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남깁니다

2016.07.26 00:41

Egg 조회 수:2564

말이 안 통한다고 판단했을 뿐더러 더이상 구론을 진행해봤자 진전도 없을 것 같아 묵묵히 이런 얘기에 언제부턴가 끼지도 않았습니다만, 여러군데서 또 문제가 회자되다 보니 또 드는 생각이 있어 그동안 이곳 저곳 얘기되는 걸 보면서 느낀 제 소감을 얘기하겠습니다. 이후 가타부타 몇몇 유저분들이 뭐라 빈정댈 것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만 저는 그것도 그것대로 그저 존중할 테니 더이상 구론은 안 할 겁니다. 일방적으로 제 하고픈 얘기만 전달하고 말겠습니다.

일전에 댓글에서 간접적으로 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 적이 있을 겁니다. 저는 모대학 대학원에서 부전공으로 gender studies 관련해서 여성문제에 대해 연구테마를 잡고 연구한 적이 있고, 그 전 학부생때도 학교 학풍이 워낙 진보적인데다 페미니즘 학계에서 굉장히 유명한 교수가 많아서 젠더 교육에 대해서는 서스럼없이 받아들이고 모르는 것은 배웠었습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의 젠더 문제나 사회적 불균형에 대해 통감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곳 몇몇 유저분들과도 충돌했지만 한국의 몇몇 여성단체의 접근방식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단체들이 지향하는 게 페미니즘의 정론처럼 되는 것 같아 화가 납니다. 제 입장은 분명합니다. 젠더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 제기 얼마든지 좋습니다. 그런데 21세기에 왜 반세기~1세기 전에 하던 걸 고스란히 답습하나요? 왜 대척하고 투쟁, 저항하냐는 겁니다.

지금 시대는 역행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진보가 더디더라도 사회적 인식은 바껴가고 있고, 서로 법제안에서 정책적으로든 교육적으로든 풀어나갈 숙제들이 남아 있죠. 젠더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젠더에 대해서도 슬금슬금 남성들도 귀기울이기 시작하고, 비록 여성 권익 향상이나 여성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방향이 특히 한국에서는 다른 산업선진국에 비해 다소 더디기는 하나, 지금 볼 때 여러모로 여성의 문제 제기와 우리 사회에서도 다시 돌이켜 보는 단계이며 같이 고민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화두를 바꿉니다. 머스큘리즘 학문이 대두된 건 여성계 쪽이었습니다. 페미니즘 학자들이 "젠더"라는 개념이 명확해졌을 무렵, 남성들도 젠더 구조의 피해자라고 역발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gender studies는 그래서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하지만, 남성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합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을 보면 당장 징병 문제같은 불균형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여성들은 이에 대해 관심이나 가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부 여성계에서 모병제로 전환하면 되지 않느냐, 몇몇 의원이 발의하고 그러는데 당장의 현실성이 있는 건지 검토는 했나 모르겠고, 그리고 솔직히 문제의식에 있어서도 바깥 일 구경하듯 보지는 않나요? 한국 사회에서의 구조적 문제가 사실 이 군대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상당히 크다고 보여지고, 이에 영향을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더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도 적지 않은데 여성들은 사실 여군 성폭행사례같은 여성관련 이슈에만 관심 가지지, 똑같은 젠더 문제로서 남성이 안는 문제는 얼마나 관심을 가집니까? 남성들도 군대에서 부지기수로 계급과 권력, 조직 분위기에 따라서 억압적으로 피해 받기도 하며, 여러 불가항력적인 사건사고와 위험에 노출돼 있죠. 이게 한국에서 멀쩡한 남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하면 맥 빠지게 "뭐 그런걸로 쪼잔하게 그러냐.", "여자로서 안고 있는 문제에 견줄 수 있는 거냐?", "안좋은 걸 또 여성한테도 같이 동참시키거나 전가시키고 싶은 거냐?" 이런 반응밖에 더 있습니까?

제 할 말은 이미 다 한 것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말 통하는 사람끼리는 대화로 풀어나가면 됩니다. 서로의 고충에 대해서 말하고 이해하고, 토론할 건 또 토론하면 됩니다.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며, 정당히 따질 건 따져야 됩니다. 그런데 미러링을 비롯 저항의식이랍시고 전개되는 작태를 보면 여성혐오 및 억압돼있는 한국의 젠더 구조에 대한 어떠한 허상을 두고 돌팔매질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성권익 향상과 젠더구조의 개선을 위해 움직인다기보다는 그냥 싸우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화풀이하는 거죠.

많은 옹호하시는 분들은 이것이 정당하고 불의에 대항하는 저항의식이라 보고 있으니 뭐라 설득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보고 있으면 예전 주사파 선배들 생각도 나고요. 일부 학자나 유명인사도 "이런 여성의 분노는 이제 시작에 불구하며, 앞으로 소리를 더 키울 것이며 변화가 일어난다"고들 하는데 저는 회의감이 듭니다. 저는 사회 및 시대 배경상 그런 저항의 움직임과는 괴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일이 그렇게 유의미한 진일보인지는 후대의 역사가 평가하겠죠. 말그대로 이 일이 옳은 시도였는지 그른 시도였는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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