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아니구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태국산이고 런닝 타임은 한 시간 사십분 정도. 스포일러는 없어요.



 - 영화가 시작되면 고풍스런 대저택이 나오구요. 그 집 어린 딸래미와 애 돌보는 메이드(하녀라고 적고 싶지만 뭐 제목이 메이드니까)가 귀신을 보고 공포에 질려 부들부들하는 진부한 호러씬 대충 흘러 나와 주고요. 결국 그 메이드는 넘나 무서워서 직장을 때려 치우는데... 장면이 바뀌면 대략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애가 (아니 그게 정말 앳되게 생겨서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뭐라고 의미심장한 척하는 대사들을 좀 치는데... 암튼 뭔가 사연이 있는 애인데 이젠 괜찮다는 분위기네요. 잠시 후엔 얘가 이제 아까 그 직원이 퇴직한 자리로 들어가겠죠. 그리고 젊은 부부와 어린 딸, 하인들 서넛이 살고 있던 그 불길하기 짝이 없는 저택엔 계속 귀신이 나와줄 것이고. 당연히 새 메이드 역시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을 것이고.



 - 음... 일단 제목에도 적어 놓았듯이 이 영화는 여러분들이 모두 다 아실 유명한 모 영화를 노골적으로 카피하며 시작합니다. 사실 그게 너무나도 진솔하게 노골적이어서 보기 시작한지 10분 안에 다들 눈치를 채실 텐데요. 그리고 그런 카피 전개는 영화 전체 내용 중 전반 1/3에서 절반 사이에서 그치고 이후는 전혀 다르게 전개가 되기도 해서 '그 영화'의 제목 언급이 딱히 스포일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마저도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여기에서 그만 읽고 넘어가시는 게 좋아요.


 다시 말하지만 그 '베낀 영화'의 제목을 제외하면 다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그럼 스포일러 방지용으로 영화 포스터 짤 하나 넣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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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치곤 꽤 정상적인 포스터인데... 정작 주인공이 안 나와 있습니다? ㅋㅋㅋㅋ)



 ...아니 뭐 이건 그냥 대놓고 박찬욱의 '아가씨'입니다. ㅋㅋㅋㅋㅋㅋ

 감독이랑 작가도 그걸 숨길 생각이 전혀 없어요. 오히려 그걸 알아달라고 몸부림을 치는 느낌마저 듭니다. 음악까지도 뭔가 그런 분위기의 한국 영화 음악 같은 걸 써서 주인공들이 대사만 치지 않으면 일제 강점기 배경 한국 영화랑 구분이 안 갈 정도거든요. 미술 디자인이나 주인공들 옷차림 같은 것도 뭔가 박찬욱 취향스럽고. 1장, 2장, 3장으로 딱딱 나누어 떨어지며 이야기에 반전이 발생하는 구성도 거의 그대로 가져왔죠. 


 그런데 중반 이후로는 분명히 다른 이야기로 다른 길을 가긴 해요.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것저것 많이 가져온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다른 이야기니까, 눈치 채려면 빨리 눈치 채고 '다른 점'을 확인해달라... 뭐 이런 생각으로 이렇게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그럼 이제 '아가씨' 이야기는 관두고 이 영화 자체에 대해서 이야길 해보자면...

 그게 좀 그냥 그렇습니다. 호러 효과가 훌륭하거나 참신한 것도 아니구요. 드라마가 충실하고 울림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이야기 템포도 종종 늘어지고 보다보면 정리가 안 되는 부분도 있구요. 반전이라고 넣어 둔 요소들은 다 충분히 짐작이 가능합니다. 

 그나마 1장은 '아가씨'와 비슷한 점 찾기 놀이로 즐겁게 보낼 수 있는데 2장은 영 늘어지고 별로에요. 기술적으로는 매끈하고 예쁘게 잘 만들어 놨고 나름 강렬한 태국풍(?) 때문에 보는 재미도 있는데 딱 거기까지. 전체적으로 그닥 잘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칭찬할 구석이 별로 없어요. 다만... 마지막 3장이 문제입니다. 여기서 갑자기 이야기가... 음... 암튼 제 취향으로 변하거든요. ㅋㅋㅋㅋㅋ 황당하고 말도 안 되고, 이걸 잘 했다고 칭찬하긴 참 난감하지만 대단히 제 취향이었습니다. 그래서 3장은 재밌게 봐 버렸어요.


 여기서 그게 왜 재밌었는지를 말 해도 사실 스포일러는 전혀 아니지만. 음. 암튼 뭐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평을 하기가 참 애매하네요.



 - 마무리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전체 3장 구성에 1장은 '아가씨' 베낀 것 찾는 재미로 보고. 2장은 지루해하다가 3장에서 의문의 취향 저격을 당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잘 만든 영화라든가, 재밌는 영화라든가 하는 소리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3장에서 깔깔거리며 즐긴 덕에 2장의 지루함은 보상 받았어요.

 감독과 작가의 역량을 좋게 평가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정상적으로(?) 잘 만들 능력이 안 된다면 이런 식으로라도 만회하는 것도 전 괜찮았네요.

 암튼 좀 괴상한 영화가 취향이신 분들만 보시는 게 좋습니다. 그마저도 보람을 찾기 전까지 80분 정도는 정상적으로 그저 그런 영화를 견디셔야 하지만요. ㅋㅋ




 + 역시 듀나님 리뷰 때문에 본 영화입니다. 사실 제 글 읽으실 시간에 듀나님 리뷰를 읽어보시면 훨씬 적은 분량으로 영화 짐작에 필요한 내용들은 모두 습득하실 수 있어요.



 ++ 넷플릭스에 뜨는 짤막한 작품 소개글도, 영화의 포스터 이미지 (위에 제가 올린 것 말고 다른 버전이 있습니다) 도 모두모두 스포일러입니다. 당최 뭔 생각으로 만들어 놓는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그나마 작품 소개글에 적힌 내용은 영화 시작하고 30분 안에 짐작 가능한 부분이긴 한데, 포스터 이미지 중 하나는 조금 심각합니다. 보실 생각이 드시면 뭐 검색해보지 말고 바로 보세요.



 +++ 듀나님 리뷰에도 나오는 얘기지만, 이게 그냥 100년 전이 무대라고 주장해도 아무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놨어요. 오히려 막판에 잠깐 등장하는 스마트폰이 더 어색할 지경. 차라리 스마트폰 안 나오게 하고 정신과 장면 삭제해서 옛날이 배경인 걸로 만들어 놓는 게 더 재밌었을 것 같습니다.



 ++++ 주인공 역할 배우가 참 동안에 동글동글 귀엽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클라이막스가 더 즐거웠던 것 같기도.

 쓸 데 없는 얘기지만 주인공 배우 본명이 '플로이'인데 이 저택의 귀신 캐릭터 이름이 '플로이'입니다. 왜죠.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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