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0 01:02
저도 수많은, '난 한국 영화 안 봐'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뭐 각각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대개의(모든이 아닌) 한국 영화에서 사건과 캐릭터를 묘사하고 보여주는 방법이 싫어요. 좋게 말하면 날것을 보여주는 묘사고 나쁘게 말하면 직설적이고 세련되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는, 한국 영화에 만연해있는 그런 연출들 말이죠. 한국 영화의 만듦새가 그런 '날것'을 정말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지도 의심이 들고 말이죠.
솔직이 음모론은 싫어하지만 이번 주 라인업을 보면 몇몇 한국 영화를 위해 개봉을 늦췄다고밖에는 안 보여요. 괜찮아 보이는 외국 영화만 따져봐도 익스펜더블 기버 익스펜더블 매직인더문라이트 꼬마니콜라 다섯개죠. 이 중 두개만 떼서 지난 주에 개봉했다면 이번 일주일이 조금은 덜 지루했을 거고 한국 경제에도 보탬이 됐을 거예요. 저는 영화를 보러 갈 때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식사를 한번 하고 표를 사고 뭔가 군것질거리를 사고 영화를 보고 다시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식사를 하는데 지난주에만 개봉했어도 저 같은 사람들이 소비진작에 힘썼겠죠. 그러나 지난주엔 정말 볼 만한 영화가 없었어요. 위에 말한 다섯 개 말고도 지난 주에 브레이킹, 러시, 트루스, 로스트리전 같은 영화가 개봉했다면 그냥 봤을 거에요. 아니 심지어는 터널만 지난주에 개봉했어도 터널을 봤을거예요. 하긴 공포영화는 듀나님이 별한개를 주더라도 웬만하면 보지만요.
그래도 이번 주 다음 주는 풍년이네요. 비호감의 결정체인 라보프와 호감의 결정체인 매즈미켈슨이 동시에 나오는 영화도 있고 이전에 게시판에 쓴 인투 더 스톰도있고...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1년동안 기다려왔던 더 퍼지도 개봉하죠. 한국에도 퍼지데이 도입이 시급해요.
휴
그나저나 인보카머스나 터널은 혼자보기 좀 그러네요. 호러영화는 절대 혼자 못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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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스토리 얘기가 나왔으니 잠깐 썰을 풀어 보자면 제 기준이 너무 극단적인 거 같기도 해요. 예전에 듀게에 인생은아름다워(맞나?)를 보고 아들이 게이라는 사실에 부모가 5분 이상 놀라고 있어서 지루하다고 썼다가 그게 뭐가 지루하냐는 덧글만 달렸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극본을 돌려 읽는 스터디가 있어서 제가 쓴 드라마 대본을 감평받아봤어요. 사람들의 평은 극중에서 매우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등장인물들이 전혀 놀라지 않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계속 쿨하게 행동해서 기괴하다는 평이었어요. 그 평을 들으니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 등에서 어떤 상황에 울고 화내고 웃고 하는 리액션이 불필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선 꼭 필요한 건가 싶긴 했어요.
2014.08.20 01:11
2014.08.20 01:12
익스펜더블이 두번 반복됐어요.
감정표현 말인데요. 전 중1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근데 눈물이 안나더라고요. 사이가 나쁘지도 않는데 말이죠.
이걸 한국 드라마식이라면 펑펑 울겠지 하는 생각을 종종해요.
전 그래서 한국 드라마 안 좋아해요.
a상황엔 b반응이라는 식의 전형성이 보여서요.
그나마 미드는 그런걸 벗어나는게 많이 보이더군요.
2014.08.20 01:29
2014.08.20 02:38
몇몇 한국 영화를 '위해서' 개봉을 늦췄다기보다는 '피해서' 늦추는 케이스겠죠.
2014.08.20 06:23
한가지 궁금한게 있다면
한국영화의 사건과 캐릭터를 묘사하고 보여주는 방법이 외국영화와 어떻게 틀린지 조금 예시를 들어주시면
영화 감상하는데 새로운 느낌이 들것 같습니다.
도둑들과 오션스 일레븐 정도로 얼추 비슷한? 두영화의 비교를 해주시면 좋을것 같긴 한데 말이죠.
뭐 안해주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냥 다른 사람은 어떤관점으로 영화를 보는지 궁금해서 그런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