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고달픈 분들을 위해

2016.09.25 09:03

메피스토 조회 수:2297

* 제목은 '위해'이지만 위한건 아닙니다. 제 얘기이기도 하고요. 



* 많은 20대 후반 30대 초중반의 청년백수들이 취업문제로 고민을 합니다.

나이는 차가거나 이미 찼고, 회사는 면접은 고사하고 서류에서부터 족족 떨어지고, 통장의 잔고는 비어가거나 비었고. 


그런데 사실 일자리가 없는건 아닙니다.

생산직이나 서비스-유통쪽은 지원만하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차고 넘쳤습니다. 

(보헙업은 제외하겠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온실속 화초처럼크거나 배불러서..."로 시작하는 꼰대들의 헛소리의 근거이기도 합니다.


저도 저 헛소리를 하고싶냐면 그건 아니고요. 저 꼰대들도 저런 일 하면 경력자가 아닌 이상 열에 일곱여덟은 그만둘겁니다. 

높은 노동강도와 (휴일근무나 야근등으로 인한)매우 긴 근무시간, 낮은 사회적 인식,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 노동법에서 은근슬쩍(혹은 대놓고) 빗나가있는 불안정한 고용. 

그리고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낮게 느껴지는 임금.  


빈자리가 차고 넘치는 일자리는 비어있는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전 그냥 고민이 많은 분들을 위해 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얘길 하고싶습니다.


일반 20대 후반...아니, 사실 30대초중반을 달려가는 구직자에게 취업;특히 '사무직'계열로 취업하기란 참 힘든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취업으로 난리라고하지만, 많은 사무직들은 대졸기준으로 당해년도, 혹은 1~2년정도 지난 사람로 이미 자리가 다 찼습니다.

대졸이건 고졸이건 2~3년 이상 무직이거나 알바 "따위"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특별한 경력이 없는 이상 현실적으로 이런 사무직들에 취업하기 어렵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런데 해줄 얘기가 이것밖에 없어요. 어렵습니다. 


어떻게든 면접을 봐도 비는 시간동안 뭐했냐고 물어볼테고, 취업프로그램등에서 배운 것은 면접관에게 안먹힐겁니다.

당장 면접관이란 존재부터가 그냥 보통의 평범한 사람;적당한 편견과 가치관을 가진 흔한 사람일뿐이에요. 

인재의 가치를 꿰뚫어보거나 나의 진심을 알아줄리 만무하지요. 설령 인재의 가치를 꿰뚫어보는 사람이 있다해도 우린 그렇게 꿰뚫어볼만한 가치를 지닌 인재가 아니지요. 

아주 특별한 학력이나 스킬을 가지고 있지않는 이상 면접관 눈에 장기구직자는 특별한게 없다면 그냥 형식적인거 이거저거 물어보고 떨어트릴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서류통과 시켰으면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인정 해준게 아니냐고요? 

음........글쎄요. 순전히 '그냥'와보라고 할 가능성도 있다고 얘기해두죠. 

급히 사람을 써야해서 채용공고를 냈는데 지원자 몇몇이 있고, 대충 이력서보니 범죄자 같진 않고 그럼 일단 불러서 볼까...뭐 이런 프로세스?

의외로 주먹구구로 대충 돌아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물론 시간을 들여 여러곳에 도전하다보면 어딘가에 딱 원하는 자리에 운좋게 들어갈 수도 있을겁니다. 

직업상담사들이 좋아하는 케이스;긴 구직기간에 굴하지않고 자기계발에 꾸준히 매진하여 노력+운으로 다들 어렵다는 회사에 입사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허나 우리의 통장잔고 or 생계 유지라는 환경은 우리의 행운을 마냥 기다려주지 않을겁니다. 심지어 자기계발이란 것에도 비용이 들어지요.


주변 사람들은 다들 힘내라, 좋은 날이 올꺼야, 하고싶은 일을 해야지, 언젠간 하겠지라고 하지만 부모나 배우자가 아닌 이상 사실 타인은 나의 인생에 그닥 관심이 없습니다. 

어차피 타인의 일이고, 그건 내가 너의 인생에 관심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지요. 그러니 그런 말에 너무 기운내지도 마시고 그렇다고 너무 풀죽지도 마세요.

내가 관심을 가져야할건 남들의 좋은 얘기 싫은 얘기가 아니라 오로지 나의 상황일뿐이니까요. 



* 근데 하고싶은 얘기가 뭐냐고요.


그냥 돈만 보시는건 어떨가요. 네. 자존감. 꿈. 적성. 이런거 잠깐 치워두시고. 그냥 돈만 보시라는거에요. 

다시한번 얘기하지만 남녀할 것없이 신체적 질병;체력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다면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꽤 많습니다. 

그런 곳들이 무슨 무간지옥은 아니에요. 일은 고달프지만 결국 그곳에도 사람이 있으니까요(물론 버티다못해 떠나는 사람도 많지만). 


물론 거기서도 구직 과정에서 그 나름의 경쟁-(심지어)실패가 있고 취직후에도 만만치 않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그러나 흔히 얘기하는 '취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진입장벽이 낮습니다. 알아보고 당장 내일부터라도 일 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내가 저기 치워둔 자존감과 꿈, 적성에 대한 안타까움은 대부분의 생활인들이 그러하듯 통장에 찍힌 잔고를 보면 어느정도 수그러들겁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돈을 벌며 통장잔고를 쌓아가다보면 그나마 다른걸 생각해볼 여유가 생기기도 하고요.



 * 그냥 잡소리해봤습니다. 최근 몇주간 12시퇴근을 반복하다보니 머리가 어질어질. 

신발이랑 바지도 사야하고....아...바지는 어제 샀네요...돈벌어도 돈쓸곳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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