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파시즘, 전체주의의 악몽

2014.12.17 11:22

칼리토 조회 수:1214

강남권 독서모임의 송년회겸 정기 모임이 오늘입니다. 오늘의 주제 도서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 구요. 홀로코스트를 다룬 책이라고 해서 명작이라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그동안 일부러 안 읽었던 책이지요. 일단 주제도서로 선정되면 피할 도리가 없으니 읽어야 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피했던 이유는 각박한 현실에 피곤함, 당혹스러움, 공포감을 더할 거라는 예단 때문이었어요. 책을 읽는다는게 저에게는 일종의 오락이고 휴식이고 재충전인데.. 영화로 따지면 SF나 무협이나 말도 안되는 코미디가 취향이지.. 눈물 펑펑 쏟고 봐야하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같은 영화는 너무 감정 소모가 큰 탓이지요.

 

결과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다루기는 했지만 균형있는 시각으로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담담하게 서술해나가는 책이었고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를 다루면서도 엄청난 구두쇠에 기회주의자, 어디서든 살아남는 솜씨좋은(혹은 질긴..) 유대인의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내고 있더라구요. 부자간의 트러블이며 심각한 가정 불화도 생략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고나면 끔찍한 학살도 학살이지만 그안에서 말살되고 파괴되어가는 개인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자세한 내용을 적지는 못하겠지만 나치들이 우는 아이들을 팔다리를 잡아 벽에다 부딪혀 죽이고 수용소로 끌려가는 공포를 못견디고 일가족이 음독하는 부분들은 정말 그 어떤 것보다 심각하고 적나라한 공포로 다가옵니다.

 

2차 세계대전이 그리 오래전이 아닙니다. 한때 세계를 광기로 몰아넣었던 파시즘의 망령은 아직도 건재하지요. 요즘들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파시즘의 광기, 전체주의의 망령이 스물스물 기어 나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서북 청년단이며 일베도 무섭지만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우리를 들여다 본다는 니체의 경구처럼 괴물이 되어가는 스스로도 경계해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하게 됩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사상과 종교, 인종과 성별이 다르다고 누군가를 차별하고 무리를 짓고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권과 존엄성을 짓밟는 것이 전체주의라고 생각합니다. 대명천지에 그런 일이 설마 있을까 싶지만.. 요즘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보고 있으면 전체주의의 악몽이 슬슬 현실이 되어가는 건 아닌가 싶어요. 물론 그걸 묵인하고 허용하고 자기에겐 뭔가 이익이 떨어질거라 생각한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허락한 것이겠구요. 나치스가 지배하던 그때랑 지금이 뭐가 그리 다를까 싶기도 합니다.

 

작은 일이라도.. 작은 목소리나 움직임이라도.. 크게 잘못되기전에 뭔가를 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책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PS : 날도 추운데 오늘 오실 분들 조심히 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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