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v 수퍼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IPTV 에서 구매만 해놓고 보지 못한 배트맨 v 수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을 드디어 봤습니다.

극장판과 확장판이 있는데 두번 볼 시간은 없을 것 같아 확장판으로 봤고요, 극장판에 비해 30분정도 늘어났다는데 극장판을 못 봤으니 뭐가 다르고 뭐가 더 나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영화 개봉하고나서 혹평이 꽤 심했고, 정의닦이 소리까지 들었는데 전편인 '맨 오브 스틸' 생각해보면 일관성(?)은 지켰던 것 같아요.

아쉬웠던 것은 스토리가 배트맨쪽에 더 많이 치중되어 있다보니 수퍼맨쪽 캐릭터는 그냥 기능적인 면만 계속 보여줬던 것 같아요.


수퍼맨은 전편부터 딱히 '신' 이나 '구원자' 가 될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를 구할 수 있음에도 '튀지 않기 위해'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보고만 있을때부터 수퍼맨은 망가진거에요.

클라크 켄트는 세상을 떠돌아 다니면서도 자기 손에 닿는 사람들만 구했고, 화가 나면 깽판도 부려보고.. 그러다가 우연히 자신의 진짜 고향인 클립톤의 유산을 얻게 되고 수퍼맨이 될 코스튬을 얻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세상을 구하는 활동은 하지 않았어요. 조드 장군이 쳐들어오기 전까지는요.

크립톤 사람들과 싸우면서 세상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역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신이자 구원자가 될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그냥 내 눈앞의 사람만 괜찮으면 되는거죠.

그런 캐릭터는 이번 영화에서도 계속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퍼맨 리턴즈에서처럼 자기 시간 쪼개가고 잠도 안자면서 지구를 종횡무진하는 장면 같은건 안나옵니다. 그냥 TV 보다가 어린 소녀가 죽을 것 같으니 한번 나서주고, 자기는 털끝 하나 다치지 못하게 하는 폭탄이 터지니 생존자들을 날라주는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을 구원자라고 봐줘요.  

솔직히 사람이 얼마나 죽어나가든 신경 안쓰는 상황에서 맘만 먹으면 싸그리 몰살시킬 수 있는 인류가 민주주의를 들먹이며 이래라 저래라 하면 얼마나 가소롭겠어요. 수퍼맨, 아니 클라크 켄트는 그냥 자기 맘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 선에서 사람들 구하고 또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아끼는게 우선인 평범한 인간입니다. 그냥 자기가 수퍼맨이라는게 화가 나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길러준 아버지도 못 구했고,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고향사람들을 죽여나갈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배트맨이 수퍼맨을 경계하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자기 재산이 박살나고 직원들도 떼죽음 당했으며, 주가까지 곤두박질쳤는데 좋아하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요. 그리고 많이 욕먹었던 '엄마 이름이 같다' 라는 것때문에 화해하는 장면도 어느정도 이해는 갑니다. 수퍼맨도 사실 지구에서 자랐고, 엄마 아빠가 있는, 나와 같은 지구인이구나..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죠. 다만, 연출이나 감정전환이 너무 뜬금없으니까 문제였지. (애초에 자기 엄마를 이름으로 부르는 클라크는 아니잖아요?) 이 장면은 일종의 농담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농담으로 넘어갈 상황이 아니었으니...


렉스 루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가 왜 수퍼맨을 죽이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았습니다. 중간에 상원의원이 왜 이런걸 준비하느냐고 묻자, 일종의 대비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비책이라고 하기에는 함정을 파는 등 너무 적극적으로 수퍼맨을 제거하려고 했습니다. 확장판임에도 불구하고 루서가 왜 수퍼맨을 죽이려고 했는지, 초인들의 정보를 왜 모으고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추측 가능한건 그가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당할당시 신을 찾았지만 신은 자신을 구해주지 않았고, 그때문에 현대의 신으로 여겨지는 초인들에 대한 증오를 품게 된것 아닌가 싶습니다만.. 아니 그럼 수퍼맨은 그렇다 치고, 아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초인들은 왜 경계한 걸까요? 


둠스데이의 등장은.. 배트맨에 의해 죽을뻔한 수퍼맨의 변화된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 + 원더우먼 맛보기를 위해 쓰여진게 아닌가 싶어요. 수퍼맨을 한번 죽여야 하는데 다른 캐릭터로 수퍼맨을 죽이면 안될 것 같으니까요. 사실 둠스데이 덕분에 배트맨이 수퍼맨을 죽일뻔 했다는 것에 대한 위화감이 묻혔잖아요? 수퍼맨이 매우 화가 나서 루서를 찾아갔을때, 둠스데이가 등장하고 렉스 루서를 죽이려고 했지만 수퍼맨이 막아줍니다. 그리고 수퍼맨이 둠스데이와 동귀어진하고 말지요. (제가 아는 맨 오브 스틸과 본 영화의 수퍼맨이라면 루서가 죽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


자신이 아는 세상(=지구)에서 자신은 무적인줄 알았는데 배트맨에게 죽을 뻔 했고, 또 조드조차 꺾은 자신인데 둠스데이는 원더우먼과 배트맨(...)이 도와줌에도 상대하기가 어려웠단 말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겪어본 수퍼맨이 어떻게 변화될지, 죽을 위기를 겪고 나면 사람이 변한다는 말이 있듯, 죽음을 경험한 수퍼맨이 결국 우리가 아는 수퍼맨이라는 캐릭터로 변화되는 것이 아닌지..  


다음 영화에 등장할 수퍼맨은 우리가 아는, 그런 수퍼맨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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