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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열정]

테렌스 데이비스의 신작 [조용한 열정]은 19세기 미국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일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평생 조용히 독신으로 지내면서 많은 시들을 써왔다가 제대로 인정도 받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버린 디킨슨의 일생은 그다지 재미있는 소재가 아닌 것 같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디킨슨의 여러 시들을 갖고 섬세한 감정적 순간들을 자아낸 것도 좋은 가운데, 주연 배우 신시아 닉슨이 소박하면서도 근사하게 연기한 영화 속의 디킨슨은 여러 모로 흥미로운 입체적 인물이거든요. 곧 국내 개봉될 [패터슨]처럼 영화는 시와 인생을 멋지게 버무려냈고, 덕분에 시에 대해서는 거의 맹탕인 저도 죽 몰입하면서 봤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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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땐뽀걸즈]

9월 말 국내 개봉 때 놓친 후 이제야 보게 된 다큐멘터리 [땐뽀걸즈]는 우연의 기회를 통해 나온 좋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원래 감독 이승문은 조선 산업의 쇠퇴로 인한 거제시 불황을 다루려고 했지만, 거제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댄스 스포츠를 가르치는 선생과 그의 학생들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고, 그 결과 상당히 생기 넘치는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이들 이야기의 도달점은 미리 정해져 있지만, 그 도달점을 향해 이야기가 굴러가는 과정은 결코 전형적이지 않고 그러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감동과 재미가 있지요. 한마디로, 올해의 feel-good 국내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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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와 함께 춤을]

폴란드 뮤지컬 영화 [인어와 함께 춤을]은 컬트적 면들이 다분한 작품입니다. [라라랜드] 못지않게 인상적인 사운드트랙이 시작부터 우리 관심을 붙잡는 가운데, 두 어여쁜 인어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영화는 호러, 코미디, 판타지, 그리고 멜로드라마의 잡탕을 시도하거든요. 이 시도는 전반부 동안에는 재미있는 편이지만, 후반부에 가서 자주 덜컹거리면서 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갑니다. 소재를 고려하면, 아예 막장으로 밀어붙였으면 더 재미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더군요. 실망스럽지만, 사운드트랙만큼은 강추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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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도살장이 주요 배경이니 보기 꽤 불편한 광경들이 여럿이 있지만, 헝가리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전반적으로 잔잔하면서도 별난 로맨스 영화입니다. 어쩌다가 같은 꿈으로 연결된 두 다른 주인공 엔드레와 마리어를 갖고 영화는 소소한 웃음을 안기는데, 척 보기만 해도 자폐 스펙트럼에 속한 게 확실한 마리어의 경우는 개인적 경험 때문에 특히 공감이 가더군요. 덤덤하면서도 묘하기 그지없고, 전 그게 마음에 듭니다. (***) 


P.S.

 저녁 먹고 바로 본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 속 도살장 작업 광경들을 보는 동안 제 위장이 좀 찜찜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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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 8:37]

[로마서 8:37]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기독교영화입니다. 이야기와 캐릭터야 익숙하지만 이는 상당한 사실감과 함께 그려지는 가운데, 영화 속 주인공이 겪게 되는 고난을 보다 보면 여러 생각들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는 분명 주인공과 다른 몇몇 주변 캐릭터들의 신앙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갖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종교가 과연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저와 본 영화를 같이 관람한 제 부모님도 같은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저희가 불교 집안인 걸 고려하면, 기독교 신자 관객들은 다른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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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가와세 나오미의 신작 [빛나는]에 저는 그다지 잘 몰입할 수 없었습니다. 소재도 흥미로운 가운데 가와세의 달달한 전작 [앙: 단팥 인생 이야기]에 비해 담백한 편이지만, 이야기와 캐릭터가 얄팍하게 느껴진 가운데 영화 속의 잦은 클로즈업은 가면 갈수록 노골적으로 보여지더군요. 잔잔한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딱히 남는 게 없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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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나의 가출]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조지아 영화 [마나나의 가출]의 주인공 마나나는 곧 52세 생일을 맞이하게 될 학교교사입니다. 영화 도입부에서 보다시피 그녀는 그녀의 남편과 가족을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는데, 그녀의 가족을 보면 왜 그런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그들과 함께 사는 게 아주 끔찍하진 않지만 그녀에겐 가족은 속박이나 다름없고, 결국 그녀는 집을 나가기로 확실하게 결정합니다. 영화는 그녀의 이야기를 느긋하면서도 능란하게 전개하면서 가족 드라마와 여성 드라마 사이를 오가는데, 덕분에 영화 속 몇몇 장면들은 담담하지만 상당한 감정적 힘이 느껴집니다. 참고로 지인으로부터 추천받고 본 영화를 보게 되었데, 저도 여러분들께 본 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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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엔트 특급 살인]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괜찮았지만 1974년 버전에 비하면 평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매끈한 기성품이긴 하지만, 1974년 버전의 멋진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비하면 개성이 좀 떨어진 편이거든요. 케네스 브래나는 주연으로써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그를 둘러싼 조연 배우들 대부분은 그다지 잘 활용되지 못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지루하지 않았지만, 1974년 버전을 재감상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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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행]

대전아트시네마에서 [초행]을 보는 동안 문득 몇 년 전에 봤던 다른 한국 독립영화 [잠 못 드는 밤]이 떠올랐습니다. 그 영화의 젊은 커플처럼 본 영화의 젊은 커플도 자신들의 오랜 관계를 다음 단계로 밀고 갈지 말지 고민하는데, 이들이 예정된 이야기 경로를 밟아가는 동안 영화는 여러 작지만 섬세한 순간들을 자아냅니다. 소박하지만 의외로 상당한 여운을 남기는 좋은 소품인 가운데, 요즘 날씨에 딱 맞는 겨울 영화이니 한 번 챙겨보시길 바랍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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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acus: Small Enough to Jail]

[후프 드림스]와 [Life Itself]의 감독 스티브 제임스의 다큐멘터리 신작 [Abacus: Small Enough to Jail]은 뉴욕 시 차이나타운에 있는 한 조그만 은행인 애버커스 연방 저축 은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창립자 토마스 성과 그의 가족에 의해 성실하게 운영되어 왔던 이 은행은 한 직원의 개인 부정 때문에 법적 위기에 몰리게 되었는데, 뉴욕 검찰청이 이보다 더 큰 부정행위들을 저질러서 2008년 금융위기를 야기한 대형은행들을 놔두고 애버커스와 같은 만만한 소형은행을 본보기로 삼았다는 걸 다큐멘터리는 차분히 우리들에게 전달합니다. 보면 볼수록 참 부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가운데,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노력하는 성과 그의 가족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동안 다큐멘터리는 여러 기억할 만한 순간들을 잡아내고 거기엔 상당한 감동이 있습니다. 하긴, 공익을 더 중시하는 은행이 흔하지 않잖습니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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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ose Streets?]

  [Whose Streets?]는 2014년 8월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일어난 시위에 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한 흑인 소년이 백인 경관에게 총격 받아 사망한 일에 의해 촉발된 시위의 진행 과정을 상당히 생생한 순간들을 통해 보여주는 동안 다큐멘터리는 시위자들의 입장과 의견을 간간히 전달하고, 그러다 보면 이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가게 됩니다. 유감스럽게도, 본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그러기 때문에 본 다큐멘터리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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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 언더팬츠]

 제목만큼이나 많이 우스꽝스럽지만 생각보다 쏠쏠한 재미와 웃음이 많은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이야기 설정이야 단순하지만, 영화는 이를 꽤 효율적으로 굴려가고 있고 나중에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도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싱거운 [슈퍼배드 3]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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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건너편]


모 블로거 평

““The Other Side of Hope”, which received the Silver Bear award at the Berli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early in this year, may demand some patience from you due to its slow narrative pacing and extremely dry sense of humor, but it is sort of endearing in the end, and you will come to reflect on its rather ambiguous finale for a while.“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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