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5 07:58
밀회의 강력한 팬이었기 때문에 소문만 듣고도 벌써 본방사수의 채비를 갖추게 되더군요.
지금까지 1,3화는 조금 루즈했고 2,4화는 전개가 팍팍 되는 걸 보니 역시 밀회팀이구나 싶더라구요.
사귀고 얼마 안돼 같이 자고 다시 만나자 마자 애를 낳고 시댁으로 들어가고
4회만에 결혼에 전격 골인!
웬만한 일일드라마라면 한 40회 했을 내용 아닌가 싶습니다. 도대체 언제 결혼해, 도대체 언제 시댁이 진짜 진상을 부려..하는 심정이 들게 하는 드라마가 좀 많아서.
안감독님답게 이번에도 또 디테일에 충실하신 것을 보니 반가워요.
비서들의 일본어 실력는 헐 정말 저래? 싶고.
대저택의 한국 고대광실 또는 일본 가옥 분위기는 저런 집도 진짜 있는 걸까 싶은데
봄이네 엄마가 못헤어진다고 결혼하겠다고 찾아온 한인상이 질질짤때
곽티슈를 한장 꺼내 반으로 잘라서 반만 인상에게 건네 주는 것보고 감탄했네요.
내가 저러는데 싶어서..ㅎㅎ
봄이네 집 다탁을 덮은 아프간 코바늘뜨기 식탁보도 눈에 띄어요.
아주 알뜰하고 살뜰한 주부의 평범함을 잘 살리고 있는 것 같고요.
봄이 작은 아버지가 활동가 출신으로 묘사되는데
인상이 아버지 한정호(유준상 분)가 아침에 5대 일간지, 3대 경제지 다 보고 출근한다고
진짜 공부 많이 하고 노력한다고 하는 대사가 있었는데
좀 웃겼어요.
비서가 집에서 잡다한 일 다해주고 애도 다 키워줬다면 아침에 신문보는 게 대수랴 싶더군요.
게다가 그 신문기사들이 다 자기가 꾸민 일들이 나오는 리포트라고 볼 수있다면 말이지요.
하지만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그게 아니고
그들이 교양있는 척 하는 부르조아인 것이 뭐가 그렇게 나쁠까 싶다는 거죠.
배려 있게 보여야 하고 성질을 있는 대로 부려서는 안되고 법률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책 잡히면 안되고 ..
누구나 그건 알잖아요.
근데 진짜 그렇게 저절로 되어서 하는 사람 별로 없잖아요.
다들 끊임없이 노력하는 거지.
그 노력이 가상하지 않나요. 비서나 집안의 도우미들까지 다 그걸 돕고 있는 모양새라니.
고 3 아들이 아들을 낳아왔는데 친자검사도 당연하지 않나요. 근데 그걸 안한 듯하게 보이는 품격이라니.
막장드라마의 졸부들, 자식들 여자문제든 뭐든 돈으로 해결하려는 졸부들이 얼마나 몰상식하게 그려지는지 보아왔기에
저렇게 순수한(!) 인상이를 키운 저 집의 교양이
비록 가식적인거라 할지라도 지향해야 할 바 아닌가 하네요.
자기 여자를 택할 수 있는, 찌질이 아닌 고삼.
과외 받기만 해서 남에게 과외 잘 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주제파악도 잘하는 고삼.
방학 때마다 가이드 붙여서 해외로 다니게 하여 쌓은 교양이 빛을 발하네요.
고등학교 끝내자 마자 벌써 정서적으로 부모에게 맞서고 독립.
결론은
저는 비록 저런 품격이고 교양이고는 없지만
끊임없이 그렇게 살라고 누가 얘기해 주면 노력해 보겠다는 거죠.
그게 남들에게 보이기위한 가식이래도.
누가 아나요. 자꾸 흉내내다 보면 내 천성에 가까워질지.
2015.03.05 08:44
2015.03.05 08:50
잘사는 생활바보들. 일상적인 생활에 관련된 건 다 주변에서 해주고, 할 줄 아는 거라곤 과외받고 해서 하라는 건만 할 줄 아는 사람이 배워보지 않아서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듯한 연애감정이나 모성애 혹은 부성애와 부닥치면서 벌어지는 소동.
저런 생활바보들이 자기를 힘들게 하면 "복수할거야"같은 대사를 뱉아내기도 하겠죠.
부모가 물려준 것중에 최고는 양비서라는 말에서 양비서가 일 안 봐준다고 하면 어떻게 쩔쩔맬까요?
2015.03.05 09:27
2015.03.05 11:13
감독님 연출 스타일인거 알고 음산한 분위기인 것도 알겠는데 집 조명 조금만 밝게 해주세요...
2015.03.05 11:15
전 유준상이 회사앞으로 찾앚온 봄이아빠를 그냥 내버려두라고할때, 알아서 갈거라고. 그때, 섬뜩 했습니다. 결국 최고 지배자인거죠.
그런데, 그런 최고 지배가 안먹혀서 쩔쩔매는게 아주 볼만하더라구요. 결국 이니셔티브를 선점하고 전선을 붕괴하는게 혼인신고라니 ㅋㅋㅋㅋ
2015.03.07 01:10
리뷰글 감사합니다!
듀게에서 추천(아닌 추천을) 받아 1회만 봤는데, 와! 했습니다. 디테일이 디테일이..
일단 인상이네 집안에서 시작되는 씬이 취향 저격. 처음에는 저기가 어디지.. 했더랬어요. 살짝 웨즈 웨더슨의 나라같은 느낌도 들고.
그리고 조연분들 얼굴은 낯설지만 뭔가 각자의 역할에 적역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연기도 너무 좋고!
그 노력으로 얻어진 교양과 매너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허울뿐인 것으로 전락한다는 게 문제가 아닐까요? 드라마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구요. 그런 교양들이 인간애에 기반해서 언제나 작동되면 진정 좋은 사람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