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를 하면서 하나 후회했던것

2013.10.17 00:12

샤안 조회 수:3626



 과외를 하면서 학생과의 관계보다 더 신경써야 하는게 나와 학생 부모의 관계, 나아가서 학생과 학생 부모와의 관계이다. 일주일 에 몇 시간씩 지겹게 얼굴을 맞대고, 수업을 가르치고, 잡담도 하다 보면 학생과 친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부모와의 관계는 한편으로는 일개 학생이기도 한 과외교사 자신이 어려운 면도 있어서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학생이 공부를 하는 데에 있어서 학습능력 만큼이나 중요한 게 공부를 하는 동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교사 자신과 부모의 관계, 학생과 부모의 관계를 신경써야 하는 점은 명백하다. 그 동기가 학생이 평소 가지는 심리상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학생과 부모와의 관계라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교사가 부모와의 관계에서 불안감을 주거나 밀리기 시작하면 부모는 불안해하면서 과외선생과 학생 관계에 개입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작게는 공부를 잘 봐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에서부터 나아가서는 학생과 같이 뒤에서 다른 수업을 찾기 시작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말을 흘려 들어서는 안되지만 그 말에 흔들려서도 안된다.




 사실 과외선생과 부모와의 관계만이 아니라 학생과 부모와의 관계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간단히 넘어갈 부분이 아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관심을 가질 때는 더욱 더 조심해야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보내는 모든 관심은 독이다. 8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곰곰이 생각하면서 개인적으로 다다른 결론이다. 자식을 위해서 자신의 생업을 포기했던 부모, 자식을 잘 봐줄것을 부탁하며 선생에게 명품을 선물하는 부모, 자식의 공부가 어떠한지 매 번 물어보는 부모. 이런 상징적인 부분들은 언제나 자식이 부모에게서 느끼고 있는 부담, 죄책감, 자책감, 짜증, 불화 등 모든 것을 숨기고 있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살면서 단 하나 부끄러웠던 부분이 이 부분이다.(사실은 더 많다. 아니, 사실 부끄러움이 내 인생이다.) 언제나 부모와의 관계를 확실히 하지 못하고, 내가 가르치는 부분에 자신이 있지 못했고, 나아가서는 학생이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부모에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기본적인 것조차 분명히 하지 못했다. 부모의 입장에서 말했다가 학생과 연락이 끊어지고 2년이 지나서야 나는 머저리처럼 이런 사실을 깨달았고, 다른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고민을 들어보고 같이 놀기도 하고 어떤 애들의 눈물을 보기까지 하면서 겨우 내가 병신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생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확실히 알려줘야 될 것은 단 하나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한심한 인간들이 하는 조잡한 기대에 너를 구겨 넣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삶의 철학과 즐거움과 여유가 아니라 불안과 갈굼으로 자식을 키우려는 어른 새끼들과, 학생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떨거지 학교놈들과, 인생을 이해한 척 너를 머저리로 만드려는 새끼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야 했다. 그런 놈들이 자기의 열등감을 너에게 밀어넣으며 너를 위축시키려고 하면 하나만 말로(정 쫄리면 마음속으로) 되물으라고 "씨-바- 내가 왜그래야 하는데?"


 그렇게 남의 기대에 나를 밀어넣으려고 하지 않는 게 공부와 관련되어서 너에게 '관심'을 보이는 모든 사람들, 특히 부모에게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자세라고 가르쳐야 했다.



cf.그리고 놀랍게도 그게 역설적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제대로 공부를 하는 기본 조건이기도 하다.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지만 개연성 정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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