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분명히 제목에 예고를 했습니다! 아주 핵심적인 스포일러부터 자잘한 디테일까지 아무 거나 막 튀어 나오는 글이니 이 영화를 볼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절대 읽지 마시길.






그러니까 대애충 설명하자면 이런 이야기잖아요.


반에서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지만 속은 타들어가도 꿋꿋하게 버티며 살던 요리가 있고. 미나토는 처음엔 그냥 따돌림에 동참하지 않는 정도였지만 그러다 가까워져서 결국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그러는 과정에서 미나토 본인의 내적 갈등에 주변 아이들의 괴롭힘까지 심해지지만 '남자답게!'를 좋아하는 담임, '너도 가정을 만들면 말이야~' 같은 말로 본의 아니게 압박을 주던 엄마. 그 어느 쪽에도 의지할 수 없어서 자기들끼리 어떻게 해결해 보려고, 살아 남아 보려고 애 쓰다가 그만 사방에 유탄을 튀기고 본인들도 위기에 빠지는 이야기.


배우들 연기나 연출, 전반적인 완성도에 대한 이야기는 저번 글에서 했으니 생략하고 그냥 제가 좀 껄쩍지근 했던 부분만 이야기하면요.


이 이야기의 등장 인물들은 많든 적든 모두 요리와 미나토에게 잘못을 합니다.

엄마는 아들에게 '너도 자라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 만들어서) 가정을 만들어야지!' 라는 말을 자꾸 해서 동성을 좋아하게 된 아들에게 부담을 주고요.

호리 선생은 무신경하게 말버릇처럼 내뱉는 '남자답게!!!' 라는 말로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주죠.

그리고 그 외에도 엄마는 아들 말만 믿고 확신에 차서는 여기저기 찌르고 다니고, 특히 어린애들을 팔이나 어깨를 꽉 잡고 다그친다거나 하는 행동으로 잘못 마일리지를 쌓구요. 호리 선생은 억울한 맘에 자꾸 말 실수를 하거나, 반 여학생이 나름 자기 생각해서 해줬던 말을 곡해해서 이해하고는 괜히 생사람을 잡고 그래요.


이런 것들이 모두 '선의라고는 해도 무신경했던 행동'이 되어 요리, 미나토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그러면서 모두의 삶을 파국 직전까지 몰고 가고... 그러는데요. 이렇게 악의 없는 행동 하나가 남에게 어떤 아픔을 줄 수 있는가...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건 잘 알겠습니다만.



에... 근데 그 상황에서 이들이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요?


예를 들어 미나토의 엄마는 아들의 이해 못할 행동들(한밤중에 아들이 폐쇄된 터널에서 '누가 괴물인가!!'라고 외치며 날뛰고 있다? ㅋㅋㅋ)에 신경이 극도로 곤두선 상태에서 미나토 본인에게서 '호리 선생이 날 때리고 폭언을 했다'는 고백을 들었습니다. 그러고 학교에 갔는데 (참 기구하게도 학교 선생들의 압박에 못 이겨서) 호리 선생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그냥 사과만 하죠. 그러니 엄마 입장에선 더 열불이 나고 감정이 격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다 듣는 데서 캬바쿠라 드립을 친 건 용납 못할 잘못이지만... 이것도 사실 이미 다른 사람들도 모두 접해서 믿고 있던 루머였으니 엄밀히 말해 추가 데미지 같은 건 사실상 없었죠.


호리 선생은 어떨까요. 극중에서 묘사되는 바를 보면 호리 선생은 분명히 좋은 사람입니다. 물론 요즘 세상에 '남자답게!' 드립을 입에 달고 사는 건 몰상식하다 욕을 먹어도 할 말은 없겠고, (근데 일본 사범대에선 그런 기본적인 것도 안 가르친답니까?) 학급에서 요리가 그렇게 괴롭힘 당하는 걸 전혀 눈치 못 채고 있었던 건 비난 받을만한 일이 되겠습니다만. 어쨌든 아직 능력은 좀 부족하나마 애들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아낀다는 건 충분히 보여요. 미나토 엄마가 학교에 찾아왔을 때도 당당히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고 용서를 빌려고 했구요. 마지막에 진실을 깨닫고 그 폭우 속에 우다다 달려와 다짜고짜 미나토에게 사과부터 하는 모습을 봐도 그렇죠.


근데 쪼렙 초임 교사로서 학교의 쟁쟁한 선배들, 교장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그냥 무조건 사과를 했고. 그랬더니 아이 엄마는 오히려 더 화를 내고. 그리고 도저히 다르게 생각할 수 없는 상황들(교실 뒤에서 날뛰는 미나토, 미나토가 나온 화장실에 갇혀 있는 요리, 대놓고 요리를 교실 바닥에 뭉개고 있는 미나토 등등)을 자꾸만 우연히 목격하게 되면서 미나토가 학폭 가해자라고 믿게 되죠. 



그러니까 각본이 지나치게 사람 좋게 굴려다가 스탭이 꼬였다는 느낌입니다.


엄마와 호리 선생이 주인공들에게 상처를 주긴 해야 하는데, 이들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다 보니 둘의 입장도 너무 억울해져버려요. 너무나도 그렇게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달아 겪어서 오해를 한 댓가가 너무 크죠. 특히 호리 선생을 봐요. 결국 온 동네에 캬바쿠라 다니는 초등학교 선생이자 학생 하나를 찍어 놓고 미워하며 때리고 폭언을 일삼는 불한당으로 소문이 났으며 직장에선 잘렸습니다. 이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 데미지가 과연 회복이 가능한 성질의 것인가요. 아무리 어린 애들이고 세상에 상처 받은 아이들이라지만 본인들도 죄 없다는 걸 뻔히 알고 있는 담임 선생 인생을 자기들 손으로 직접 그렇게 만들어 놓고 지들끼리 하하 웃으며 햇살 속에 힘차게 달려나가 버리면 뭐 어쩌라는 겁니까!!! ㅋㅋㅋ



그리고 또 하나 난감한 게 교장 선생이에요.

뭐 손녀를 치어 죽인 게 교장 본인인지 남편인지는 사실 중요하지도 않고 전 관심도 없는데요.

그거야 어쨌든 간에 위기에 빠진 호리 선생을 완전히 골로 보내 버린 건 이 양반의 무심함과 비정함 아닙니까. 본인 말로는 학교를 지키기 위함이라는데 이 양반이 한 짓이 '학교'를 지키는 거랑 뭔 상관이에요. 할 수 있었던 해명을 못하게 막고, 결국 일을 키워서 열정 넘치는 신임 교사 인생을 강제 종료 시킨 후에 본인은 쓱 빠져 나갔잖아요. 이게 미나토 데리고 음악실에서 뿜빠뿜빠 한 번 시켜주고서 '후우... 나도 거짓말을 했단다...' 라며 착한 표정 한 번 짓는 걸로 커버가 될 일입니까. 근데 영화는 정말로 그 장면 하나로 '이 놈도 알고 보면...' 이라는 식으로 살짝 면죄부 비슷한 걸 준단 말이죠. ㅋㅋㅋㅋ 


img.gif

 (이래놓고 막판에 갑자기 착한 척, 양심적인 척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ㅋㅋㅋㅋ)



결론적으로.

제게 이 영화의 각본은 나름 균형도 잡고, 또 비극을 그리면서도 그 관련자들을 나름 인간적으로 그려 주려다가 밸런스가 괴상해진 걸로 느껴졌습니다. 사실 별 잘못 없는 놈은 인생 망치고, 정말 크게 잘못한 놈은 막판에 난데 없이 온정의 시선을 받구요. 그걸로 그냥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아무리 인생 힘든 어린애들이라지만 남의 인생 그렇게 망쳐 놓고 하하 호호 즐겁게 달려가는 엔딩씬 같은 거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어요. 아니 장면 자체는 정말 아름답고 멋졌는데, 공감해 줄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ㅋㅋ



그렇습니다.

차라리 사악한 악당들을 출연시켜서 화끈하게 벌을 주든가.

그렇게 모든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 시키고 싶었으면 이들에게 대략 감당 가능할만한 고통만 주든가... 

그랬으면 이렇게 찜찜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지금의 이 결말은 결론적으로 주인공들에게만 이입 몰빵 엔딩인 것 같아서 맘에 안 들었어요.



....라는 매우 주관적인 이야기였습니다. ㅋㅋㅋ 하지만 저는 진심이라는 거.


전 역시 그냥 칼부림 난도질 호러 스릴러를 봐야 하나 봅니다(...)




 + 정말 생트집인 건 압니다만. 두 소년이 너무 예쁘게 생긴 것도 뭔가 애매하게 불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48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48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766
126757 '스카이워커스: 사랑 이야기' 세상에는 참 다양한 종류의 사람과 사랑이... [7] LadyBird 2024.07.20 187
126756 모라타,로드리 "지브롤타는 스페인"으로 두 경기 정지 위기/아르헨티나 비서실장 프랑스 대사관 방문,사과 daviddain 2024.07.20 62
126755 종규낭자 [2] 돌도끼 2024.07.20 76
126754 (스포)범죄도시 4 Sonny 2024.07.20 115
126753 '손웅정 아동학대' 피해자, 스포츠윤리센터에 정식 신고(종합)/Son's father says he will change his practices after being accused of bullying [7] daviddain 2024.07.20 214
126752 잡담/어젯밤부터인가 유튜브에 영화들이 막 올라오는데/무슨 일일까 [1] 수영 2024.07.20 224
126751 혼돈의 민주당, 바이든 유세 재개 [2] theforce 2024.07.20 184
126750 [왓챠바낭] 궁서체로 진지한 연쇄 살인마 스릴러, '성스러운 거미'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4.07.20 190
126749 윈도우 10 블루스크린 이슈 [2] 상수 2024.07.19 221
126748 과거에 대해 catgotmy 2024.07.19 72
126747 [KBS1 독립영화관] 나의 피투성이 연인 [1] underground 2024.07.19 131
126746 프레임드 #861 [5] Lunagazer 2024.07.19 48
126745 다낭에 다녀왔습니다. [2] 칼리토 2024.07.19 197
126744 Cheng Pei-pei 1946 - 2024 R.I.P. [4] 조성용 2024.07.19 158
126743 듀나데뷔30주년기념포럼 [2] 진진 2024.07.19 306
126742 Bob Newhart 1929 - 2024 R.I.P. [1] 조성용 2024.07.19 93
126741 [영화 후기] <화이트 독> 그리고 <벌집의 정령> [3] underground 2024.07.19 163
126740 [왓챠바낭] 고어 없는 고어 영화, '불면의 저주'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7.19 188
126739 전용준 AI 노래 catgotmy 2024.07.18 90
126738 프레임드 #860 [5] Lunagazer 2024.07.18 4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