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8 15:00
일기를 쓰기 시작한지 보름이 좀 넘었습니다.
블로그에 비공개로 쓰는거죠. 누구한테 보여줄 건 아니니까.
그날 있었던 중요한 일들, 갔던 곳, 만난 사람에 대해 쓰면서도 정작 중요하거나 알려져 좋을게 없겠다 싶은 경우는 빼놓는 경우가 많아요. 세상이 흉흉하니 블로그 따위 터는거야 일도 아니겠죠. 그래서 왠만하면 직접 만나 해결하고 전화나 메시지도 용건만 간단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경험은 사람을 점점 비밀주의로 만드는 경향이 있네요.
비가 계속 오더니 푹푹 찌는 무더위가 찾아왔습니다. 어제는 건대입구에서 술을 한잔 했어요. 밤이 깊어가니 좀 시원하더군요. 지나다니는 선남선녀들을 구경만 해도 젊어지는 기분이라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점점 밖에서 술을 마시는게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였습니다.
친구랑 술 한잔 하고 싶으면 그냥 집으로 불러서 마당에 있는 평상에다가 술상 보고 간단한 찌개나 전, 아니면 제육볶음 한접시해서 소주잔을 기울이면 어떨까? 비가오면 그것도 운치있을 것 같고 날이 푹하면.. 세숫대야에 시원한 물담아서 발담그고 마셔도 좋을텐데.. 어느 한가한 날은 좋은 술 생겼다고 함박웃음하고 같이 집에 오는 친구도 있으면 좋겠고 말입니다.
그러자면 일단 마당+평상+파라솔+세숫대야+친구들이 접근할 수 있는 편한 위치의 집+좋은 친구+술마실 체력.. 등등이 요구 되는군요.
다 어렵지만.. 역시나 마당 있는 서울 시내의 집이라는 것은 달성하기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바라고 바라다 보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지도.
서진 작가의 "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라는 에세이를 읽고 있습니다. 하와이에 다시 한달쯤 가고 싶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러고보니 장마가 시작되기전에 하늘은 하와이의 그것과 많이 닮았었네요.
2015.07.28 16:25
2015.07.29 09:19
때가 무르익으면 평상 설계도를 요구하겠습니다. 흠흠.
2015.07.28 16:36
칼리토님 글에는 술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요. 이 글을 읽고 술이 마시고 싶어졌어요. ^^
2015.07.29 09:19
술꾼인가 봐요. 모주꾼.. 하.....
2015.07.28 17:01
저도 이 글 때문에 술을 마셔야겠습니다.
꿀렁꿀렁~
2015.07.29 09:20
술마실 핑계는 어디서나 발견되지요. 마치 공기처럼..
2015.07.29 23:24
우왕 저도 술 좋아하는데.. 김삿갓이 왜 술을 좋아했는지 이해가 되는 요즘입니다. 술과 친구가 확보되면 안주를 맛있게 만들어다줄 누군가가 있으면 더욱 좋겠어요.
'자가소유'를 포기한지 오래인 저로선 의외로 쉬운 미션이던걸요. 한국을 뜨기 전 마지막 3년을 연남동 철둑가 옥탑방에서 지냈는데, 반지하에만 내리 살다 보니 옥탑방은 그야말로 천국이었습니다. 더위, 추위 따위야... 의외로 가장 어려웠던 건, 목재상에서 평상 만들 나무를 사다가 4층 옥상까지 나르는 일이었어요. 3년을 주야로 부비고 살던 평상은 주인집에 기증하고 왔는데 이제 다 삭아 없어졌겠죠. Life on Summer days. 늘 마음 한 켠에 담고 사는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