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나온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88분. 장르는 스릴러이고 스포일러 없이 적겠습니다. 올레tv로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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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93은 아니고 88%던가 그랬네요.)



 - 한국의 오피셜 영화 홍보용 시놉시스를 보면 '호화스러운 별장, 다이아몬드 목걸이, 아름다운 장미…완벽한 결혼기념일을 보낸 엠마와 남편.' 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뻥입니다.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적어 놓는 일이 많은지 모르겠네요.

 영화의 첫장면부터 주인공 엠마는 눈물 흘리며 운전하고 있구요, 잠시 후에 나오는 장면은 외도 상대 앞에서 이제 그만 만나자고 호소하는 모습이구요, 또 잠시 후에 만나서 결혼 기념일 만찬을 하는 남편은 그냥 딱 봐도 주인공을 자기 소유물 취급하는 재수 없는 인간입니다. 게다가 엠마는 10년전 강도에게 등을 칼로 찔렸던 사건 때문에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구요. 어디가 완벽한 결혼 기념일이야... =ㅅ=


 암튼 그런 처지인 주인공이 새삼스레 '우리 좋았던 시절도 있었잖아! 다시 한 번 감정을 되살려보자!'는 남편에게 억지로 질질 끌려간 별장이 배경입니다. 남편의 전혀 달갑지 않은 호사스런 이벤트들을 버텨내고, 잠들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남편이 자기 손목을 본인 손목과 수갑으로 연결해놨네요. 이게 지금 뭐하자는... 하는 순간 남편은 권총으로 자기 머릴 박살내며 자살해버리고. 엠마가 정신을 수습한 후 남편 시체를 질질 끌며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단을 찾아보지만, 본인이 잠든 사이에 남편이 참 꼼꼼하게도 엠마가 자력으로 이 집을 벗어날 수단을 다 차단해 버렸어요. 그리고 더 나쁜 건, 이놈에 남편이 무슨 제갈공명 코스프레하듯, 이후의 시나리오까지 준비해둔 것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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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우울하지만 우아하게 시작하지만)



 - 무려 5천원이나 하는 유료 vod에요. 전 메간 폭스 팬도 아니구요. 영화 본편을 보기 전까진 예고편도 안 봤던 영화인데, 그냥 어느 날 누가 메간 폭스 이야기를 했고. 갸는 요즘 뭐하고 살지? 하고 검색을 해봤고. 이름 모를 출연작들이 지난 몇 년간 띄엄띄엄 있는 걸 확인하는 와중에 근래에 개봉했던 영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근데 스릴러 장르인 것 같길래 확인해봤더니 평이 좋네요. 놀라운(?) 맘에 보고 싶어졌지만 유료길래 그냥 나중에 언젠간 봐야겠네... 했는데. 가끔 그런 게 있거든요. 이유 없이 '음. 저걸 봐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 작품들이요. 그래서 한 몇 주 버티다가 어제 5500원으로 할인하길래 포인트 쓰고 해서 그냥 봤습니다. 그리고 전 왜 또 이런 걸 길게 적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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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분 후의 미래 : 우아아아앙!!!!)



 - 일단 준수하게 잘 만든 스릴러 무비입니다. 일단 전 거의 아무 정보 없이 봤기 때문에 (사실 이게 호러인지 스릴러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봤습니다) 남편이 자살하는 장면부터 급당황했죠. ㅋㅋ 이어질 상황들도 전혀 몰랐기에 계속 흥미진진한 기분으로 봤구요.


 하지만 그 갑작스런 자살 이후의 이야기들은 사실 그렇게 튀거나 참신한 내용은 아니에요. 중반 이후 등장하는 악당들도 대체로 진부하고 찌질한 악당들이구요. 벌어지는 상황들도 걍 흔한 술래잡기 액션들의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단 시작이 좋으니 이후의 내용들에도 살짝 후광이 비치는 게 있어요. 죽은 남편, 그것도 사실상 일생의 원수 시체를 질질 끌고 다니며 괴한들로부터 도망쳐 살아 남아야한다는 상황. 이건 꽤 독특하잖아요. 고약한 블랙 코미디 냄새도 조금 풍겨주는 상황이구요. 그리고 그 설정의 약빨이 떨어질 때쯤 되면 '뻔하지만 잘 만든' 술래잡기 상황이 죽 이어지구요. 그 와중에 주인공과 남편, 주인공과 괴한과의 관계를 갖고 소소하게 포인트를 박아 넣어줘서 나름 무슨 드라마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줍니다. 제가 너무 자주 써먹어서 참 지긋지긋한 표현이지만 '소소하게 영리한 각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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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이런 영화의 주인공 치고 딱히 많이 다치는 편은 아닙니다.)



 - 대충 스토리 소개만 봐도 짐작 하시겠지만 이것 또한 여성 중심 서사를 채택해서 핵심으로 밀고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엠마는 권위적인 남편에게 트로피 와이프로 간택된 삶을 살던 사람이구요. 또 만만한 여성을 노린 범죄자에게 강력 범죄를 당했던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났는데도 범죄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 자신을 소유물 취급하는 남편에게서 벗어날 용기도 내지 못하고 우울 궁상맞게 살아왔던 거죠. 그나마 반항이라고 해 본 게 몰래 외도한 건데, 그마저도 영화 첫 부분에서 자신이 '그만 만나'라고 선언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이런 부분들을 고작 88분짜리 영화에서 무려 25분여를 투자해서 성의 있게 보여주고 시작하기 때문에 조금 지루할 수도 주인공의 위기에 좀 더 감정 이입을 하게 되구요. 주인공에게 매달려 있는 남편 시체가 험한 꼴을 당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구요(...) 주인공이 남편 생각하며 별 거 아닌 욕설 하나만 뱉어줘도 마음이 편안- 해지고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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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수북하게 쌓인 호수라는 자연 배경도 주인공이 겪는 위기 속에 잘 녹여 넣었구요.)



 - 굉장히 노골적인 비유들이 떡하니 전시되는 영화라는 것도 괜히 인상에 좀 남았어요. '인생의 짐짝'을 끌고 다니며 살아 남아야 하는 주인공의 초반 모습부터가 그렇구요. 마지막에 남편의 시체와 빌런이 맞게되는 상황, 그리고 이어지는 주인공의 상황 역시 의도를 못 알아차리는 게 더 힘들겠다! 싶을 정도로 저엉말 노골적이고 쉬운 비유들이었던 것인데요. 전 뭐 좋았습니다. 원래 제가 그 정도 난이도가 아니면 못알아먹는 사람이기도 하고. 또 그런 비유들 때문에 그 장면들이 좀 더 재밌게,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뭐 이야기 쓴 사람이 본인 의도대로의 즐거움을 전달해줄 수만 있다면 이야기가 좀 뻔하고 도식적인 게 그리 큰 죄이겠습니까.



 - 아. 애초에 메간 폭스 때문에 본 영화이니 메간 폭스 이야기도 좀 해야겠네요.

 솔직히 연기를 막 잘 하지는 않습니다. ㅋㅋㅋ 도입부의 주인공이 진지 심각하게 우울한 장면들을 보면 뭐랄까. 어색함이 느껴지도록 막 못하는 건 아닌데 그냥 좀 단조로워요. 하지만 사건이 빵 터지고 나서 쫓고 쫓기고, 있는 힘을 다 해 남편 쌍욕하고, 나중에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하며 악당들을 쥐어 패는 장면 등등에선 꽤 좋습니다. 사실상 메간 폭스 원탑으로 흘러가는 영화인데 영화를 재밌게 봤어요. 그 정도면 됐죠 뭐. 사실 전 그냥 한 때 화려하게 빛나다 경력 말아먹은 배우의 근황이 궁금했을 뿐 딱히 이 분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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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수고하셨습니다 배우님.)



 - 종합하자면요.

 죽은 남편의 음모와 몸뚱이라는 함정에 걸려 고군분투하는 가녀린 여성... 이라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저예산 스릴러입니다.

 기본 아이디어가 썩 괜찮고 각본도 영리&성실하며 연출도 괜찮아요. 중반 이후로는 비교적 평범한 스릴러 무비로 흘러가지만 그래도 아이디어의 힘이 남아서 그 부분들도 재밌게 볼 수 있었구요.

 요즘 이런 식의 여성 중심 서사 스릴러/호러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그렇게 존재감이 튀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괜찮게 잘 만든 영화이니 혹시 관심 있으셨던 분들은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술래잡기' 장면들을 나름 센스 있게 잘 연출하긴 했는데, 그래도 주인공 보정이 좀 세게 들어간 영화입니다. 종종 '에이 저건 좀 ㅋㅋ'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 제목인 '죽을 때까지'는 결혼 서약 얘깁니다. 뭐 이건 영화를 보지 않고도 다들 바로 짐작 하시겠죠. 원제도 Till Death.



 +++ 보면서 계속 '제럴드의 게임'이 생각나더라구요. 설정상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남편과 단둘이 외딴 별장에 갔다가 남편은 죽고 본인은 결박 당한 아내. 되살아나는 과거의 망령과 극복... 뭐 이런 건데. '제럴드의 게임'쪽이 좀 더 소재를 깊이 다룬다는 느낌이지만 이 영화는 상대적으로 이야기가 신속, 날렵하다는 장점이 있네요. 전 둘 다 좋게 봤습니다.



 ++++ 메간 폭스의 차기작들을 찾아보니 눈에 들어오는 영화 하나가... 익스펜더블4... 하하하; 근데 이 영화는 B급 영화 흉내내는 척하는 B급 영화로 시작해서 점점 더 '그냥' B급 영화가 되어가네요. 초반의 그 화려한 배우들이 이제 별로 남지 않았어요. 이제 남은 게 제이슨 스타뎀, 실베스터 스탤론, 돌프 룬드그렌, 앤디 가르시아, 이코 우웨이스, 토니 자, 메간 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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