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1 22:06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우울증은 오늘 이 날까지도 저를 사로잡고 있지만
그렇다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인생을 낭비했던건 아니에요.-떄로 빈둥거리며 보낸 시간들도 있지만-
전 지난 10여년간 정말 열심히 살아왔어요. -아니, 사실은 훨씬 이전 초등학교 어린아이일 때부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왔어요. 때로는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고 직장에서 일하고 좋은 사람들 만나서 행복한 시간도 많이 보내고
작은 일들이지만 내가 즐기면서 즐거웠던 많은 순간들, 행복한 추억들도 많았는데
왜 이다지도 이 인생이 절망적으로만 느껴졌을까?
너무 지겹고 앞이 안보여서 다 놓아버리고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할만큼....
나는 참 열심히 살았는데,,,열심히.
내 안에는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에너지도 가득했는데 그런 에너지들은 다 사라졌을까?
만약 나같은 환경에서 이 정도로 성장해서 성실하게 살아온 친구가 있다면
전 그 친구에게 감동받았을 거에요. 그리고 너무 기특하고 격려해주고 싶었을거에요.
유난히 올해 듀게에 신세한탄과 불안감 얘기를 많이 하지만
얼마 안남은 시험 앞두고 하루하루 도서관에서 세상과 차단되서
불확실한 싸움을 하고 있는 이 때, 문득 오늘에서야 난 참 열심히 살아왔지,
남들은 몰라도 나는 나 자신에게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던 사람인지,
또 운좋게도 좋은 사람들도 참 많이 만났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도 많았다는걸
떠올려주고 싶었어요.
2014.10.01 22:13
2014.10.01 22:26
어쩌면 제가 노력한 만큼의 보상은 이미 그때그때 받았을거에요. 최종적인 시험합격을 이루지 못했지만 누리고 산 것들도 많아요.
2014.10.01 22:18
열심히 살아온 과거가 구절구절 묻어있네요.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읽혀요. 그저, 지금 또 힘든 시기가 지나가고 있을 뿐이란 것을 잘 알고 계시네요.
또 운좋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열심히 살아가실 테지요. 그러실거예요.
2014.10.01 22:25
근데 지금은 그렇게 희망적이지는 않아요. 이 글을 쓸 마음이 든건 내 안 저 깊은 곳에 작은 불씨처럼 남아있는 긍정의 에너지가
조금 표면으로 올라온거죠. 전 몇달간 냉소와 절망의 감옥 속에 있었고 지금도 시험 후의 미래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을만큼
답이 없는 상황이에요. 모르겠어요. 내년엔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날지, 생계를 이어갈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시험에 합격못하면 계약직이나마)
2014.10.01 22:28
절망적인 순간에 다음이라는 게 있다는 걸 '믿는게' 아니라 '알아야'한다고 하더라고요.
2014.10.01 22:31
그건 반드시 "다음"이라는건 존재한다는 그런 의미겠군요.
2014.10.02 09:13
제 이야긴줄 알았어요. 남들이 보기엔 늘 여유로운 농땡이를 부리며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늘 내면과 싸우며 누구 못지 않게 치열하게 살아왔죠. 때때로 그 노력과 행운들이 무색하게 느껴질 때가 오곤 하는데, 그건 그런 느낌일뿐 그렇지 않다는 걸 아마 산호초님이 더 잘 알고 계실 거에요. 지금처럼만 하시면 되요. 건투를 빕니다.
2014.10.02 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