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ven님의 소중한 글 ( 메갈리아, 페미니즘, 저항 전략... 등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page=2&document_srl=13072492)덕에 오랫동안 망설였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네요. 다시 한번 raven님께 감사드립니다.




*

 실은 지난해 처음 메갈리아에 관한 여러 논란을 듀게속에서만 간접체험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굉장히 '부정적'이었습니다.


 특히 그 미러링이라는 전략이 너무 헛점 투성이 인지라 (미러링이라는 방법론이 원론적으로 잘못되었다는게 아니라 주체에 의하여 사용되어지는구체적으로 나타나는 방법론의 조악함과 대중적 공감과 확산에 뚜렷한 한계성등으로 많은 비판적 시각이 그렇듯이 단지 폐쇄적 집단내의

 단순한 유희일 뿐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던게 전부였고 특별히 그것이 여성운동의 새로운 대안이라거나 혁신의 전망을 갖게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메갈리아식 미러링 전술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듀게에 링크했었던 딴지일보의 기사와 raven님의 비판적 시각으로 대신합니다)


다만, 그로 인하여 그들에 대하여 공격적인 혐오나 증오의 태도를 갖었던건 아니었고 그 이유는 그러다 말겠지 혹은 찻잔속의 태풍으로 치부하며 관심을 꺼버렸죠.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변화를 하게된 계기는 다름 아닌 지난 강남역 여혐살인사건 사태였습니다.

 여혐살해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제가 더 충격을 받았던 것은 그 사건에 대한 대다수 남성들의 반응이었어요.


 꽤 오래전부터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고 수용하며 실천을 해왔던 저였지만 그렇게  여성문제에 공감하지 못하는

 남성집단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는걸 목도하는건 처음이었고 피상적으로 느껴왔던 여성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마주하게되는

 첫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여전히 메갈리아에 대해 원래의 부정적인 시각과 태도는 유지된 편이었는데

 그 전이라면 이해가 안됐을 "오죽하면 저러겠어?" 라는 말 한마디가 당시 사태에 깊게 공감을 하고 있어선지 제 빗장을 조금 열게되더군요.


 그 '오죽하면'이라는 말이 강남역사건의 상황에 오버랩되면서 전 더 이상 메갈리아를 비판적으로 생각은 해도

 차마 입밖으로 내뱉을 수 없게 되더군요.  마치 목안의 가시가 된 느낌. (여기서 가시는 메갈리아가 아니라 메갈리아에 대한 저의 비판적 시각)


 이건 동정이나 연민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원죄의식과도 결이 조금 달라요. 


 메갈리아를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이 메갈리아를 있게한 원인들,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것입니다.


 메갈리아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 혹은 개선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현재 메갈리아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증오는 증오를 나을 뿐이라고 메갈리아를 공격하고 있지만

 그들 자신마저 혐오와 증오라는 방식을 통해 공격을 하는 이중성을 보여주며 또 다른 갈등을 확대재생산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의 모든 행동이 자신들이 메갈리아를 나쁘다고 규정하는 모든 명분들을 그대로 안고 있는 함정에 빠져 있고 아마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아니면 영원히 죽을때까지 자신들의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그들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결국 문제의 해결은 메갈리아의 소멸에서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소멸은 메갈리아를 공격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은 전무하기 때문에

 결국 메갈리아를 발생시킨 원인들의 해소에서 찾는 것이 논리적으로 적합합니다.

 

 결국 메갈이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들과 실천의 방향은 바로 '메갈리아를 발생시킨 원인들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 원인들을 해소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는 주체가 될 것입니다.



**

 정의당이 당내에서 불거진 메갈리아 사태에 대응하여 젠더TF를 구성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정의당이 위에 언급한 그러한 주체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문제인식이 정확하다고 해도 그걸 해결할 능력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니까요. 게다가 당적 의지가 충분한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현재 당게를 통해 나타나는 여론은 젠더TF에 대해서 조롱하고 비난일색이거든요.

 그리고 현재의 당지도부의 지도력이 이런 상황을 잘 헤처 나갈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의지도 능력도 불투명 하다는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의 노력 혹은 실험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현재 논란의 지형속에 거의 유일하게 구체적 집단속에서(그것도 일개 커뮤니티 수준이 아닌 원내정당으로서)

 raven님이 말씀하신 인식과 실천적 방법론으로 방향을 취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그래봤자 고작 6석에 지지율도 한자리 숫자에 머물고 있는 미니정당으로 그 영향력에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현재 이만한 규모의 '실험장'을 대체할만한 유의미한 기회가 전무한 상황에서 전 충분히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여기서 실패하면 다른 어디에서도 쉽지 않을것이다라는거죠. (하지만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ㅠ.ㅜ)


 전 정의당을 비롯해 raven님과 같은 관점과 실천적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 실천이 적절한 성과를 내게 된다면

 결국 메갈리아를 태생시킨 문제는 해소되어갈 것이고 자연스럽게 메갈리아내에서 자정의 노력을 하는 분들이 더 많은 발언권을 갖고

 집단을 주도할 수 있게 될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최종지점까지 도달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가시적인 변화는 의외로 빨리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메갈리아는 그 자체의 내부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분화해오고 있었고 외부와의 적절한 연대의 고리만 생기게 되면 긍정적인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을테니까요.


 사실 메갈리아의 태동에 대하여 실천적인 관점에서 가장 반성해야할 주체들은 기존의 여성운동세력과 진보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정서가 나타나기에 충분하간 사회적 상황에서 그런 즉자적인 반발, (비록 언어적이라해도)폭력적 저항이 발생하고

 일정한 여성대중에게 무시못할 영향력을 발휘하게 이른데 대해서는 기존 운동주체들이 답습해온 운동방식, 전술,전략 모든 면에서

 무언가 결여되어 있었거나 잘못되어 있던게 아닌가 하는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국 여성운동세력과 진보운동세력이 대중적 지지의 척도로 나타나는 정치력의 시대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겠으나

 실천적 측면에서의 반성은 이후 보다 효과적이고 발전적인 대처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메갈리아 사태를 NL의 흥망성쇠에 비유하여 비난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NL 그 중에서도 주사파의 패가망신을 통하여 메갈리아에 대한 현재의 공격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고 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NL은 이미 90년대 초반에 주사파가 절대적 다수를 점하지 못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내부의 조직투쟁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시 조직을 주도하는 주사파의 여러가지 정세판단과 전략 및 전술이

 현실과 괴리되면서 대중적 지지와 동력이 급격하게 상실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미 90년대 초반에 기층은 주사파의 영향력이 상당히 상실되고 있었고 상층만 이상하리만큼 더욱 독단적이고 교조적인

 태도를 유지했는데 일각에서는 프락치의 상층침투를 의심하기도 했었고 꽤 주사파 골수였던 사람들까지 우려스러울 정도의

 교조적이고 종북적인 선언문이나 정책이 나오던 중이었죠.

 그러한 상층부가 흔들릴만한 기층에서부터 모아진 혁신의 움직임을 거부하고 더 강경하게 망하는 길로 달리게 만들 수 있었던건

 당시 노태우정권에서 시작되어 김영삼 정권으로 이어지던 정권의 무차별적인 탄압이었고 조직보위라는 미명하게

 NL계열 대중조직의 상층부는 기능의 혁신요구를 짓밟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층과 상층의 괴리가 심화되고

 몇 번의 이상하고 돌발적인 사고를 거치며 기존의 대중적 영향력은 급격히 왜소해지면서 사실상 와해되버리게 됩니다.

 자정의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골수강경파에게 유리한 환경을 친절하게 만들어준 정권의 탄압으로 내부혁신을 주도하던

 주체들이 충분히 형성되기전에 판 자체가 무너져 버린거죠.  그 무너진 폐허에서 몇년전 바로 그 동부연합같은 괴물들이 살아남아

 전체 진보운동에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주게 되었구요.

 즉, 8090년대 NL의 흥망성쇠를 반면교사 삼는다면 메갈리아는 외부의 공격이 아닌 내부의 자정 혹은 자기혁신과 발전을 돕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3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9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90
126051 "韓, 성인 문화에 보수적"…외신도 주목한 성인페스티벌 사태 [7] update ND 2024.04.24 363
126050 오펜하이머를 보다가 catgotmy 2024.04.24 124
126049 프레임드 #774 [4] Lunagazer 2024.04.23 76
12604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조성용 2024.04.23 425
126047 잡담) 특별한 날이었는데 어느 사이 흐릿해져 버린 날 김전일 2024.04.23 163
126046 구로사와 기요시 신작 클라우드, 김태용 원더랜드 예고편 [2] 상수 2024.04.23 293
126045 혜리 kFC 광고 catgotmy 2024.04.23 241
126044 부끄러운 이야기 [2] DAIN 2024.04.23 384
126043 [티빙바낭] 뻔한데 의외로 알차고 괜찮습니다. '신체모음.zip'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3 305
126042 원래 안 보려다가 급속도로.. 라인하르트012 2024.04.22 238
126041 프레임드 #773 [4] Lunagazer 2024.04.22 65
126040 민희진 대표님... 왜그랬어요 ㅠㅠ [8] Sonny 2024.04.22 1319
126039 미니언즈 (2015) catgotmy 2024.04.22 88
126038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스위트 아몬드, 라떼 catgotmy 2024.04.22 90
126037 최근 읽는 책들의 흐름. [8] 잔인한오후 2024.04.22 385
126036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4.04.22 40
126035 눈물의 여왕 13화?를 보고(스포) [2] 상수 2024.04.21 331
126034 [왓차바낭] 선후배 망작 호러 두 편, '찍히면 죽는다', '페어게임' 잡담입니다 [10] 로이배티 2024.04.21 260
126033 프레임드 #772 [4] Lunagazer 2024.04.21 43
126032 LG 우승 잔치는 이제 끝났다… 3년 뒤가 걱정이다, 구단도 냉정하게 보고 간다 [5] daviddain 2024.04.21 20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