해서 8천만원 가량을 청구했는데 딱 절반으로 나왔습니다.


꼴랑 4천만원 먹고 떨어지라는 소리가 되겠습니다. 일당 10만원에 변호사비용중 극히 일부만 인정된 것이지요.


많이 억울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거라도 받아야죠.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실제로 돈을 받으려면 법원 결정문을 가지고 검찰에 지급신청을 해야 됩니다.


법원 결정을 통해 확정된 것이기 때문에 검찰에 신청하면 규정상 10일 이내에 통장에 돈을 박아줘야 됩니다.


근데 돈이 없답니다.


네.... 나라에 돈이 없대요.


http://www.lawissu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552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40508000261&md=20140511004827_BK


올해분 예산은 1월 한달만에 소진되었고, 추가로 받은 예산도 6월에 엥꼬가 났다는군요



그런관계로, 저 돈도 언제 나올지 모른답니다.




대한민국은 언제쯤 선진국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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