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절정 바낭] 5월초 종로 풍경

2020.05.30 18:39

ssoboo 조회 수:948

5월초 그 놈의 황금연휴 끝나자 마자 기다렸다는듯이 집을 나섰습니다. (연휴 기간 중에는 완전 집콕)

어차피 일은 재택근무이니 근무하는 환경도 잠깐이나마 바꾸고 요즘? 같은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를 누려볼 심산이었지요.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서너군데의 후보를 두고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종로로 결정해버렸습니다.

시내 한복판에 호텔을 잡아 머물며 고궁을 비롯하여 전에는 관광객들로  북적대어 피하던 공간들, 

하지만 더 오래전에는 한적함이 가득하여 서울에서 참 좋아하던 그 곳들을 돌아다닐 생각이었어요.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자 닫아 버리기 전까지 시내 고궁들 중 입장제한을 하던 곳들이 모두 자유관람으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종묘, 창덕궁, 후원 모두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관람이 가능했었다는 소리죠,


종묘 

         이 곳을 들어서면서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을 스스로 맘껏 칭찬했습니다. 

         사실 종묘는 20~30여년전만 해도 다른 시내 유적지들과 달리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던 곳입니다. 

         수년전에 근처를 지나가다 들어갔다가 엄청난 인파에 놀랐는데

         다른 곳은 몰라도 종묘는 그 조용하고 미니멀함이 매력있고,  

         안내원을 따라 다니며 설명을 듣는 것보다 그늘을 찾아 털썩 앉아 수백년된 건물들과 나무들을 멍 때리며 처다 보는게 

         종묘를 제대로 즐기는 방식인데 이것이 코로나19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죠.


창덕궁과 후원         

         말로 설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   

         후원은 특히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에 학술답사 기회를 얻어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보다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말해 무엇하나요. 자유관람인데요. 


         종묘도 후원도 촬영한 사진 프레임속에 사람이 하나도 없이 맘 것 찍을 수 있었어요.   

         수십년을 즐겨 찾아온 곳 들이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와....


조계사 

         코로나19 덕분에?  (부처님 오신 날 일정 연기) 평소라면 너무 늦어 볼 수 없었을 그 유명한 연등으로 수 놓은 조계사 마당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아마 조계사 역사상 요즘처럼 절간? 분위기 제대로 나는 시절도 없을거 같습니다. 


삼청동 & 블루보틀 &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역시 코로나19 덕분에 한적하고 널널하게 산책하고 줄도 앞서고 커피 받아 아주 좋은 명당 자리 잡고 인왕산 보며 커피를 마셨어요.

         소격동 미술관은 그 전에도 사람 별로 없던 곳이라 관람은 하지 않고 그냥 멋진 사이 공간들만 조용히 즐겼어요. 




종합하자면 한마디로 말해서 평소였다면 돈을 주고도 못 누릴 호사를 코로나19 덕분에 원 없이  다 누려봤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딱 좋았던 풍경이었고 아래는.... 그냥 스킵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심약자들은....



종로에서 쉽게 마주치던 코로나19 따위 개나 줘 버린 사람들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노상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군요.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노천 흡연구역도 아니고 흡연 부스 안에서 KF94턱받침을 하고 담배를 피우며 직장동료들끼리 침 튀기며 

        떠들어 대던 아저씨들이었습니다.  코로나19 펜데믹 시즌에 제가 본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였어요.

        그런 아저씨들은 스타벅스에서 가득했습니다. 

        종로의 스타벅스에는  손님의 90%를 차지하는 아저씨들이 앉아서 역시나 사방팔방 침을 분사하며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더군요.

        식당에서 마스크를 안하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갖다 주는 총각들도 종로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이름난 맛집 이라는 곳들 모두 인파로 바글 바글 했어요. 

        주변에 관공서와 대기업들 그리고 코로나19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업종의 사무실들이 많다 보니 코로나19 불경기가 뭐? 싶은 곳들이죠.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

       코로나19는 이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명동을 갔었는데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면서 명동 거리의 바닥패턴 모양새와 색상이 인지되긴 처음이었어요.

       그 많던 노점들도 대부분 보이지 않더군요.

       관광객들이 쓰는 돈으로 돌아가던 생태계가 무너진걸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종묘앞 광장 한 켠 편의점이 있고 앉아 쉴 수 있는 꽤 너른 구역이 있는데 이 곳에 노인들이 그 전보다 훨씬 많이 모여 있더군요.

       아마 일거리가 없어서 그럴거에요.   전에는 노숙자들 서너명 정도 어슬렁 거리거나 가끔 택배노동자들이 물 한 잔 마시며 한 숨 돌리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로 빽빽히 모여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대고 있더군요.  걱정되면서도 공포스러운 장면이었어요. 


신기할 정도로 더럽게 맛이 없는 식당들과 뜬금 없이 맛있는 식당들

      워낙 유명해서 주변 직장인 단골 손님들로 꽉 채워지는 곳은 들어갈 엄두가 안나서 

      어중간한 시간에 어중간한 위치의 식당들을 주로 찾아 다녔는데 편차가 극과 극이더군요.

      맛, 인테리어, 서비스 등등 모든 면에서 다른 동네의 일반적인 위치였으면 벌써 망해도 쌌을 그런 형편없는 식당들 노포들도 있고 

      기대치 하나 없이 너무 배가 고파 그냥  조용하고 깔끔하기만 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찾아 들어간 식당에서 놀라운 맛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고

      이거....관광객들에게는 복불복이 너무 심한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 일주일 정도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측근에게 “이러다가 왠지 크게 터질거 같아....” 라는 말이 자꾸 나왔는데 실제 그렇게 되버렸군요;


* 완전한 랜선 업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업무량이 (펜데믹 초반에 주춤 했던 프로젝트들이 밀어내기 현상을 보이며)

  폭증하고  펜데믹 월드 재택근무의 특성상 공간적인 출-퇴근의 경계가 모호한 것이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을 많이 피곤하게 하더군요.  한달 가까이 뉴스를 못 챙길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더라는;;

  그런데,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의 여파로 이 와중에 더욱 힘들고 더욱 악착같이 살아야 하고 그 덕분에 감염된 사례를 보며

  매우 많이 반성을 했습니다.   


* 행운이 꼭 필요한 모든 분들에게 충분히 나누어 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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