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1 20:24
고양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누군가 저희 집에 놓고간 고양이인데요..
고양이가 수명이 10년 정도 된다고 해서, 10년 뒤면 얘는 죽겠군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근데 문득 고양이는 죽으면 영혼이 어디로 갈까라는 생각이 드더라고요.
그리고 나는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연이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땐 교회에 다녔습니다. 그래서 죽으면 당연히 천국에 갈 거라고 생각을 했고요.
그때는 이런 고민을 하지 못했었죠.
지금 이런 생각이 다시 들었을 때는 두려움이 엄습하더군요.
죽으면 나라는 존재는 무화(無化)가 될 것인데, 내가 갖고 있는 기억, 내가 존재한다는 의식 일체가 모두 사라져버릴텐데...
지금처럼 내가 앞에 있는 것을 의식하고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주체라는 존재가 자체가 없어져버릴텐데..
이 사실이 너무도 무서웠습니다. 심지어 지옥에 가는 것보다 더 무섭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이런 고민에 사로잡혀서 일도, 취미도 도저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은 좀 나아진 상태이지만..
주변에 친한 애들한테 이런 고민을 공유하다보면
이상한 놈일세라는 반응이 70% 정도고, 나머지는 진지하게 들어주긴 하는데, 꼭 이런 말을 하더군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때가 진정한 죽음인 것 같다. 신체가 없어지는 것보다 그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 착하게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죽어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것은 서글픈 일일테니까.."
근데 저는 이 말이 도무지 공감이 되지 않네요.
나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인데 사람들이 기억해주는 게 중요할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건 부차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만 그런건지 아니면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제가 이런식으로 생각하는 게 저희 성격적 결함과도 결부되어 있는 것 같아서 심히 고민입니다.
성격에 대한 문제는 좀더 고민을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만..
2014.11.21 20:34
2014.11.21 21:10
사는 일의 무상함을 더 겪어보고, 지금 내게 그렇게도 중요한 '나'라는 주체가, 생각보다 훨씬 더 거기서 거기고, 그렇게 유난스럽게 대단하지 않다는 체감의 시기를 지나고 나면, 최소한의 자기 윤리를 지니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 같은 것만이, 무상한, 또는 무의미한 '나'를 덥혀준다는 것을 느끼는 날이 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것이 변한 '나'에게는 중요해지는 겁니다. 내가 스스로 이 세상에서 특별나지도, 대단히 아름답지도 않은 흔한 개체중의 하나라는 자각이, 다른 이들의 외로움을 보게 해 주고, 그 외로움에 손을 내미는 것이, 자기 스스로 외로움을 벗어나는 어떤 형식이라는 자각으로 옮아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2014.11.22 21:14
와우...
2014.11.21 21:11
제 친구는 죽으면 "무"가 된다고 믿더군요. 저도 완전히 내 존재가 사라지는게 공포스럽습니다.
죽어도 영혼은 남아서 돌아다니지 않을까요? 아니면 희망사항일 수도. 영혼으로 남아서 생전에
못 다닌 세상 이 곳 저 곳 구경하며 다니고 싶어요.
2014.11.21 21:12
어렸을 때에는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나이가 드니.. 천국,지옥 등등 구분하는 것도 무의미해지고.. '추하게 살다 추하고 고통스럽게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군'이라는 생각으로 그럭저럭 살게 되네요ㅠㅠ
죽어서 어디로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먼저 죽은 고양이가 마중나올거에요~~ ^^
이렇게 생각하면 왠지 저는 죽어서 외롭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2014.11.21 21:23
지금 CsOAEA님의 상태처럼 정신이 미치는 힘은 엄청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CsOAEA님 지인분들도 실체보다 기억의 공유를 중요시하는 게 아닐까요.
2014.11.21 21:37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것이 슬픈 일일까요. 죽고나면 나또한 나를 잊을텐데요. 저는 나자신 또한 나라는 몸을 사는 하나의 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CsOAEA님보다 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도요.(CsOAEA님 생각이 이상하다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생각=성격적 결함?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뜻에서) 죽을 때 나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 삶을 산다면 죽는 게 그리 무서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삶/죽음 앞에서 불가해로 인한 당혹스러움을 매번 느낄 수 밖에 없을 뿐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웃을 제대로 못 살피고 살 정도로 점점 삶이 각박해지는 게 늘 아쉬워요.
2014.11.21 21:53
2014.11.22 00:18
2014.11.22 00:30
2014.11.22 00:47
내가 죽는 것보다는 내가 사랑하고 기억했던 이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는 것이 더 무섭고 두려울거같아요
2014.11.22 01:34
이런 고민을 좀 가이드도 받으면서, 본격 사회생활 치이기 전에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참 이런 고민할 나이에 앞만 보고 달리게 내 몰리니다보니 참 많은걸 미루고 사는거 같습니다.
2014.11.22 02:01
알고 있던것, 기억하고 싶었던것, 누리던것, 즐기던것 등이 사라지는것이 무서운것이지요.
그 모든 미련을 버린다면 죽음이 두려울이유도 없겠지요. 어차피 나란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것이니까요.
그리고 나를 위해 슬퍼해줄 사람들이 슬퍼한다는자체가 가슴아프고 두려운것이지요.
이런것들을 다 뭉뜽그려서 삶에 대한 미련이 있다고 하는것 같습니다. 이 미련만 없으면 죽는게 덜 무서울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죽음이후라는것은 내가 고민한다고 바꿀 수 있는것도 아니고 내가 뭘 한다고 해서 내 의견이 반영되는것도 아닐뿐더러
현세에서는 답이 있는것도 아니니 죽음 이후는 일단 죽어본 후에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2014.11.22 03:01
그냥 깨끗하게 사라지는게 좋아요. 뭔가 미련이나 원한이 남아 구천을 떠돌고 싶진 않습니다.
존재 자체가 없었다는듯이 휘리릭. 환생도 원치 않아요.
바라건대 그저 긴시간 동안 아프다 죽지 않았으면... 두려운 건 그것뿐입니다.
2014.11.22 05:45
키에르 케고르나 야스퍼스, 스피노자 정도가 한 말인줄 알고있었는데 진화론자 스펜서가 한 "삶이 두려워 사회를 만들었고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다"라는 말을 처음 접했던 중학교 시절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죠.
지금은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의 너비보다 실제 세상은 크다는 것. 넷상에서 지구위의 내가 있는 땅을 한 눈에 다 볼 수있는 세상이지만 실제 나가서 보면 바로 눈 앞의 몇 사람만 보인다는 것. 이 땅은 지금까지 살아왔고 죽어간 사람들이 만들어야 현재가 존재한 다는 것. 그 사람들을 다 합치면 수억명이 이 좁다고 여겼던 큰 땅에서 살다 갔다는 것. 당장 문 밖에 나가서 차가 다니는 길 앞에 서 있으면 차와 그 많은 사람들중 갑자기 하나가 사라진다고 해서 특별히 느려지거나 하지 않는 다는 것. 그대로 그냥 굴러간다는 것. 개미의 행렬을 보고 있다가 한 마리가 죽더라도 그냥 그 행렬은 계속해서 아무일 없듯이 돌아간다는 것등등... 그런 생각을 합니다. 무화되는 것의 두려움에서 그냥 이런 생각까지 온 것 같아요. 저는... 물론 이 중 타인의 기억에 어떻게 남는가는 다른 문제 같아요. 순전히 개체로서의 개인을 생각해보면 그렇다는 거죠.
단지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가? 라는 질문을 할 수 는 있는 것 같아요. 여기가 이승일까? 저승일까? 지금 내가 살아있는게 맞나? 이곳이 이승이면 저승은? 이곳이 저승이면 이곳은 천국일까 지옥일까? 우리 모두는 지옥에 와 있는 지도 모른다.
2014.11.22 07:54
이것은 뭔가 '블랙홀을 가본 사람이 없으니 멋대로 블랙홀 속을 그려도 상관없다'라는 식인가요... 죽음은 당연히 죽음이죠! 뇌활동이 의식상태를 벗어나면 심장이 움직이고 있어도 '나의 삶'은 거기서 끝인거죠.
하지만 '삶'을 생물학적인 상태가 아니라 사회적인 상태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진화겠지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죽음을 다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랍군요. 하지만 저는 그런 기능이 망가져서, 죽음은 당연히 죽음이라고만 생각되지 다른 어떤 것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조차도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는데, 왜냐하면 너무 자명하고, 또 너무 강렬한 것이어서 달리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도 못했죠.
2014.11.22 09:10
저도 님과 똑같은 고민을 했었고 그래서 한 때 생활에 지장이 많았죠.
자의식이 강한 사람들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해요.
제 생각은 이래요. 님의 자아를 제3자의 관점에서 객관화시켜서 보세요.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님의 자아가 두려워 하는 겁니다.
이건 유전적으로 프로그램화 된 어떤 감정에 가까운 거죠.
종의 생존을 위한 행동과 생각의 양식인데 인간은 동물보다 자아가 폭발적으로 확장돼서
죽음의 공포가 더 증폭된 거에요.
저는 우주는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현상만이 있는 거에요.
거기에 기쁘고 슬프고 편안하고 공포스러운 가치를 부여하는 건 인간이구요.
님께서는 님의 자아가 온 우주의 전부인양 생각하시지만
사실 그 자아란 건 60억 중에 하나일 뿐이구요. 찰나를 지나갈 뿐입니다.
자기 위주로 보지 마시고 전체 속에 있는 님을 생각하세요.
인간의 감정이란 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닙니다.
말씀드린대로 종의 유지를 위해서 dna에 프로그램된 것이죠.
마치 컴퓨터 화면에서 엔터 키를 치면 줄이 바뀌는 것처럼요.
그렇게 님을 객관화시켜 보시길 바랍니다.
2014.11.22 11:35
2014.11.22 15:17
저도 그런 고민이나 두려움 같은 게 올 때가 있습니다. 꿈도 꾼적이 있어요. 롤러코스터를 타고 끼릭끼릭 올라가다가 내려가더니만 어떤 블랙홀? 같은 지점을 통과하면서 의식이 없어지고 제가 사라지는 것 같은 꿈을 꾼적이 있는데, 사라진다는게 두렵긴 합니다. 편할 것 같기도 하지만요.
세계라는 게 어떤 건지 모르니까 죽으면 어떻게 되는 지도 모르고, 어떤 시각으로 보면 시간이란 게 묘한 거라고 생각하면 제가 이미 죽어있는 시간대 라는 것도 있겠죠.
천국에 대해 생각하면 요새는 그런 생각도 합니다. 바퀴벌레에게도 천국이 있나 하는 생각이요. 아무튼 사라지는 건 두려운 거죠. 언젠가 겪을 일이라서 약간은 기대되기도 합니다. 고통과는 별개로요.
만화 원피스를 보면 사는 건 어떤걸까 생각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